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 ⓒ 권우성
2025년 1월 인사를 앞두고 50년 된 경찰 승진 제도가 변경된다. 핵심은 기존 경정·경감의 경우 심사승진과 시험승진 후보자를 각 50% 비율로 임용하던 방식을 변경해 심사와 시험 비율을 60%대 40%로 조정하는 내용이다.
대한민국 경찰관 현원은 지난해 말 기준 13만3760명.
유일무이하게 경찰청장만 달 수 있는 '치안총감'(차관급)부터 말단 '순경'(9급 상당)에 이르기까지 11단계의 계급이 존재한다.
경찰의 계급별 비율을 조직도형으로 그리면 위쪽이 매우 뾰족한 마름모꼴이다.
경찰대와 간부후보 등 엘리트 출신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총경'(4급) 이상 고위경찰관은 전체 조직의 0.61%(819명)에 불과하다.
시도경찰청청 계장급, 경찰서 과장급, 지구대·기동대 대장급이자 중간관리자의 길로 들어서는 '경정'(5급)도 다 모아봐야 2.36%(3160명) 뿐이다.
마름모꼴의 가장 넓은 부분을 차지하는 '경위' 계급은 전체 경찰관의 31.85%(4만2600명)에 달하고, 다음으로는 '경감' 17.91%(2만3955명)와 '경장' 17.73%(2만3711명), '경사' 17.63%(2만3586명) 비율이 비슷하다.
전체 경찰관 10명 중 8.5명은 경장에서 경감까지 4단계 계급안에 몰려있다는 뜻이다.
순경에서 경감까지 근속승진 '최소 23년 소요'

▲경찰계급 체계 ⓒ 오마이뉴스
경찰 조직의 대부분을 자치하는 순경공채 출신 중 상당수가 '상위 3% 이상' 계급인 '경정'을 최종 승진 목표로 두는 것도 이런 이유다.
'경정'에 이르기 위해서는 전체 '상위 20% 이상'에 해당하는 '경감'까지 최소승진 연한을 채우면서 차례차례 승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한 계급에서 일정기간 재직해야만 임용될 수 있는 근속승진으로 순경에서 경감까지 오르려면 최소 23년 6개월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초 발표된 '2024년 경정·경감 승진 인원'은 전국 기준 '경정' 403명, '경감' 887명으로 심사승진과 시험승진이 각 50% 비율이었다. <오마이뉴스>가 경찰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한 수치다.
직전 계급의 현원 대비 승진 확률을 계산해보면 '경정'은 1.68%, '경감'은 2.08%에 불과한 초미세 바늘구멍이다.
통상 심사승진을 준비한다면 격무부서 자원은 물론, 근무평정 권한을 가진 상급자들의 눈에 들도록 몸과 마음을 갈아 넣어야 한다.
시험승진 대상자라면 반대로 격무부서를 피해야 한다. 근평은 1~3차 한 번이라도 최고점을 놓치면 시험에서 만점을 받고도 낙방할 수 있다. 펜을 쥐는 중지에 굳은살은 기본이고, 엉덩이에 종기 흉터가 까매지도록 '주독야독'해야 겨우 합격선에 다다른다.
시험승진 도입 50년 만에 제도 바꾼다

▲집회 현장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들. ⓒ 권우성
이렇게 매년 시기와 규모, 선발 방식이 '대동소이'했던 승진 인사가 지난해 일부 개정된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대통령령 제33674호] 시행(올해 7월)에 따라 시도경찰청별로 크게 바뀔 전망이다.
경찰청은 2025년도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다음 달 중순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 1973년 경정 이하의 시험승진 제도가 도입된 이래 50년 만의 변화인 것이다.
확정되진 않았으나 내부에서 알려진 일정(안)은 다음달 10일 치안감 이상 승진을 시작으로, 19일 경무관 승진, 23일 치안감 이상 발령, 30일 총경 승진 및 경무관 발령, 내년 1월 7일 경정 이하 심사, 11일 시험 순으로 설 명절 전 인사발령 종료가 예상된다.
그간 '승진임용 규정'에선 소수의 특별승진 임용을 제외하면 경정·경감은 심사승진과 시험승진 후보자를 각 50% 비율로 임용하도록 했었다.
하지만, 내년 초 예정된 2025년도 인사에서는 심사승진 비율이 60%로 높아지고, '무조건 성적순'이던 경정 승진 시험도 '시도경찰청별 인원(TO) 배정 후 성적순'으로 바뀌게 된다.
이 또한 부칙에 따른 한시적 비율로 2025년 7월부터는 심사승진 비율이 70%까지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시험승진 비율은 30%로 떨어진다.
2025년도 경정 승진임용 '심사 40명 늘고, 시험 40명 줄고'

