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27일 오후 4시 12분]
"기다리실까봐 말씀드립니다. 검찰에서 오후 1시 이후에 (압수수색하러) 온다니까, 식사 맛있게 하세요."
국민의힘 관계자가 27일 오전 11시 30분께 국회 의원회관 내 당 기획조정국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이 국민의힘을 상대로 '예고제 압수수색'을 한 셈이다.
창원지검 수사전담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의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여당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이다. 해당 선거는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 명태균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등이 엮여 있는 사안이다.
검찰의 주된 압수수색 장소는 국민의힘 조직국과 기획조정국으로 알려졌다. 조직국은 당사에, 기획조정국은 국회 의원회관 내에 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조직국 압수수색을 마무리했다.
이런 가운데 김상욱 의원이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검찰 관계자들과 함께 당사를 빠져나왔다. 김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영장엔 (압수수색 대상으로) 당사와 기타 (공천) 자료가 있는 곳이 명시돼 있다"며 "오후에는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기획조정국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 역시 "진행될 예정"인 검찰의 압수수색 일정을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최근 검찰은 국민의힘에 김 전 의원 공천 심사자료를 요청했으나 국민의힘이 이를 거부하며 압수수색 영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장 공천도 압수수색 대상"... 이준석 '김건희 폭로' 내용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압수수색 관련 질문에 "영장의 범위 내에서, 우리 정치활동의 본질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에 따라 응하겠다고 보고 받았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앞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정당엔 공권력이 함부로 들어오지 않는 게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선"이라며 "하지만 국민적 의혹이 있고 당 입장에서도 '여당이라고 검찰이 봐준다'는 소리를 들어선 안 되는 것이니 공정하고 합법적인 검찰 수사에 대해선 적극 협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건 외에 "포항시장 쪽 관련한 부분"도 압수수색 대상이라고 전했다. 포항시장 공천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당시 국민의힘 대표)이 김건희 여사가 연관돼 있다고 폭로한 건이다. 다만 김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 문제를 두곤 "상세한 걸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라고 전했다.
아래는 김 의원과 취재진 질의응답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 국민의힘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진행 상황은?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마무리 됐다. 당사 내 조직국과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기획조정국에 공천 관련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자료를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여의도연구원도 압수수색에 포함됐나?
"여의도연구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 압수수색 진행 과정 등을 설명해 달라.
"시간은 길게 진행되지 않았고, 당무감사 자료나 이런 부분들 좀 확인하는, 그런 형태로 진행됐다."
- 당사 안에 검찰 관계자는 아직 있나?
"다 나왔다."
-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공천 관련 누구든 금품을 제공하거나 받아서는 안 되는데 명씨 등이 그러한 내용을 위반했다는 게 주요 혐의로 (기재)돼 있다. 다만 지금은 범죄 사실 등을 전방위로 확인하는 과정이라서 (구체적 혐의 등) 상세한 부분은 말을 아끼겠다."
- 당사 외 압수수색 장소는?
"영장에 명시된 것은 당사와 기타 (공천) 자료가 있는 곳이다. 오후에는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기획조정국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될 예정이다."
-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압수수색은 아직인가?
"상세한 걸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영장에 기재된 취지·내용대로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그리고 문제가 된 포항시장 쪽 관련한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압수수색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검찰에서 면밀하고 공정하게 하려고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 이번 압수수색 범위는 2022년 재·보궐선거 지역구 공천 관련 자료에 한정된 것인지?
"그렇다."
- 공천 관련 자료 대부분이 폐기됐다는 얘기도 있다.
"(그 부분은) 저희도 확인해야 한다."
- 정당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례적이다.
"특수한 상황이다. 원래 정당에 대해서는 공권력이 함부로 들어오지 않는 게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선이다. 하지만 국민적인 의혹이 있고, 당 입장에서도 '여당이라고 검찰이 봐준다'는 이런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니 공정하고 합법적인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적극 협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진우 "임의 제출 방식 협의 중, 시간 예고는 의미 없어"
검찰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1시 57분 국회 의원회관 3층 복도를 지나 국민의힘 기획조정국 사무실로 들어갔다. 앞서 당 관계자가 예고한 시각보다 1시간가량 늦은 때였다.
국민의힘 측은 압수수색이 아닌 자료의 임의 제출 방식을 검찰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고제 압수수색'의 적절성을 두곤 "시간 예고는 의미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오후 2시 13분 기획조정국 사무실을 나와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기획조정국 사무실에) 검사님과 수사관님이 오셨고 국회 공간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압수수색이 아닌) 자료를 임의 제출하는 방식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공간이라 임의 제출 형식으로 집행해 왔던 관례가 있다고 한다"라며 "그 관례에 따라 지금 범위나 집행 방법을 협의 중에 있다. 저희 법률자문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이 협의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아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테일한 부분은 조금 더 협의가 돼야 한다"라며 "세세한 수사 내용과 관련된 브리핑은 당에서 (발표)할 문제는 아니다. 당이 수사 내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예고제 압수수색'이 적절한지 묻는 <오마이뉴스> 질문에는 "시간 예고는 의미가 없다. 저희도 공당이니까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적법 절차에 따를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