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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맞서 플라스틱만다라와 산호뜨개를 통해 제주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생태예술가이자 미술치료사를 만나 인터뷰 했습니다.
3년 전 12월의 일이다. 생일을 맞아 뭔가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었다. 북적이는 생일파티 말고 오롯이 나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러던 중 sns에서 '플라스틱 만다라'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게 돼 참여를 신청했다. 한 생태예술가의 안내에 따라 바닷가 모래 속에서 주워 모은 작은 플라스틱들을 집어 마음이 가는 대로 늘어놓았다. 고요함 속 파란 색깔에 유독 마음이 끌렸고 파란 조각들을 주워 먼저 참여한 사람들이 만들어 둔 형태에 이어 연결해 갔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의 완성된 그림은 바다거북이였다. 내 손가락은 바다거북이의 일부에 참여하면서 거북이가 되었고, 내 몸은 바다가 되었다. 몸과 마음이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안내한 이는 생태예술가 정은혜 님이다. 억새가 만발한 11월 말, 제주시 한 카페에서 정은혜님을 만났다.

"어떻게 이런 것들이 있지"... 바다 생명 보니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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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혜 선생님(이하 은혜) 반갑습니다. 최근까지 온라인으로 미술치료 워크숍을 진행하셨던데 성황리에 잘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뿌듯하셨을 것 같아요. 그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기로 하고 일단 바다에 대한 은혜 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바다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에요. 아버지가 바다와 수영을 되게 좋아하셨어요. 바다에서 수영하다 보면 아빠랑 얘기하고 아빠랑 함께 위에 떠 있는 그런 느낌이에요. 2010년 즈음엔 바다 다이빙 하면서 산호와 바닷속 생명들을 처음 봤는데 너무나 웃음이 났어요. 어떻게 이런 것들이 있지 싶은 거예요."

 생태예술가이자 미술치료사인 정은혜 작가
생태예술가이자 미술치료사인 정은혜 작가 ⓒ 정은혜

- 바다 다이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어떻게 바다 생명체들에게 관심 갖게 되었나요?

"십 년 전 쯤인가, 녹색연합 해양생태팀과 강정해군기지 측과 해외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하는 자리에 제가 통역 자원봉사를 맡게 되었어요. 열띤 토론이 벌어지는데 저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더라고요. 전문 용어들이 오가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 결국 통역을 못했어요. 몹시 부끄러웠고 도대체 물속에 뭐가 있길래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열띤 토론을 할까 궁금했어요. 직접 봐야겠다 싶어 다이빙을 배웠죠."

- 첫 다이빙의 느낌은 어땠나요? 어디 바다로 들어가신 거예요?

"서귀포 앞 범섬 바다였어요. 들어갔는데 그냥 어이가 없었어요.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장면들이었죠. 산호는 사진으로 많이 보긴 했어도 실제의 바다는 상상을 초월했어요. 갑자기 꽃밭이 펼쳐지는데 그냥 웃음이 났어요. 기가 막히고 놀랍고 말도 안 되고 그런 장면이었어요."

- 저도 얼마 전에 범섬 앞바다에 들어갔는데 똑같이 느꼈어요. 너무도 놀랍고 기가 막히고 그냥 막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바닷속에 어떻게 꽃동산이 있는 거지? 그런 생각에서요. 자, 이제 며칠 전까지 진행하신 프로그램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외로움의 연결>은 어떻게 하시게 된 건지요?

"저는 생태예술가이고 미술치료사입니다. 지난 1주일 간 매일 한 시간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한 프로그램 <외로움의 연결>은 미술치료사로서의 활동이에요. 3년째 되는 이 프로그램은 이태원 참사 직후에 시작한 거예요. 그 무렵이 제 생일이었고 생일파티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거예요. 너무 괴롭고 슬펐어요.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슬픔의 연대>라는 응급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순식간에 미술치료사 수 십 명이 모였고 포맷이 완성되고 홍보까지 5일 만에 다 끝났어요.

온라인으로 매일 100명 정도가 들어왔어요. 우리 서로 붙잡자 그런 마음으로 했던 것 같아요. 힘들고 괴로울 때 사람들은 보통 차가운 동굴 속이나 절벽 위에 서 있는 느낌을 많이 받거든요. 그래서 '둥지 워크숍'을 준비했어요. 참여자들에게 새 둥지를 상상하게 해서 스스로 보호하고 서로를 따뜻하게 안고 안정시키는 거예요. 작년엔 보살핌이 주제였고 올해는 '외로움'이 주제였어요. 세상이 점점 외로워지고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거예요. 이번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사람들이 외로워서 지구를 파괴하는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 사람들이 외로워서 지구를 파괴한다고요? 더 설명 해주신다면요?

"사람들이 다 각자 따로 사니까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거고, 일회용품 많이 쓰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누는 것도, 나눠 달라고 하는 것도 어색해하게 되니까 각자 사는 거잖아요. 각각 따로 물건이건 도구건 각자 구비하고 이러면서 소비가 늘어나는 게 아니겠어요.

누군가를 보살피거나 보살핌을 받는 걸 어색해 하는 사회가 되니 각각 따로 사는 사회가 되었고 그러다 보니 점점 소비는 늘고 개발과 자연 파괴가 늘어간다고 생각해요. 타인과 연결이 되어야 대화가 가능하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과도 얘기할 수 있어야 전지구적 문제도 다룰 수 있을 것 같아요."

