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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문가비와 배우 정우성 모델 문가비와 배우 정우성.
모델 문가비와 배우 정우성모델 문가비와 배우 정우성. ⓒ 이정민

모델 문가비가 비혼 상태에서 아들을 출산하여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아이의 친부는 배우 정우성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사이의 혼외 아이가 관심을 끄는 것은 이들이 잘 알려진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성도 있지만, 비혼 상태의 출산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비혼 인구가 증가하면서 결혼할 생각은 없으나 자녀는 낳고 싶어 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것 같다. 국가적으로도 결혼관이 변하는 세태에 따라 '비혼 출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의 변화

예전에 내가 결혼했던 30여 년 전에는 결혼 적령기란 게 있어서, 그 시기에 결혼하는 걸 당연시했다. 남자는 20대 후반, 여자는 20대 중반에 대부분 결혼하는 사회적 분위기였다. 30대로 넘어가면 노총각, 노처녀 딱지가 붙어 시대에 뒤떨어지고 개인적으로 무슨 결함이라도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이런 사회적 인식 때문에 30대 이상의 미혼자들은 알게 모르게 결혼에 대한 압박감을 받으며 사회생활이 많이 위축됐다. 출산도 마찬가지였다. 결혼하면 당연히 아들딸을 낳아 사는 게 일반적이었다. 결혼하고도 아이가 없으면 부부가 임신하는 데 무슨 문제라도 있지 않나 생각하던 시대였다.

30여 년 사이에 세태가 크게 변했다. 나는 20대 끝자락의 딸과 30대 초반의 아들을 가진 아버지다. 아들과 딸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결혼을 하게 될지 어떨지, 2세 생각은 있는지 없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제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결혼이나 출산을 당연시하지 않는다. 개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 같다. 오히려 자녀의 결혼이나 출산을 바라는 부모가 자식의 의중을 살피는 시대가 됐다. 아들딸에게 결혼이나 출산 이야기를 꺼내기도 조심스럽다. 성인이 된 자식들의 인생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럼에도 아들딸이 결혼해서 손자녀를 낳아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어떻게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어떤 가족 형태든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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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부모 입장에서 이번 '비혼 출산' 논쟁을 바라보는 마음이 복잡하지만, 시대적인 흐름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또 예전 나의 청춘 시대를 잠깐 얘기하자면, 당시에는 나이 들어 결혼 안 하고 미혼으로 사는 것만큼이나 이혼하는 것도 힘들었다. 특히 이혼녀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았고, 한부모 가정의 자녀들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정서적으로 위축됐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이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참고 사는 부부가 많았다. 당시에 이혼하지 않고 참고 살았던 부부의 삶은 힘들었을 게 뻔하다. 소위 전통적인 '정상 가족' 형태를 유지했다고 해서,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이혼한 가정의 자녀보다 행복하게 자랐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시대 상황이 바뀌면서 지금은 비혼주의자나 이혼 가정, 무자녀 가족에 대한 시각은 부정적이라기보다 개인의 삶에 대한 선택의 문제로 여기는 듯하다. 이처럼 시대 흐름에 따라 개인의 가치관이나 사회적 인식은 변하고 있다.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시각도 변해 갈 것으로 본다. 법적으로 혼인 상태는 아니지만, 비혼 남녀가 동거하는 사실혼 상태에서의 '비혼 출산'은 실질적으로는 '혼내 출산'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은 동거를 하지 않는 비혼 남녀가 '비혼 출산'을 하고 결혼도 하지 않는 경우이다. 이런 상황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논쟁의 초점인 듯하다.

나는 태어난 아이에 대해 부모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한다면 사회적으로 크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사회적 통념에 따라 아이를 책임진다고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한다면, 그렇게 구성된 가족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이의 부모나 아이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섣불리 결혼했다가 원만하지 못한 결혼 생활로 이혼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가족 모두에게 또 다른 상처만 남는다. 차라리 원치 않는 결혼을 하는 것보다 비혼 상태로 아이를 잘 키우는 편이 낫지 않을까. 다만 비혼 남녀가 아이에 대한 아무런 준비나 책임질 생각 없이 임신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신중하지 못한 행위로 인해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비혼 출산' 늘어나는 추세, 제도적인 보완 이뤄져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의 혼외 출산 비율은 40~50% 정도라고 한다. 혼내 출산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며, 이미 혼외 출산율이 50%를 넘어선 국가들도 상당수 있다. 우리나라는 혼외 출산율이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이지만, 최근 3년 연속 증가 추세라고 한다. 통계청의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비혼 출생아는 1만 900명으로 전체 출생아 23만 명의 4.7%를 차지했다. 비혼 출산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도 긍정적인 응답이 늘어난다고 한다.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 발표에 의하면 올해 20∼29세 중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라고 답한 비율이 42.8%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긴 하나, 이러한 시대적 흐름으로 볼 때 '비혼 출산'으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전통적인 가족관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렵지만 과거의 결혼관이나 자녀와 이혼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어 왔듯이, '비혼 출산'에 대한 시대적인 변화를 거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제 우리 사회는 전통적인 가족 개념을 넘어서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 출현을 맞이할 시점에 들어선 것 같다. 법적 혼인 관계를 전제로 한 신혼부부에 대한 각종 정부의 지원이나 복지 혜택도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따라 개선되어야 한다. 친권 문제나 양육비 지급 같은 법적인 보호 장치 마련 등 미비한 제도적인 보완도 이루어져야 한다. 초저출산이라는 인구 위기 앞에서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 대해 국가적인 보호와 책임이 뒤따라야 함은 당연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


#비혼출산#비혼#혼외출산#가족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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