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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룹 '육아삼쩜영'은 웹3.0에서 착안한 것으로, 아이들을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가치로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서울, 부산, 제주, 경기 가평,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 여섯 명이 함께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
독한 감기를 앓았다. 지인과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서 찬 음료를 먹은 것이 원흉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감기는 삼 주가 가까이 지나도록 낫지 않았다.

견디다 못해 수액을 맞고 집으로 돌아온 날, 내 눈은 욕실 바닥의 물때와 식재료가 떨어져 텅 빈 냉장고 안을 훑었다. 고양이 털이 묻은 소파를 털고, 후다닥 청소기를 돌리고 욕실을 닦았다.

아이들 먹일 과일과 찬거리를 사러 나갔다. 당장 청소하지 않아도, 하루 인스턴트 제품이나 배달 음식을 먹는다고 큰일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각과 달리 미련스러운 행동을 했다.

컨디션이 떨어지자, 신경도 예민해졌다.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의 작은 행동에도 비난과 짜증을 쏟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희생에 대한 생색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나치게 아이 위주로 흘러가는 삶

부모가 되는 순간 대부분은 자신의 삶보다 자녀의 삶 위주로 생활 패턴이 흘러간다. 몸을 혹사하더라도 자녀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기 위해 지나치게 몰두하고 정성을 쏟는다.

더 나아가 자녀의 실패를 견딜 수 없어 스스로 결정하고 도전하는 기회를 원천 차단하기도 한다. 나조차도 아이가 넘어질까 한 발짝 떼기도 전에 옆에서 잡아주고, 물을 쏟을까 대신 물병을 들고 먹여주었다. 엉망으로 마친 학교 숙제 때문에 선생님께 혼날까, 걱정이 되어 미리 수정을 해주는 것도 다반사였다.

불과 6년 뒤면 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법적 성인이 된다. 사춘기의 아들은 벌써 조금씩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문득 매 순간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듯 전전긍긍하는 나는 과연 하루아침에 성인이 된 아이와 내 삶을 분리할 수 있을까? 불안감이 몰려왔다.

많은 부모가 자녀의 독립 후 허전하고 우울감을 느끼는 '빈둥지 증후군'을 겪는다. 처음부터 둥지의 주인은 부부와 자녀 모두였을 텐데, 어느새 둥지의 목적은 새끼를 키우는 것이 되었다.

훗날 둥지 밖을 날아가는 아이들을 담담하게 보내주기 위해서는 아이의 삶에 매몰되지 않고 내 삶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길러내는 육아(育兒)는 결국 나를 키우는 육아(育我)였는지도 모른다.

육아의 궁극적인 목표가 독립이라는 말은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해당하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으로부터, 자식은 부모로부터 서로에게서 건강하게 독립할 수 있도록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 준비하려고 한다. 행복한 삶을 위한 부모 독립 프로젝트!

 각자의 삶을 존중하자. 서로의 독립을 응원한다
각자의 삶을 존중하자. 서로의 독립을 응원한다 ⓒ pixabay

행복한 삶을 위한 부모 독립 프로젝트

노년내과 전문의 정희원 교수의 저서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에는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자신은 이미 늦었으니 즐겁고 편하게 살다가 죽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이런 자세는 자신에 대한 폭력일 뿐 아니라, 고장난 자신을 상당 기간 돌보아야 할 주변 사람들에 대한 무책임한 테러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191p

'골골백세'라는 말처럼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행운이 아니라 장수 시대의 형벌일 수도 있다. 삶의 관성을 바꾸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소중한 사람들에게 돌봄과 부양의 짐을 지우지 않기 위해서라도 변해야 한다.

1. 건강한 식습관

남편은 늘 퇴근 후 맥주 네 캔을 사 들고 왔다. 아무렇지 않게 우리는 습관적인 음주를 하고 있었다. 술을 마시면 자연스럽게 야식을 찾게 되고, 늦은 밤까지 잠들지 않고 깨어있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우리는 현재 습관적으로 마시던 술을 끊은 지 한 달이 되었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일찍 잠자리에 들고 푹 잘 수 있어 하루가 덜 피곤하다.

예전보다 카페인에 민감해져 낮에 마신 커피 때문에 잠을 못 자거나 가슴이 두근거린 적이 있다. 이참에 커피를 줄이기로 했다. 약속이 있을 때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거나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던 건강한 차와 과일 주스를 마신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자극적인 음식은 되도록 피하려고 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담백한 집밥과 신선한 야채 위주의 식단을 유지한다.

2. 꾸준한 건강 검진

마흔 중반을 맞은 내 몸은 곳곳에서 아우성을 친다. 재작년엔 유방에 섬유선종이라는 양성종양이 생겨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조직검사를 하고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초경을 하고 매달 열심히 피를 쏟아내던 자궁은 두 아이를 출산하며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여기는 것인지 근종을 키웠다. 올해는 난소와 자궁에 있는 근종의 크기가 다소 커졌다고 해 심란하다. 달갑지 않은 혹들은 모양과 크기에 변화가 있는지 반년이나 일 년마다 추적 관리 중이다.

3. 운동하기

최근 변비가 심해지고, 잠을 자다 자주 팔, 다리가 무겁고 저렸다. 무기력까지 더해졌다. 디스크가 의심되어 병원을 찾았지만, 별 이상은 없었다. 정형외과 의사는 평소 운동을 하는지 물었다. 떳떳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근육이완제를 처방해 주며 약은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했다. 운동 부족일 확률이 높으니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심기일전하여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수영을 하고 있다. 날이 좋은 날엔 산책도 빼놓지 않는다.

4. 즐거운 취미 활동

책을 읽고 글쓰기를 좋아한다. 책을 읽어 무엇이 좋은지 아직 알지 못하지만, 책 속에 펼쳐지는 세상은 늘 새롭고 흥미진진하다. 평범한 일상이 글로 표현되는 순간은 매일 조금 더 나은 나를 만든다.

얼마 전에는 몇 년간 내 버킷 리스트에 있었던 프리다이빙을 다녀왔다. 물속 깊이 들어간다는 사실에 잔뜩 긴장했는데, 도전은 짜릿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천천히 배워볼 작정이다. 스쿠버다이빙 강습을 받으러 온 백발의 부부를 보니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 아직 무언가를 배우기에 늦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물속 깊이 들어간다는 사실에 잔뜩 긴장했는데, 도전은 짜릿했다.
물속 깊이 들어간다는 사실에 잔뜩 긴장했는데, 도전은 짜릿했다. ⓒ mitchelwijt on Unsplash

5. 노후 준비

은퇴와 노후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부끄럽지만 경제적인 부분 또한 대책이 없는 상태이다. 알뜰살뜰 가계를 꾸리지만 전문가들이 말하는 '행복한 노후를 위해 필요한 몇억의 자산'을 마련하는 것은 이번 생에 불가능해 보인다.

대신 노년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거나, 유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 가장 확실한 노후 준비는 은퇴 이후에도 자기 일을 놓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다짐을 철두철미하게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니까. 비록 독한 감기를 앓긴 했지만, 덕분에 아이와 내 삶의 균형을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세상 모든 부모와 자녀의 건강한 독립을 응원한다.

지속가능한 가치로 아이들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
#육아#부모독립#자녀독립#빈둥지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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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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