 해녀 불턱 앞의 산호뜨개
해녀 불턱 앞의 산호뜨개 ⓒ 정은혜

- 생태예술가 활동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플라스틱 만다라 작업도 산호 뜨개 작업과 전시도 활발하게 하시던데 어떻게 그런 작업을 하시게 되었는지요?

"플라스틱 만다라는 바닷가 모래 속에서 플라스틱 알갱이들을 주워 작업하는 건데 6년 째 하고 있어요. 산호 뜨개는 사람들한테 뜨개질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산호에 대해 서로 얘기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각자 뜨개질로 산호의 부분을 뜨고 나중에 그 부분들을 연결해서 산호 군락을 만드는 거죠. 그렇게 만들어진 산호뜨개를 전시합니다.

얼마 전에는 조천읍 신촌리 해녀 탈의실에서 전시회를 했는데 사람들이 자연과 만나는 경험을 갖게 했어요. 하이라이트는 해녀 불턱에서 사람들이 같이 뜨개질 한 산호 군락을 전시하고, 산호 뜨개 옷을 입고 무용수와 1대 1로 산호 춤을 추는 거였어요. 정말 아름다웠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이 생명, 모른다는 게 안타까워

- 은혜 님에게 산호는 어떤 존재인가요? 산호에 왜 그렇게 꽂히신 건가요?

"산호는 제게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생명이에요. 저는 아름다움에 움직이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이 아름다운 걸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 이 아름다운 산호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산호 뜨개를 하는 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인데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이 산호에 대해 이야기하고, 산호에 대해 알아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요. 그러면서 산호가 사람과 같다는 생각을 해요. 사람들이 각자 떨어져 살지만 결국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걸 산호를 보면서 떠올리게 되는 거죠. 산호를 보면서 지구 전체의 연결을 상상하게 되거든요."

 해녀 불턱 앞에서 산호 춤을 추다
해녀 불턱 앞에서 산호 춤을 추다 ⓒ 정은혜

- 심리·미술치료 같은 건 개인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극히 개인적인 일에 해당되는 분야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은혜님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개인적인 것으로 시작되지만 결국은 연결이 필요하고 사람들 사이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각자도생으로는 문제가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은혜님의 미술치료 작업과 생태예술 작업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이런 작업에 함께 했던 미술치료사들이 되게 감격스러워해요. 왜냐하면 치료사들은 다 각자 활동하는 외로운 직업이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손을 잡으면 사회를 위해 뭔가 할 수 있구나, 그런 경험을 하게 된 거죠. 그 경험을 후배 치료사들, 동료 치료사들과 나눌 수 있어서 되게 기뻤어요. 미술치료계에서도 이 작업을 독특하게 바라보고 있고 그 덕분에 지난주에 학교에서 '사회를 위한 미술치료'를 주제로 발표를 하기도 했어요."

- 은혜 님은 어떻게 이런 데에 관심을 갖게 된 거예요? 개인의 마음을 돌보는 일을 넘어 세상의 슬픔과 사회적인 위로에 대해 언제부터 관심을 가진 건지요?

"옛날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우크라이나 전쟁 났을 때도, 네팔 지진 났을 때도, 아이티 지진 났을 때도 주변 사람들과 함께 작품 기증받아 전시회 해서 돈을 마련해 보내기도 했고요. 제주에 예맨 난민들 왔을 때는 예맨 어린이들 미술치료도 했어요. 예맨 난민들이 제주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찾아갔어요. 떨리는 마음으로 아랍어 몇 마디 준비하고 미술 재료들 싸 가지고 숙소로 찾아갔어요.

아랍어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싶다고 쓴 종이를 보여 줬더니 예맨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더니 어느 방으로 저를 데리고 가더라고요. 방문을 딱 열었는데 아이들이 모두 다 저를 쳐다보는 거예요. 말도 필요 없이 준비해 간 미술 재료들 꺼내 놓고 그리게 했어요.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신나 하더라고요. 마치 영화 같은 장면이었어요."

 제주 바다 앞의 산호 뜨개
제주 바다 앞의 산호 뜨개 ⓒ 정은혜

- 말은 안 통해도 미술로 예맨 아이들을 만난 거네요. 미술이라는 도구가 낯선 사람들을 연결시키고 얼었던 마음을 녹이는 역할을 한 것 같아요. 말이 필요 없던 그 상황이 매우 감동적입니다. 미술은 굉장히 큰 힘이 있네요. 은혜 님은 그동안 해 왔던 일도, 현재 하고 있는 일도 많은데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최면이요. 최면 요법으로 사람들이 금연에 성공하기도 하거든요. 그런 것처럼 최면 요법을 통해서 새벽 3시 정도가 되면 사람들이 바닷가에 가서 쓰레기를 줍거나 플라스틱을 아예 쓰지 않게 되거나 배달 음식 대신 장바구니를 들고 장에 가거나 하는 거요. 무의식에 집어넣는 거죠.(함께 웃음)

사람들이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피곤해 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곤 해서 생각해본 건데요.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즐겁고 감동적인 방식으로 만나고 싶어요. 예술은 마음의 한계를 뛰어넘는 감동이 있거든요."

- 예술도 치료도 지금까지 잘해오신 것처럼 앞으로도 그러실 것 같아요. 긴 시간 마음의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뉴스레터에도 실립니다.


#제주바다#기후위기#산호#플라스틱만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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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에서 기후위기에 맞서는 사람들

젠더, 생태, 평화, 인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으며 현재 제주에 살고 있다. 섬과 뭍을 오가며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데 시간을 보내는 삶을 만끽하는 중. '홍시'라는 별칭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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