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정치적 탄핵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본인을 향한 탄핵소추가 추진되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예고하고 오는 12월 2일 본회의에 보고할 계획이다(관련 기사:
"법률 위반 소지 다분" 민주당, 감사원장 탄핵 나선다 https://omn.kr/2b64s). 이후 12월 4일에 검사 탄핵소추안과 함께 처리할 예정인데, 국회가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은 이미 28일 입장문을 통해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추진은 국가 회계 질서 및 공직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국가 고유의 공직 질서 유지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라며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려는 이런 시도는 헌법 정신을 위반하는 부당한 압박"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법과 원칙에 따라 감사... 자진 사퇴? 없다"
최재해 원장은 29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가,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과 만나 "제일 궁금하신 게 제 입장일 텐데, 제 입장을 한마디로 하면 '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정치적 탄핵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정리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자진 사퇴 의향에 대해서도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이 대통령 관저 관련 문제와 김건희 여사와의 연관성에 대해 감사원이 '봐주기' 감사를 했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데 대해 "저희들이 조사한 대로 있는 그대로 감사 보고서에 담았고, 저희가 조사한 건 거기까지이다"라고 항변했다.
김건희 여사와의 연광성에 대해 "조사를 안 한 게 아니다"라며 "저희가 조사를 최대한 했는데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저희들은 법과 원칙에 따라 감사하고 있다"라고도 재차 강조했다.
지난 국정감사 때 '위증' 논란이 불거진 데 관해서도 "저는 위증하지 않았다"라고 못을 박았다. "저는 충분히 답변했다고 생각한다. 저는 위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야당에서 내가) 정확하게 뭘 위증했다고 했는지 제시한 바 없다. 국민들도 TV로 보셨을 테니까,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국회에 감사원 회의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 역시 "위원회가 비공개가 전제여서, (회의 내용이) 공개가 되면 위축이 된다"라며 위원들 간의 "자유로운 토론"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의 과정에서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하도록 감사위원들이 다 국정감사에 배석했다. 그런데 질문이 많지 않았다"라며 "저희는 논의 과정을 공개하도록 설명했는데, 왜 자료 제출이 탄핵 사유로 됐는지 당혹스럽다"라고도 평했다.
과거 "감사원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인가"라는 조정훈 국민의힘(당시 시대전환) 국회의원의 질문에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한 점도 재차 도마에 올랐다. 이 답변은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조차 확인차 반문하는 등 논란이 컸던 답변이었다.
야권은 당시 그의 답변을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최 원장은 "감사원이 견제 감시하는 기관은 맞지만, 국정을 훼방한다든지 방해하는 기관은 아니다"라며 "영상 보시면 저도 의아해하는 게 보인다. OX로 (대답)하라니 '국정 운영 지원 기관에 가깝다'고 답했는데, 그걸 여러 가지로 해석 하신 것 같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회 의석 구성상 탄핵소추안 가결이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안 됐으면 좋겠다"라며 "만약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다면 그건 그때 가서 다시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추경호 "문재인 정부 적폐 감사에 대한 명백한 보복"
국민의힘도 적극적으로 최재해 원장 지키기에 들어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민주당의 탄핵 중독과 정권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의 최재해 원장 탄핵 추진에 대해 "윤석열 정부 들어 17번째 탄핵 추진이고, 22대 국회에 들어 반년 만에 10번째 탄핵 소추이다"라며 "광란의 탄핵 폭주"로 규정했다. 이어 "민주당은 탄핵안의 헌법재판소 인용을 기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임기가 1년 남은 체제 원장을 직무를 정지시켜놓고 그 기간 동안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감사위원이 감사원을 이끌도록 해서 감사원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겠다는 정치적 술수"로 해석했다.
추 원내대표는 "탄핵 제도를 정략적 도구로 이용해 감사원을 민주당 산하 기구로 만들겠다는 교활한 속셈으로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발상"이라며 "또한 감사원장 탄핵은 집값 통계 조작, 무리한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사드 군사기밀 유출 등 문재인 정부 적폐 감사에 대한 명백한 보복"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자신들이 저지른 비리를 감추기 위해 국가의 감사 기능을 마비시키고 정부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거대 야당의 횡포이자 패악질"이라며 "민주당은 위헌적·위법적 감사원장 탄핵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재명 대표가 말한 민심과 역사의 법정에서 심판받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라고도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