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유형이 다양해진 만큼 노동착취와 사용자 책임 회피의 모습도 다양해졌습니다. 가짜 3.3 노동, 플랫폼 노동, 특수고용 노동 등 어떠한 이름을 붙여도 달라지지 않는 사실은 우리는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내 마음속 비빌 언덕, 비상구가 필요합니다. 3년만에 다시 시작하는 비상구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와 제도적·사회적 해결방안을 쉬운 언어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정부에서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확대적용 문제에 대해서 불을 지피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확대적용에 대하여 적극적이다. 노동단체에서도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확대적용의 전면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경영계나 소상공인 단체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한다면, 사업장들이 대다수 폐업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렇게 찬반이 대립하면서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문제는 자연스럽게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어쨌든 정부와 정치권에서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확대적용에 대하여 적극적인 만큼 이번에는 진전된 논의와 함께 제도개선이 예상된다.
'비상구'를 노동문제에 봉착한 노동자가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관문이라고 비유한다면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만 없는 '비상구'가 있다. 대표적으로 노동위원회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할 수가 없다. 이들에게는 노동위원회는 먼 기관이나 다름없다. 또한 대표적인 인권조항이라고 볼 수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규정도 이들을 보호하지 못한다. 연장·야간·휴일근로 관련 규정과 연차유급휴가 관련 규정도 적용되지 아니한다.
근로기준법은 아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중대산업재해 관련 규정도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아니한다. 적용되지 않는 규정 하나하나가 이들에게는 절실한 '비상구'이다. 그래서 유독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천편일률적이자 단칼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기본적인 노동법 적용을 차별시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적용제외에 대하여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확대적용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논거이다. 그런데 21세기 전에 나온 헌법재판소 결정을 현 시대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규모가 영세한 사업장이라고 하여 그 규모에 맞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간주하여 노동법을 차별적용 하는 것은 현재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규모가 영세한 사업장이 실속 있고 효율적인 사업장일 수도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은 시대와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지 바뀌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소상공인의 부담증가 등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근로기준법이 5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적용 되면서 발생하는 관계기관의 행정적인 과부하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정부와 정치권은 이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경영계의 반대, 행정적인 문제 등 여러가지 난관이 있어 '비상구'를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확대적용에 대하여 여러가지 담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확대적용을 위하여 넘어야 하는 산인 행정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공인노무사 입장에서 대표적으로 노동위원회에 한정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위한 첫 번째 비상구
공인노무사라면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확대적용에 대하여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전면적용 또는 일부적용이냐 라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고 일부만 확대적용 한다면 무엇을 우선적으로 확대적용해야 할지 개인별로 견해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에게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비상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노동위원회는 노동자 권리구제의 상징적인 기관이다. 해고예고규정은 모든 사업장에 전면적용 하면서 유독 정작 해고가 정당한지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지 못하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
현행 법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고용된 노동자가 3개월 미만 근무했다면 사업주가 해고예고도 없이 바로 즉시해고를 하여도 노동자로서는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외하고는 다툴 수 있는 구제수단이 없다. 해고무효확인소송은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도 제척기간과 관계없이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동자가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다. 작년에 전라남도 진도에서 해고된 한 단체의 노동자를 돕기 위해 해고한 단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노동자 분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였다.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없어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 천신만고 끝에 몇 년이 걸려서 승소했다.
만약에 이 분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었다면 좀 더 빨리 힘든 싸움이 끝냈을지도 모른다. 이 밖에도 개인적으로 상담을 할 때도 너무나 억울하게 해고를 당했는데 정작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라서 아무 것도 다툴 수 없는 것이 너무 아쉬운 적이 많았다. 그래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자격을 주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현재 노동위원회는 서울,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중심으로 업무 과부하 상태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사건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요즘 공인노무사들 사이에서도 심문회의가 60일만에 잡히지 않는다. 판정서가 30일만에 송달되지 않는다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만큼 노동위원회 조사관의 업무가 많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건을 하다보면 점점 노동위원회가 화해를 종용하는 느낌이 든다. 사건이 많아서 그런 것이다. 일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가끔 화해하기 어려운 사건 화해해 주면 조사관이 연신 고맙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노동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는 '심판사건 처리 내역별 현황'을 살펴보면 2024년 10월 기준으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4334건,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4647건이 접수되었는데 2023년 10월 기준으로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3640건,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4023건이 접수되었다. 1년 사이에 굉장히 증가했다.
이렇게 사건이 증가해서 그런 것인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별관도 만들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이전까지 했다. 아래 노동위원회 사건 통계를 살펴보아도 코로나 19 시기에 일시적으로 사건이 감소하다가 2022년도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올해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노동위원회 통계연보. 중앙노동위원회 ⓒ 노동위원회
요즘에 노동위원회 조사관들이 아침 일찍과 밤늦게 메일을 보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전화하는 경우도 있다. 야근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으로 보인다. 조사관들의 업무 과부하가 사건 대리인 입장에서도 피부로 느껴진다. 만약에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한다면 사건이 많은 일부 위원회에서는 현재 인력과 시설로는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노동위원회 조사관들이 어쩌면 업무 과부하로 시위를 할지도 모른다.
이제 그들에게도 '비상구'를 열어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경영계가 반대하고 사건이 늘어나서 발생하는 행정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해고문제는 노동자에게 중요한 원천적인 문제로 이를 다투고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를 열어주어야 하며 이에 대한 걸림돌은 치우기 어렵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서울,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등 사건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노동위원회를 추가적으로 설치할 필요성이 있다. 서울북부, 경기북부지방노동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는 행정적인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인력과 예산을 늘이는 것이 한계가 있다면 사건이 늘어나는 원인을 검토하고 무분별하게 제기되는 사건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현재 월평균 임금이 300만 원 미만인 노동자는 노동위원회에서 권리구제 대리인을 무료로 선임해준다. 취지상 당연히 필요한 제도이다.
그러나 사건이 무분별하게 제기되어 행정력 낭비가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에게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할 수 있게 한다면 현재 권리구제 대리인 제도도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행정심판 국선대리인 제도와 같이 대상자를 법률상 취약계층으로 한정할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늘어나는 파이를 고스란히 감당하기 어려우면 새는 곳이 없는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사건이 늘어남에 따라서 양질의 심판위원 확보도 필요하다. 비단 공인노무사 뿐만 아니라 노동법 전문가들이 공정하게 공익위원으로 위촉될 수 있도록 객관적인 검증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확대적용함에 있어 하나의 규정을 확대적용할지와 관련하여도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개별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한다.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연차유급휴가, 연장·야간·휴일근로 확대적용 문제도 개별적으로 제도 특유적으로 발생하는 쟁점들이 있을 것이다. 사회적 합의체를 통하여 치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확대적용 문제는 어제 오늘의 논의가 아니다. 그동안 상당히 논의가 지속되어 왔다. 이번에 활발하게 논의되는 만큼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사회적 갈등의 반대급부로 노동인권 진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야 할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도 '비상구'를 열어줄 때가 된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에게도 시대에 맞는 '비상구'가 생기기를 고대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소민안 공인노무사이자 정의당 비상구 대표노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