▲<오마이뉴스>가 2024년도 경정 승진 인원과 근무지를 분석해 추정한 2025년도 경정 승진 예상 비율 및 인원. 내년 초 인사에서는 심사승진과 시험승진 비율이 60 대 40으로 바뀐다. ⓒ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는 경찰 인사의 비율과 방식 변경에 따른 2025년도 각 시도경찰청별 승진 인원을 추정해보기 위해 2024년도 시도경찰청별 시험승진 임용자 현황을 경찰청에 요구했으나 별다른 이유 없이 받지를 못했다.
그러나 별도로 입수한 2024년 승진시험 최종합격자 명단을 당시 근무지별로 구분해, 개정안 비율에 대입한 결과 내년 초 '경정' 승진 규모는 심사 242명(↑40명), 시험 161명(↓40명) 전후로 추정된다.
이는 내년 초 경정 임용 인원이 올해와 같다고 가정했을 때 심사승진 비율 60%를 적용하고, 시도경찰청별 TO는 정원(2023년 말 경찰통계연보 관서별 정원 기준)에 비례해 산출한 것이다.
특히, 소속 및 근무지에 관계없이 전국 석차 순으로 201명을 선발했던 경정 시험승진 임용 방식이, 각 시도경찰청별 쿼터(quota·할당)제로 바뀌면서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전통적으로 승진 시험 성적이 좋아서 시도 정원에 비해 더 많은 임용자를 배출해왔던 광주청, 전북청, 대전청, 대구청, 울산청 등이 최대 11명에서 3명까지 TO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정원 대비 시험승진 임용자가 드물었던 경기남부청, 강원청, 경기북부청, 경남청 등의 승진 TO가 최대 14개에서 3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올해 광주청에서는 전국 최대인 16명이 시험으로 경정을 달았지만, 13만 조직의 2.7%(3558명)에 불과한 정원을 반영할 경우 TO가 4.4명 수준으로 떨어져 전년 대비 10.8명의 승진 임용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반대로 올해 시험승진 임용자가 13명에 그친 경기남부청은 전체 조직의 13.9%(1만8210명) 정원을 반영할 경우 TO가 22.4명으로 많아져서 전년 대비 13.6명이 더 경정에 임용될 수 있는 것이다.
본청 인사권한 집중 우려…"
시도청장 인사권도 존중 받아야"

▲<오마이뉴스>가 2024년도 경감 승진 인원과 근무지를 분석해 추정한 2025년도 경감 승진 예상 비율 및 인원. 내년 초 인사에서는 심사승진과 시험승진 비율이 60 대 40으로 바뀐다. ⓒ 오마이뉴스
경감 시험승진의 경우는 각 시도경찰청 주관으로 TO를 배정받아 치러지기에 심사와 시험의 비율(6 대 4) 및 인원수 변동만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승진임용 규정의 변화는 특정 시도경찰청만 경정이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경정이 부족한 타 청의 경우 경감들이 직무대리를 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도권에 비해 업무량이 적은 시도경찰청이나 근무 환경이 편한 부서에 시험승진 후보자들이 몰리면서, 근무 소홀 우려에 격무부서 근무자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깔리면서다.
박정수 광주경찰청 직장협의회장은 "시험승진 후보자들이 해마다 편한 근무지를 옮겨 다니고, 근무시간에도 시험 준비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사라지는 등 지나친 과열경쟁을 줄이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며 "그럼에도 지역·자치경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본청의 인사권이 날로 강화되는 현실에 우려가 크다. 시도경찰청장의 인사권도 이에 걸맞게 존중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인사부서 관계자는 "아직까지 경정 이하 승진임용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서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며 "시도경찰청별 TO는 단순히 정원을 넘어 성과 등 여러 가지 요인을 반영해 적용하게 될 것이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