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위한 본격 행동에 나선다. 의대 인원 증원 문제로 불거진 의정 갈등이 8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는데도 아직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국회가 한때 추진했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정부 반발에 가로막혀 답보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 의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협의체를 구성해줄 것을 촉구하면서도 "국회의장도 이제는 나서서 같이 (협의체 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참여 의지를 드러냈다.
국회의장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힘 보태겠다"
우 의장은 30일 오후 국회에서 한 대표와 만나 "의정 갈등이 많이 답답해서 뵙자고 했다"며 첫마디를 뗐다. 우 의장은 특히 "국민들의 걱정과 불안이 아주 큰 상황이고 저도 참으로 답답하다"며 "국회 개원식에서 여·야·의·정 협의체와 환자 단체까지 사회적 대화를 하자고 제가 제안했고 한 대표도 그런 제안을 해서 탄력을 받을까 하고 추석 연휴가 시작될 때 법안 처리도 뒤로 미뤘는데 여전히 협의는 시작되지 못 했다"고 토로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을 추석 연휴 직전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당시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협의체 구성에 괜히 찬물을 끼얹게 될까 우려한 우 의장이 본회의 상정을 미루면서 해당 법안들도 처리가 늦어졌다. 하지만 연휴 기간 '의료 대란'이 터지지 않으면서 정부는 소극적으로 돌아섰고 협의체 구성도 요원해졌다. (관련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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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우 의장이 내놓은 해법은 '조건 없는 대화'다. 우 의장은 "이해 당사자들이 만나서 대화를 하면 안 풀리는 문제가 없다"면서 "대화를 하려면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를 향해서도 "그동안 애를 많이 쓴 건 알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노력해 달라"고 조언했다. 특히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라며 "문제 해결 의지와 대화를 시작하려는 결심"이라고 언급했다.
또 "의료계도 정부도 전제 조건 없이 국민의 어려움과 고통을 감안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야 한다"며 "국회의장도 협의체를 들어가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최근 정부가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추진 중인 사실을 언급하며 "이때야말로 여야 여·야·의·정 협의체를 꾸려야 할 때"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필요한 의사 수를 추산하는 것보다, 협의체 구성을 통한 대화가 먼저라는 것이다. 우 의장은 "일방적으로 (의사 정원을) 정해서 발표하면 갈등이 생긴다"며 "그게 아니라 협의체를 통해 논의해가는 과정에서 이 기구도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동훈 "얼굴 가리면 의장과 입장 똑같아" 공감대 형성
이에 한 대표는 "대화를 시작하는 게 문제 해결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얼굴을 가리면 의장과 제 말이 거의 같을 것"이라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지금까지 의료계의 입장을 많이 들었는데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이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 대표 역시 정부의 수급추계위원회에 대해 "이 시스템은 협의체에서의 해결책과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에 가능한 것"이라며 "그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협의체 출범이 지금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하고 거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협의체 구성에 있어, 우 의장의 역할은 주로 '의료계 설득'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접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 의장이) 의료계와의 직접 만남을 이어가면서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