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중 여론조작 의혹을 부른 국민의힘 '특전사방(조직적으로 운영된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김건희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게시물이 다수 공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여사를 옹호·칭송하는 글·사진은 물론, 김 여사 비판 집회의 맞불집회 인증 사진도 이 채팅방에 게시됐다.
대선 직전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해당 채팅방은 최근 '명태균 게이트'의 주요 자료로 떠오른 '신용한 문건'에도 등장한다.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후보) 당선을 목표로 한 채팅방 내 '특전사'들은 상대 후보(이재명)는 물론 당내 인사(홍준표·이준석·안철수 등)까지 맹비난하는 내용을 수시로 전파했다. 특히 가짜뉴스 등의 주요 발원지이자 핵심 채팅방이었던 '20번방'엔 윤 대통령도 포함돼 있었다.
자칭 '특전사'들 "김건희 팬덤 일어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조직통합총괄단이 대선 두 달 전인 2022년 1월 3일 개설한 채팅방(어게인SNS소통위원회)은 확인된 것만 120개에 달한다. 그 중 핵심인 '20번방'에는 '김건희'라는 이름이 한 달 새(1월 3일~2월 16일) 119번 등장한다.
특히 당시는 '김건희 7시간 녹취록 논란'이 나오던 시기로, "내가 정권 잡으면 무사하지 못할 거야" 등 김건희 여사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에게 전한 문제적 발언이 연일 보도되던 상황이었다.
스스로를 '특전사'라고 칭한 이들은 김 여사의 발언을 두고 "아줌마의 수다(일 뿐)", "솔직·담백하고 탁트인 성격", "김건희 팬덤이 일어났다" 등의 평가를 공유했다. 아래는 해당 카카오톡 채팅방에 공유된 김 여사 관련 글 중 일부다.
"김건희가 수준 낮은 찌라시(<서울의소리> 지칭) 접촉으로 그간의 언론 기피성으로 쌓여있던 김건희의 신비감·비밀성이 낮아진 것 외 손해본 것 없다. 김건희씨의 솔직 담백하고 탁트인 성격이 돋보였네. 윤석열 지지율 떡상할(올라갈) 일만 남았네. 댓글 펌." - 닉네임 'TF선별'(이 인물은 주도적으로 합성사진 등을 생산한 인물)
"김건희 녹취록 방송해 봐야 파장(이) 일 거 별로 없다. 김건희 녹취록은 아줌마들의 수다일 뿐이다.", 이 글과 함께 유튜브 링크("기쁜 소식! 김건희가 이겼다! 민주, 반응은? 윤석열, 여론조사 과반 눈앞") 공유 - 닉네임 '서동이 브레드피드'
이들은 김 여사를 영화 포스터에 합성한 사진이나, 윤 대통령과 함께 나온 사진 등을 채팅방에 올리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엔 "국민행복 김건희", "정권교체를 위해 그녀가 온다, 건희 언니", "Art woman(아트 우먼) 김건희", "내조인 김건희", 제 남편과 함께 머슴으로 살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7시간 녹취록 두고 "인정스런 보이스, 교양 있는 자태"
채팅방엔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가 당선 전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김 여사를 비판하는 집회에 맞서 반대 맞불집회를 했다는 인증 사진과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은 김 여사 비판 집회를 해당 아파트에서 여러 차례 진행한 바 있다. 채팅방엔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앞 대진연 데모 반대집회 참석 중", "오늘 김건희 여사 아파트 대진연 맞불집회 원천 봉쇄하고" 등의 글이 올라왔다.
몇몇 '특전사'들은 '김건희 팬덤'이라는 키워드 아래 김 여사가 대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김건희 7시간 녹취록 논란'에 대해 "김건희 팬덤으로 대선 이변. 이제 집권여당은 대선 포기할 상황", "김건희 팬덤이 일어나면서 이번 대선 선거운동은 사실상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 채팅방에 속해 있던 이분희 당시 네트워크어게인 총괄위원장(현 부산진구의회 시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선입견도 말끔히 씻어주는 인정스런 보이스로 이제 세계 어느 나라를 가셔도 영부인으로 교양 있는 자태를, 세계 각국에서 찬사를 보낼 것이라는 확신이 생깁니다"라고도 말했다.
