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을 마친 천수만 일대 논에 요즘 물 채우기가 한창이다. 모심기 철도 아닌데, 논에 가득 물을 채우는 이유는 무얼까.
서산버드랜드에 따르면 겨울철 논에 물을 채우는 이유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을 찾은 철새들에게 먹이터와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물이 채워지는 곳은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사업 중 하나로 무논 조성 계약을 맺은 대상지 논이다.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사업이란 보호 지역 및 생태계 우수 지역 보전을 위해 정부·지자체장이 지역 주민(토지소유자 등)과 생태계 서비스 보전 활동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적절한 보상을 하는 제도다.
서산버드랜드 김종길 소장은 "무논 조성은 겨울철 철새들의 월동 환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철새 보호를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서산버드랜드는 철새 서식지 제공을 위해 생태습지(조성 면적 2만8435m², 인공 모래톱 4060m²)를 조성했다.
서산버드랜드에 따르면 26일 기준 천수만에는 86종 7만 6029개체가 확인됐다. 이는 12일 93종 17만 7037개체보다 10만 개체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11월 하순 기온이 하강하고 서산 천수만의 먹이가 부족해 기러기류가 타지역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대신 천연기념물 큰고니의 수가 45개체에서 216개체로 급증하였고,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등의 오리류의 수가 증가했다. 12월 본격적으로 먹이가 제공되면 독수리의 수가 200여 개체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하는 흰꼬리수리, 황조롱이, 개구리매류 등의 맹금류를 비롯하여 노랑부리저어새 등의 보호종의 수가 증가할 것으로 서산버드랜드는 보고 있다.
특히, 내년 3월에는 일본 이즈미 지역과 순천만에서 월동한 국제적 보호종 흑두루미의 북상 개체가 서산 천수만에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천수만 먹이 주기는 고북면 사기리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철새 먹이는 확보된 만큼 조류인플루엔자가 종료된 후 본격적으로 먹이를 줄 예정이다.
무논 조성과 습지 조성 이외 민간인 근로자 4명이 철새 보호와 철새 방해 요인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서산 천수만에서는 '2025 아시아 조류박람회'(Asian Bird Fair 2025)가 내년 열릴 예정이다. 조류박람회는 울산과 순천에 이어 국내 세번째로, 26개국 300명이 넘는 대표단과 연인원 1만 명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조류 행사다.
내년 10월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4일간 개최되는 '2025 아시아 조류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서산시는 지난달 26일 아시아 조류박람회 공동대표 등을 초청해 현장을 답사하고 준비 상황을 설명했다.
서산시는 '인간과 야생조류의 공존' 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조류박람회에서 철새 현황 관리를 주제로 포럼과 심포지엄, 철새도래지 탐조 투어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서산시는 지난 23일 필리핀 라스피냐스에서 열린 '2024 아시아 조류박람회' 현장을 찾아 다음 개최지인 서산 천수만을 홍보하며 '서산의 밤'을 개최하기도 했다.
한편, 서산버드랜드 김종길 소장은 29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점차 발전해 나가는 철새도래지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