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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리 어촌, 바다숲 조성으로 탄소중립 실현에 도전

탄핵정국 속, 사람들의 시선은 오로지 그 소란의 중심을 향해 있다. 분노와 좌절, 희망의 외침이 광장을 메웠고, 정치적 격변의 물결이 사회 전반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던 바닷속, 고요하고 어두운 곳에서는 미래를 향한 희망의 씨앗이 심어지고 있다. 사라진 바다숲을 되살리고자 하는 손길이다.

강원도 동해안의 자그마한 어촌, 광진리 마을 얘기다.

2024년 12월 30일, 강원도 양양군 광진리 어촌계는 한국해양환경생태연구소와 동해안 탄소제로센터와 함께 동해안 생태계 복원을 위한 다시마 종묘 심기 작업을 진행했다.

양양,광진리 해변 디시마 종묘를 이식하기위해 어민들과 한국해양생태연구소,동해안 탄소제로센터가 함께하고있다(2024/12/30)
양양,광진리 해변디시마 종묘를 이식하기위해 어민들과 한국해양생태연구소,동해안 탄소제로센터가 함께하고있다(2024/12/30) ⓒ 진재중

광진리 바다는 한때 풍부한 해조류와 어류로 가득했던 생태계의 보고였으나, 현재는 그 모습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특히, 전복, 성게, 우럭 등 20여 종의 해양 생물들이 의존하던 다시마가 사라지면서, 이들 생물은 먹이와 서식지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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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생물들의 급감은 지역 어민들의 생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민들은 바다에서 수확할 자원이 줄어들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민 김영화(75세)씨는 "해조류가 풍성하던 시절에는 어민들의 삶도 풍요로웠다"며,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전복, 도루묵 등 바다 생물이 사라지고 어민들의 생계도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바다숲 조성이 해조류를 되살리고 어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조류에 알을 낳기 위해 몰려든 도루묵 수온상승과 해조류군락지 감소로 도루묵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해조류에 알을 낳기 위해 몰려든 도루묵수온상승과 해조류군락지 감소로 도루묵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 진재중

한겨울 바다에서 참 다시마 종묘 이식

이번 바다숲 조성에 활용되는 해조류는 다시마다. 다시마는 과거 동해안에서 중요한 자원으로, 어민들에게 효자 노릇을 했으나 약 15년 전 동해안에서 사라졌다. 다시마는 바다 생물의 서식 환경을 제공하고, 어업에 필요한 생물 자원을 풍부하게 만들어왔다. 어민들은 이번 복원 작업이 지속 가능한 어업과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철부 광진리 어촌계장은 "바닷속 다시마가 사라지면서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하면서, "다시마 숲 조성으로 탄소제로를 실현하고 어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려고 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시마 동해안에 가득했던 토종 다시마는 20여 년 전에 사라졌고 참 다시마는 2018년부터 자취를 감췄다.
다시마동해안에 가득했던 토종 다시마는 20여 년 전에 사라졌고 참 다시마는 2018년부터 자취를 감췄다. ⓒ 진재중

서해안 백령도에서 가져온 참 다시마 종묘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 특별한 이식 작업을 진행했다. 참 다시마는 세심한 관리와 노력이 필요하다. 종묘는 실타래에 감겨 바다에 띄워지며, 성게와 불가사리 같은 조식동물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줄을 설치하는 등 철저한 방어 조치를 취했다. 더불어 다시마의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해 블록에 비료를 투입해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장태헌 백령도 선주협회 회장은 30일 통화에서 참다시마가 생태적 가치와 경제적 잠재력을 가진 해조류라고 강조하며, 종묘 관리가 성공의 핵심이라고 말하면서, "세심한 관리와 노력을 지속한다면 동해안에서도 서해안 백령도처럼 다시마숲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게 암반에 붙은 해조류의 밑동을 갉아먹어 바다를 황폐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성게암반에 붙은 해조류의 밑동을 갉아먹어 바다를 황폐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 진재중
다시마 종묘 백령도에서 가져온 참다시마 종묘(2024/12/30)
다시마 종묘백령도에서 가져온 참다시마 종묘(2024/12/30) ⓒ 진재중
다시마종묘, 감기 해저생물, 성게가 달라붙지 않게 실타래에 감고있는 곽철우 박사(2024/12/30)
다시마종묘, 감기해저생물, 성게가 달라붙지 않게 실타래에 감고있는 곽철우 박사(2024/12/30) ⓒ 진재중

동해안은 강한 파도와 불규칙한 해류로 인해 다시마 포자 부착이 어려운 환경이다. 이식 장소를 선정할 때는 암반 침식 가능성, 조류 흐름, 그리고 어민들의 어업구역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했다.

