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오후 상황 : 28일 오후 9시 29분]
김용이 미리 준비한 8장 최후진술서 접고 대신 한 말
28일 오후 7시 20분 서울고등법원 312호 법정. 이날 오전 검찰로부터 징역 12년을 구형받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최후진술 차례가 되자 정작 미리 준비한 8페이지짜리 최후진술서를 접고 건너편에 앉은 9명 검사들을 바라봤다. 그는 "여러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은데, 하나만 말하겠다"고 이렇게 입을 뗐다.
"(수사를 받으면서) 속되게 백수가 돼서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우면산 올라가는 거 말고는. 옛날에는 차를 몰고 다녔는데 지금은 버스를 탑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못 보던 게 보이더라고요. 11번 마을버스를 탔는데 출발하지를 않습니다. 보니까 어르신이 타더라고요. 기다려준 겁니다. 어르신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 제가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느낌을 받았어요. 사회는 이렇게 곳곳에서 자리를 찾아가고 있더라고요. 모든 사람들이 노력해서.
...(중략)... 구치소 가보니 5만 명이 있더라고요. 구속되는 사람은 집안이 재앙입니다. 건강했던 제 집사람도 쓰러졌어요. 엠뷸런스로 실려 갔어요. 저를 도와줬던 후배들은 공황장애가 오고. (구치소에서) 발찌를 차고 병원에 가면 놀라서 죄인 보듯 합니다. 물론 수사기관엔 필요하겠지만요. 일반 서민들, 저를 포함해서 (검찰이) 많은 힘을 갖고 있는데, 여러분들이 편향되게 하는 순간 모든 사회 구조가 깨집니다. 제 사건 결과뿐 아니라 대선 이후에 행적을 보면, 누가 과연 검사 앞에 조사받으러 가서 핸드폰을 내놓겠습니까? 그 책임은 검사님들에게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제대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어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최후진술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그는 마치 직전에 진술했던 김용 전 부원장 들으라는 듯 "이 재판을 보면서 아무튼 짐승만도 못한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며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에서 나는 좀 더 반성해야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이 정의로운 일을 한다 생각해 큰 착각에 빠져 과오를 일으킨 것을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 선처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선고를 제외한 모든 항소심 절차가 끝났다. 선고기일은 내년 2월 6일 오후 2시로 잡혔다.
마지막까지 치열했던 '김용 구글 타임라인' 논박... 검찰, 조작 가능성도 제기
이날 결심 공판일까지 검찰과 김용 전 부원장 측은 구글 타임라인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박을 펼쳤다. 특히 검찰은 "5회 수정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타임라인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탄핵하기 위해 애썼다. 또한 "김용의 입출차 내역 등 실제 결제내역과 (타임라인 기록이) 다르다. 타임라인은 증거로서도 가치가 없다"라고 깎아내렸다.
검찰은 타임라인을 감정한 전문가에 대해서도 "감정인은 감정 방법과 관련해 테스트 데이터는 열 개 이상 하라고 (재판부에서 명령) 했음에도 단 한 개로만 했다"면서 "오류가 언제 발생하는지 특정할 수 없고, 오차 범위를 수치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이런 주장에 김 전 부원장 변호인 신알찬 변호사가 강하게 맞섰다. 신 변호사는 "구글 타임라인은 자료가 빨간점으로 표시되는 원시데이터와 고객에게 제공되는 파란선으로 드러나는 경로데이터"라면서 "검찰이 변경(조작)됐다 말하는 건 파란선 경로데이터다. 방문 장소에 대한 수정내역이 존재한다 해도 원시데이터는 바뀌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신 변호사는 "구글 타임라인 상 2021년 3월 24일 유원홀딩스를 김 전 부원장이 방문한 이후 다시 그곳을 방문한 적이 없다. 21년 6월 8일도 광교포레나(유 전 본부장 거주지) 근처를 갔지만 유 전 본부장이 주장하는 그곳이 아니다. 세 번째 수령장소로 특정된 경기도청 북부도로 역시 21년 6월 이후 아예 간 적이 없다"면서 "구글 타임라인을 통해 (돈을 건냈다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은 탄핵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결심 공판일까지 이렇게 치열한 공방이 오간 이유는 김용 전 부위원장이 제출한 자신의 구글 타임라인 기록이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검찰은 2021년 5월 3일 김 전 부원장이 퇴근길 성남시 분당구 유원홀딩스(유동규 회사)에 들러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또 같은해 6월 8일 밤 9시께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3억 원을 수령했고, 6월 말부터 7월 초순경에는 경기도청 북측 도로에서 2억 원을 수령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구글 타임라인 기록에 따르면 김 전 부원장은 해당 날짜에 특정된 장소에 가지 않았다. 알리바이가 입증되는 것이다.
[1신 오전 상황 : 28일 오후 2시 48분]
검찰, 김용 또 징역 12년 구형... "한치의 관용도 베풀지 말아야"
유동규는 1년 6개월 구형... "자백 없었으면 이 사건 묻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검찰이 2심에서도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반면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인물들에 대한 검찰 구형량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징역 1년 6개월, 정민용·남욱 변호사에 각각 징역 1년이었다. 이 구형량은 모두 1심과 동일하다.
김 전 부원장 측은 "검사는 김용에 대해서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 반면 유동규, 남욱, 정민용에 대해서는 (재판부에) 사실상 선처를 요구했다"고 지적하며 "이는 유동규, 남욱, 정민용의 허위 진술에 대한 보상이자 특혜"라고 주장했다.
2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용 전 부원장에 징역 12년, 벌금 3억 8000만 원, 추징금 7억 8000만 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김용은 반성하기는커녕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선거에서 이기면 다 덮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죄의식조차 없었다"면서 "거짓말하는 김용에게 (재판부가) 단 한치의 관용도 베풀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유동규 전 본부장에 가벼운 형량을 요청하는 이유로 검찰은 "유동규의 용기 있는 자백이 없었으면 이 사건은 영원히 묻혔을 것"이라면서 "수사기관에서 이 법정까지 모두 반성하고 있다. 주요 공범인 동시에 본건 정치 자금 신고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오전 결심 공판에서 검찰 구형이 계속된 이후 오후에는 피고인들의 최후진술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김 전 부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에 참여한 2021년 4~8월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 등과 공모해 남 변호사로부터 8억 4700만 원의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 시절인 2013년 2월~2014년 4월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1억 9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30일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 원, 6억 7000만 원 추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에게는 무죄를, 남 변호사에게는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