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오는 12월 10일로 예정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표결의 '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세 번째 재표결이 예고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내 반란 표 '8명' 이상을 기대하며 특검법 표결 날짜를 미뤘다.
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 등으로 인해 친윤계와 친한계 사이 감정의 골이 다시 깊어지는 모양새라, 친한계를 중심으로 한 이탈 표가 실제로 얼마나 나올지 관심이다. 특히나 한동훈 대표의 메시지 뉘앙스가 미묘하게 변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친윤계'를 대표하는 원내사령탑은 29일 기자들 앞에서 "우리 의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전혀 (이탈을) 우려하는 분은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한계를 중심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제가 (친한계 발언) 취지를 정확히 몰라서 언급하지 않겠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친한계 일부 당직자들이 한 대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데 대해서도 "당직자들도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라며 "도를 넘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나가겠다"라고 경고했다.
친한계 당직자들의 언행을 한동훈 대표의 '사당화'라는 친윤계의 지적에 어느 정도 호응한 모양새이다. 그는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냉각기'를 갖자면서,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한 공개적인 의견 표명을 자제하라고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에게 당부했다.
조정훈 "한동훈, 여의도 문법의 최고수 된 듯... 있을 수 없는 논리 전개"
친한계의 기류 변화가 감지되자 친윤계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때 '친한'으로 불렸으나 이제는 '친윤'으로 분류되는 조정훈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소위 친한계 인사가 그런 발언을 하니까 '내가 한 말은 아니다' 여의도 문법의 최고수가 된 것 같다"라고 한 대표를 직격했다.
앞서 <한국일보>는 한동훈 대표가 주변 측근에게 당 대표 흔들기에 대항하는 카드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보도했다. 해당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해 기자들이 한 대표에게 질문하자, 한 대표는 "제가 한 말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정작 특검법 표결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피하면서 여의도에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관련 기사 :
미묘한 한동훈의 기류 변화, 세 번째 재표결 이탈표는 두 자릿수? https://omn.kr/2b5ma).
조 의원은 이를 두고 "'그런 거 아니다'라고 그냥 하시든지, '내가 한 말은 아니다' 이건 무슨 뜻인가? 굉장히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모호한 발언"이라며 "만약에 이 당원 게시판 논쟁과 앞으로 있을 김건희 여사 특검을 연결한다라는 고민을 한다면, 그건 여당 대표가 아니라 야당 대표"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김 여사 특검법은 이름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지만 민주당이 추진하는, 야당이 추진하는 것은 윤석열 정권 붕괴법"이라며 "아무리 당에서 내분이 있더라도 여당임을 포기하는, 집권당임을 포기하는 정권 붕괴법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부부싸움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집안에서 하는 거지 부부싸움을 법정으로 끌고 가면 끝내겠다는 소리"라며 "따라서 이거는 있을 수 없는 연결고리다. 여당의 구성원이라면, 집권 여당의 구성원이라면 있을 수 없는 논리적 전개를 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런 건 생각도 한 적이 없다'라고 해야 되고, 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말도 안 되는 법인지를 재차 삼차 강조하는 게 여당 대표의 바른 자세"라며, 이탈 표가 8표 이상 나올 가능성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의힘의 미래와 본인의 정치 미래의 결정적인 결정일 텐데 그런 결정하지 않으리라고 저는 짐작한다"라며 "여당 대표에게 주어진 옵션 중에 그건 없다. 정치인 한동훈에게는 있을 수 있지만 집권여당 대표 한동훈에게는 그런 선택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 법을 찬성한다? 여당 대표로서, 여당임을 포기하겠다는 소리 아닌가?"라는 주장이었다.
안철수 "중립적 특검, 여러 의원 만나서 설득해보겠다"
한편, 친윤도 친한에도 속하지 않는 안철수 국회의원은 이번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에는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힘이 대안으로 새 특검법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직접 대표발의를 준비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안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는 지금 국민들이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지 않느냐?"라며 "특검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 특검법은 저는 반대이다. 이를 다루는 특검이 반드시 중립적이어야 하지 않느냐?"라며 "왜냐하면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진실규명이다. 국민들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지 대통령 탄핵이 목적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런 특검법은 3자 특검법이 아니다. 진실규명이 아니라 오히려 나라를 혼란하게 만들고 결국 정쟁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반대 이유를 밝힌 것이다.
안 의원이 "여야가 합의한 그런 특검법이 올라오기를 정말로 바란다"라고 말하자, 진행자는 '의원이 주도적으로 먼저 발의하고 싶은 생각은 없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안 의원은 "제가 여러 의원들을 만나서 여러 가지로 이야기를 하고 설득해 보겠다"라고 답했다. "꼭 제 이름이 아니더라도 당에서 총의를 모아서 이것이 진실규명에 정말로 도움이 되고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일 아니겠느냐?"라는 이야기였다.
그는 "지금 여당이 해야 되는 일은 국민만 바라보고 중립적인 특검을 여야 합의로 만드는 일 아니겠느냐?"라며 친윤계의 격렬한 반발에 대해서도 "제가 말씀드린 정말로 중립적인 그런 특검이면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라고 반응했다.
진행자가 다시 '의원이 주도해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특검을 발의할 생각이 있느냐?'라고 물음표를 던지자, 안 의원은 "이미 이 문제는 원내대표끼리 서로 협의를 할 만큼 그렇게 중대한 사안이다"라며 "제가 현재 AI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으니까 저도 원내대표와 잘 상의해 보겠다"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