바닷속에서 작업한 한국해양환경생태연구소 곽철우 대표는 어려운 해상 여건 속에서도 다시마 시범사업에 도전하게 되었다며 "해조류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려면 광합성, 조식동물의 섭식, 어민 조업으로 인한 피해를 극복해야 하고,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해조류 숲이 조성되고 어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바닷속에 다시마 종묘를 감기위해 한국해양환경연구소팀이 입수하고 있다(2024/12/30)
바닷속에 다시마 종묘를 감기위해 한국해양환경연구소팀이 입수하고 있다(2024/12/30) ⓒ 진재중
광진리 앞바다  다시마 포자는 깨끗한 암만지대에 뿌리를 내린다
광진리 앞바다 다시마 포자는 깨끗한 암만지대에 뿌리를 내린다 ⓒ 진재중

바다숲은 해양 생물에게 서식지와 먹이를 제공하며 해양 생태계의 건강을 회복시킨다. 해조류와 해초는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해 '블루 카본'의 핵심 역할을 한다. 특히, 다시마 숲은 해양 생물들의 서식지로 바다 사막화를 막고, 어획량 증가를 통해 어촌 경제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일 양양수협조합장은 지역 내 탄소제로 어촌계 계획에 큰 기대를 표명하며, "바다 생물이 회복되고, 어민들의 소득도 향상되어 광진리가 더 풍요롭고 발전하는 어촌계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바다숲 해양생물들의 먹이원이자 쉼터이면서 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바다숲해양생물들의 먹이원이자 쉼터이면서 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 진재중

탄소제로 어촌, 환경 보호와 경제적 지속 가능성 추구

탄소제로 어촌 모델은 환경 보호와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제공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어촌 지역이 자연 환경을 보전하면서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영환 한국관광콘텐츠 대표는 바다숲 조성이 해양 생태계 복원을 넘어 어촌 경제 활성화와 지역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다숲이 수산 자원의 회복을 통해 어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원을 제공하고, 또한 스킨스쿠버와 생태체험 같은 해양 관광 활동으로 방문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해양환경생태연구소, 동해안 탄소제로센터는 이번 활동을 통해 동해안의 탄소 중립 실현과 해양 생물 다양성 증진을 목표로, 다시마숲 복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바다숲 조성에 참여한 김수아 대표는 "바다를 건강하게 하고 어촌 경제에 기여할 기회라 생각해 참여했다"며, "광진리가 전국 최초 탄소제로 어촌계로 성공할 수 있도록 어민들과 협력해 다시마 숲을 되살리고, 잘사는 어촌 마을 조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바다숲 조성은 바다생태계를 회복시키면서 해양관광을 이끌 수 있다.
바다숲 조성은 바다생태계를 회복시키면서 해양관광을 이끌 수 있다. ⓒ 진재중

추운 날씨 속에서도 바다와 자연을 위한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며, 이번 다시마숲 복원 활동은 동해안 생태계를 위한 희망의 씨앗을 심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다시마를 심는 그들의 노력은 단순한 해양복원이 아니라 생명의 가치와 자연의 순환을 되살리는 일이었다. 혼란의 시기 속에서도 묵묵히 이어온 이 노력은 어두운 2024년을 뒤로하고 2025년에 피어날 바다 속 꽃으로, 파도속에서 넘실거리며 우리 모두가 기억할 희망의 상징이 될 것이다.

스킨스쿠버와 해조류 바다숲은 바다생물의 먹이원이면서 수중생태 관광자원이다
스킨스쿠버와 해조류바다숲은 바다생물의 먹이원이면서 수중생태 관광자원이다 ⓒ 광진리 어촌계

#바다숲#어촌경제#양양광진리#다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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