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가 개념에 의해 해명되듯이, 리얼리티는 관점에 의해 설명된다. 이 연재는 청년 세대의 관점에서 바라본 북향민의 리얼리티다. 그리고 다시금 통일에 대한 비전을 기록한다.[기자말] |
'보통의 삶'은 누구나 누리는 삶 같지만 대한민국을 사는 탈북청년들에게는 꿈이자 목표다. 대단한 승자의 꿈을 꾸는 게 아니다. 평범할 수 있다는 것, 그런 보통의 삶을 이루기 위해서 탈북청년들은 치열하다. 그 치열함은 그저 '평균'에 스며들기 위한 노력이다. 학업에서, 생업에서, 취업에서, 모든 부분에서 반드시 '평균'이 되고 싶다는 것, 돼야 한다는 열망이다. '평균'이란 무엇일까? 다양한 상황에서 다르게 적용될 '평균'의 기준은 무엇일까?
탈북청년들에게 '평균'이란 그저 '한국사람'처럼 보이는 것이다. 북에서 왔다는 사실이 인생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 그렇게 되려면 일반 남한청년들과 비슷해져야 한다. 교육 수준에서, 문화적 경험에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러하다.
'연줄' 사회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탈북청년들의 분투는 치열하다. 어떻게든 '평균'에 속해야 한다. 탈북청년들은 북한출신이라는 이유로 쉽게 과소평가 된다. 단지 그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감시와 경계의 대상, 혐오와 회피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차라리 출신을 숨겨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태어난 고향이 실력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편견을 깰 수 있는 방법은 자신들이 과소평가 됐음을 실력으로 증명하는 것이며, 그런 실력을 갖추는 일이다. 탈북청년들이 이런 간단한 원리를 모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다양한 교육자본 획득에 총력을 기울인다. 나 또한 그랬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 필요는 없겠지만, 그 시선이 긋는 잣대를 깨뜨릴 필요가 있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실력이 필요했다. 최고가 될 필요는 없었지만 뒤쳐져서는 안 됐다.
북향민 한 사람이 한국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은 북향민사회 전체 입장에서 아주 중요하다. 소수자 집단일 경우, 한 사람이 커뮤니티 전체를 대표하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이가 이런 생각으로 사회 다양한 분야에 도전한다. 취업도 그중 하나다. 인사담당자는 출신 배경과 문화적 경험을 두루 살펴볼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그런 배경이 합격과 탈락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며, 어디에서든지 선입견이 있을 것이다.
이미 결정된 배경과 경험을 바꿀 수 없는 탈북청년들은 결국 선입견을 허무는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어떤 방법으로 선입견을 허물겠는가? 이에 대한 나의 답변은 그저 '실력'이었다. 그렇지만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낸 청년들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들은 오늘도 '평균' 속에 스며들기 위해, 보통의 대한민국 청년이 되기 위해 이러한 고민들을 하며 살아간다.
덧붙이는 글 | 조경일 작가는 함경북도 아오지 출신이다. 정치컨설턴트, 국회 비서관을 거쳐 현재 작가로 활동하며 대립과 갈등의 벽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줄곧 생각한다. 책 <아오지까지> <리얼리티와 유니티> <이준석이 나갑니다>(공저) <분단이 싫어서>(공저)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