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가 개념에 의해 해명되듯이, 리얼리티는 관점에 의해 설명된다. 이 연재는 청년 세대의 관점에서 바라본 북향민의 리얼리티다. 그리고 다시금 통일에 대한 비전을 기록한다.[기자말] |
많은 북향민(탈북민)들이 기본적으로 부채의식을 느낀다. 고향을 떠나온 데다 나만 한국에서 편하게 살고 있다는 마음, 북에 남겨진 이들에 대한 미안함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인생도 이곳에서 맨땅에 헤딩해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하기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무사히 잘 정착하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역할을 다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토록 경쟁이 치열하고 각박한 사회에서 잘 살아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공하는 삶이니까. 그리고 이렇게 성공한 삶을 살아낸 이들은 잊지 않고 다음 스텝을 생각한다.
"떠나온 고향 땅을 위해 우리는 어떤 식으로 더 기여할 것인가?"
현재 대한민국에는 3만 5천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탈북하여 정착해 살아가고 있다. 한국에 와서야 새로운 꿈을 찾은 사람들. 혹자들은 이들을 향해 '먼저 온 통일'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인 청년들은 별 감흥이 없다. 모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 다른 생존 투쟁을 하고 있을 뿐이다.
먹고사는 것도 급급한데 통일을 위한 소명이라니. 평범하게 산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현실에서 잠시 내려놨던 통일에 대한 열망은 조금씩 잊힌다. 한국 사회 안에서의 정착은 점점 더 어려워져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기 시작했다. 모두가 통합을 말하지만 잡음과 사각지대는 여전히 발생한다.
북한의 체제와 문화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탈북자의 존재는 무엇일까? 통일 후 상황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실험체? 탈북자가 한국 사회 제도권 안에서 잘 정착하여 산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그들이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통일은 확실히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북향민 청년들의 입장에 서서 사회통합의 가능성과 한계를 엿보고 싶다. 이들의 한국 사회 적응기와 고민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과 한계를 한층 깊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집단으로 다가오는 '탈북자 사회'가 아니라, 개인으로 존재하는 청년의 고민이라면, 우리로서 한 발 더 다가가 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리얼리티와 유니티. 이 연재는 새로운 땅 한국 사회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들, 그중에서도 청년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었다. 평범할 수 있다는 꿈을 위하여 평균에 스며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북향민 청년들의 이야기다.
덧붙이는 글 | 조경일 작가는 함경북도 아오지 출신이다. 정치컨설턴트, 국회 비서관을 거쳐 현재 작가로 활동하며 대립과 갈등의 벽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줄곧 생각한다. 책 <아오지까지> <리얼리티와 유니티> <이준석이 나갑니다>(공저) <분단이 싫어서>(공저)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