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난히도 무덥고 길었다. 역사상 신기록을 계속 갱신했던 그 무덥던 더위를 간신히 넘기고 나서 며칠 전 오랜만에 멀리 목포까지 여행을 했다. 비가 대단히 많이 내린 뒤라서 날씨는 더욱 맑았고 기온도 제법 상쾌했다.
목포에 도착해서 금강산도 식후경, 배가 고프니 먼저 목포 음식을 찾아본다. 목포야 원래부터 먹을 것 천지로 유명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이번에는 먼저 색다르게 준치회부터 병어찜, 갈치구이부터 먹어봤다.
준치회는 이번에 처음 먹어보는 건데 너무 맛있다. 병어찜은 가성비 좋은 특별식이고 갈치는 서울에서는 구경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맛이 매우 좋았다.
유달산이 있는 목포의 정경
다음날 목포 북항에 가서 해상 케이블카를 탔다. 총 길이 3.23km의 국내 최장 케이블카로서 목포 북항에서 고하도까지 연결된다. 중간에 최고 높이 155m 상공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니 자못 아찔하다.
맑게 갠 날씨에 파아란 하늘과 초록의 도시, 투명한 바다가 잘 어울려 목포 전경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돌아오는 길에 유달산에 내려 유달산 정상까지 올라간다.
험한 바위들이 줄 지어 있어 꽤나 힘이 드는 난코스이지만, 올라갈수록 아름답게 펼쳐지는 풍광의 유혹은 발걸음을 계속 재촉한다. 유달산에 올라 굽어보니 목포가 완전하게 유달산을 중심으로 구성된 도시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렇게 유달산을 내려와 막걸리에 간단한 요기를 했다. 다시 힘을 비축한 뒤 이제 갓바위 구경에 나섰다. 갓바위는 천연기념물로 오랜 풍화 작용과 바닷물의 침식 작용으로 지금과 같은 기묘한 형태가 표현되었다.
저녁에는 본격적으로 '목포의 본맛'을 맛볼 차례다. 막걸리 한 잔에 홍어삼합부터 시작하여 낙지호롱이며 낙지탕탕이 그리고 연포탕을 맛봤다. 역시 명불허전의 맛이다.
현지인들 맛집에 가서 고소한 맛의 민어전도 즐길 수 있었다. 다음날 돌아오는 날에 마지막으로 한상 가득 차려오는 한정식까지 잘 차려 먹고 왔다. 이번 목포 여행보다 더 만족스러운 식도락 코스는 찾기 어려울 듯하다.
한 가지, 목포를 떠나오면서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말이 있다. 바로 목포 택시기사분이 하신 말씀인데, 목포 사람들이 살기 팍팍한 것이 꼭 독립군 후손을 닮았단다.
친일파 후손들은 떵떵거리고 잘 살고 있는데, 목포 사람들은 독립군 후손처럼 가난하고 고생하면서 살고 있다는 말씀이었다. 부인하기가 좀 어렵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