1949년 이후 사라진 희귀조류 '뿔호반새'가 2024년 지리산 자락에서 발견됐다. 생태사진작가인 최상두 수달친구들 대표는 지난 11월 26일 오전 지리산 자락에서 뿔호반새를 촬영했다고 2일 사진을 공개했다.
거의 매일 지리산 자락의 강을 둘러보고 조사해오고 있는 최 대표는 비바람이 불었던 지난 11월 26일 오전 11시 30분께 뿔호반새를 촬영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수달을 찾아 촬영하던 중 갑자기 오색딱따구리 소리가 들렸고, 소리가 나는 방향을 찾아보니 후투티와 비슷한 새가 보였다. '하얀 후투티가 있네'라며 신기하게 생각해 촬영해 기록으로 남겼다"라고 전했다.
"행동은 물총새처럼 바위 위로 날아다니며 물속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가끔 '찍 찍이익' 하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평상시 물총새는 수달이 사냥하는 근처에 따라다니고 있다. 수달이 물속을 휘젓고 다니면 도망치는 민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수달이 있는 곳에는 먹이가 있다는 걸 새들은 다 알고 있다."
그는 "지나가던 새도 잠시 수달이 사냥하는 곳에서 배고픔을 달래고 안전한 서식지로 이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수달이 사는 곳은 생태적으로 우수한 자연환경이며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라고 부연했다.
최상두 대표는 촬영했던 사진을 조류 전문가한테 의뢰했더니 '어디냐, 북해도냐'고 물었다는 것. 그가 의뢰했던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연구부 부장 박진영 박사(한국조류학회 회장)가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기록이 없는 뿔호반새"라고 확인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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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년만에 지리산 자락에서 발견된 희귀조류 '뿔호반새' 1949년 이후 사라진 희귀조류 ‘뿔호반새’가 2024년 지리산 자락에서 발견되었다. 생태사진작가인 최상두 수달친구들 대표는 지난 11월 26일 오전 지리산 자락에서 뿔호반새를 촬영했다고 2일 사진을 공개했다. 뿔호반새는 공식적인 마지막 기록이 1949년 2월 13일 서울에서 1개체가 채집되었고, 표본이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최상두 대표는 “1949년 기록 이후 대략 75년 만에 지리산 자락에서 뿔호반새 수컷 1개체가 홀연히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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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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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호반새는 몸길이 약 38cm 정도로 한국을 찾는 물총새과 조류 중 가장 크기가 큰 종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연중 머물러 사는 텃새지만 우리나라에서 뿔호반새는 오래된 8회의 채집기록과 비공식적인 관찰기록이 몇 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공식적인 마지막 기록은 1949년 2월 13일 서울에서 1개체가 채집됐고, 표본이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최 대표는 "1949년 기록 이후 대략 75년 만에 지리산 자락에서 뿔호반새 수컷 1개체가 홀연히 나타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뿔호반새는 보통 수심이 얕고 물이 흐르는 울창한 산간 계곡 또는 호숫가에서 서식하며, 물고기를 잡아먹고 경계심이 강해 접근이 어렵다"라며 "둥지는 하천가의 흙 벼랑에 구멍을 파서 짓는 특징이 있으며, 사계절 내내 영역을 지키며 하나의 개울에 한 쌍만이 서식한다고 한다"라고 했다.
이번에 뿔호반새가 발견된 지리산 자락의 하천은 모래와 바위가 많고 수심이 얕으며 인간의 간섭이 비교적 적은 환경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수의 호사비오리가 월동하는 수계이며, 수달의 서식밀도가 높고, 여러 멸종위기 어류의 서식지라 절대 보전해야 할 장소다.
최 대표는 "뿔호반새가 발견된 하천에는 다양한 종의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야생생물이 서식한다. 어류로는 여울마자, 모래주사, 꼬치동자개, 얼룩새코미꾸리, 큰줄납자루가 있으며, 포유류는 수달, 삵, 담비가 있고, 파충류는 남생이가 있다. 조류는 호사비오리. 흰꼬리수리, 흰목물떼새, 잿빛개구리매, 참매, 수리부엉이, 팔색조, 원앙 등이 서식한다"라고 설명했다.
"하루빨리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돼야"
거기다가 이번에 발견된 희귀조류 뿔호반새도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최 대표는 "지리산 자락의 희귀 조류 뿔호반새 공개 이유는 이 새가 서식하는 하천의 훼손과 오염 문제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과 관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기에 알리게 됐다"라며 "무분별한 하천 준설과 축산폐수 무단방류, 비점오염원 관리가 절실하다. 물속에는 오염된 부착조류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생물이 사라지고 떠나면 지리산 자락은 인간도 살지 못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상두 대표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리산 일대 수계는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에 충분할 만큼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수많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서식하며, 여러 연구자들과 보전가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는 곳"이라며 "하루빨리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보전관리가 필요하며, 그에 앞서 지자체 차원에서 무분별한 하천 훼손을 중단하고, 오염 저감 대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