이들은 김 여사가 윤 대통령보다 돋보이지 않도록 서로를 단속하는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한 '특전사'가 김 여사만 나온 사진(기사 맨 위 사진 중 아래에서 가운데)을 올리자 이분희 위원장은 "어게인과는 무관한 포스터입니다. 이 포스터는 윤석열 후보 기호와 이름이 있는 선거 홍보 포스터이니 사진도 윤석열 후보로 올려야 합니다"라면서 "누가 만든 사진인지 모르지만 어게인 단톡방에는 올리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전파하지 말아주시길 바라며 사진 속 김건희 여사가 후보인 듯 시비거리가 될 수 있음을 참고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특전사' 역시 "(사진을) 만들어 올리셨으면 다른 곳에는 올리지 마십시오. 지금 가뜩이나 정권을 쥐고 흔든다고 반대하는 사람들 있는데 어게인(채팅방)에서 이런 거 올리시면 안 됩니다"라고 경고했다.
"방어 못하겠다" 호소도, 결국 채팅방 나가
일부는 '김건희 리스크'와 관련해 방어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 답답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인물은 결국 채팅방을 빠져 나갔다.
스스로를 '특전대장'이라고 칭한 닉네임 '이○○'은 "지금까지 김건희 여사님의 음해 부분 땜에 전투하느라 진액이 다 빠지고 있는데~ 윤 후보께선 (중략) 왜 그러셨는지 이유를 말씀하셔야 적들의 공격에서 방어하고 구해드릴 것 아닙니까? ㅠ 답이 없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러니 벌써부터 저에게 김건희 ○○○○(가까운 사이를 의미하는 속어)냐고 해대지 않습니까? 저런 억울한 소리 들을 때도 진짜 할 말이 없더군요. 전 그간 13년이 넘도록 아군 진영의 후보님들을 호위하고 적들에게서 보호하는 전투를 하였으나 이번만큼은 제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 생각이 안 납니다. 어찌 방어를 해야할지 답 좀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시초부터 못 막으면 시간이 갈수록 감당이 안 됩니다. 여기 계신 임원 분들은 제가 무슨 말하는지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제 자신이 이해가 안 가는데 어찌 적을 설득시킬까~ 답답합니다. 열심히들 하십시오. 전 나갑니다"라고 덧붙였다. 직후 '20번방'엔 "이○○/특전대장님이 나갔습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자칭 '특전사' 모인 '20번방'이란?]
<오마이뉴스>는 대선을 일주일 앞둔 2022년 3월 2일부터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조직통합총괄단이 2022년 1월 초부터 운영한 카카오톡 채팅방(어게인SNS소통위원회) 약 120개에서 허위사실·음모론 등이 유포됐다고 보도했다.
그중 이른바 '20번방'이라 불린 채팅방에는 윤 대통령부터 권영세 당시 선거대책본부장 등 국민의힘 대선 캠프 핵심 관계자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분희 총괄위원장은 '20번방'에서 "이곳에는 일반 포스팅 올리지 마셔요. 분과임원 본부방입니다"라고 밝히고, 윤석열 캠프에서 임명장을 받은 이들을 위주로 초대했다.
보도 직후 권영세 본부장은 "단톡방에 상당 부분 끌려들어 간다"라며 "단톡방에서 일어난 일에 (윤 후보) 책임이 있다는 것은 맞는 얘기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명태균씨와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진 뒤 나온 이른바 '신용한 문건'에는 이 보도와 "대체 대화방 등 주의 요청"이란 문구가 담겨 있었다.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실장으로서 이 기록을 남긴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었고 소위 '들통이 났다'는 분위기"였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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