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D-1. 수차례 공개적으로 의견 진술 기회를 요구했지만 출석 요청을 받지 못한 최재영 목사가 '자신이 김 여사에게 청탁을 했다'는 입장이 담긴 의견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이는 자신에게 형사적인 죄가 있다는 걸 자백하는 의미로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명품백 등 금품을 제공한 동기에 대해 공개적으로는 '언더커버(접근하기 힘든 곳에 비밀리에 하는 정보활동)'라는 논리를 펴왔다.
5일 오전 11시 최 목사는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쪽짜리 수사심의위다. 저를 불러서 의견 진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고 담당 수사관 등과 통화했지만, 무시되고 배제된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하루 전이지만 오늘 의견서를 공개해 언론이 보도하면, 내일 수사심의위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전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담당 검사가 '청탁 아니지요?' 이런 방식으로 유도신문"
최 목사는 의견서에 검찰 조사 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검사가 (명품백 등의 수수가) 청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 직무관련성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저한테 설명하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특히 "담당 검사가 '청탁이 아니지요?' 이런 방식으로 유도신문을 했다"라고 했다.
최 목사는 "피의자인 저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맞서서 이를 반박하거나, 청탁이 맞고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강하게 주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그럼에도 청탁이라는 취지로 이야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론적으로 저의 부탁은 청탁에 해당되지 않고 직무관련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되고 수사가 종결됐다"라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실제로는 선물을 준 행위와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부탁은 청탁의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 맞고, 직무관련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선물과 부탁은 청탁 목적이 맞다"
검찰은 최 목사가 김 여사가 건넨 180만 원 상당의 샤넬 향수·화장품 세트, 300만 원 상당의 디올백 등은 순수한 감사의 의미만 있거나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수단으로서 청탁과 관련 없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에 대한 국정자문위원 임명이나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재송출 등의 청탁도 김 여사가 반응이 없거나 내용을 알았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최 목사는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2022년 6월 20일 샤넬 향수·화장품 세트를 주고 나서 곧바로 김건희 여사에게 ① 미국 민간외교사절단 행사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고 ②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을 청탁했다"면서 "이러한 사실관계에 대해 검찰에서는 어떻게 이 사안에서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한 "김건희 여사는 이미 여러 가지 청탁을 받은 후에도 2022년 9월 13일 명품가방을 받았고, 명품가방을 받고 나서도 (저는) 또다시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 국립묘지 안장을 요청하고, 통일TV 재송출 문제에 대하여 청탁을 했다"면서 "이러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검찰은 어떻게 저와 김 여사가 명품가방을 주고받은 것이 직무와 관련하여 받은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샤넬 향수·화장품세트, 명품백을 받은 사실은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기에 너무나도 충분한 점 ▲김 여사의 지위는 대통령 배우자라는 점 ▲대통령의 업무는 매우 광범위하고 막강한 점 등을 언급하면서 "저와 김건희 여사의 행위는 능히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사건과 관련된 청탁금지법 구성요건은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공직자 등의 ① 직무와 관련하여 ② 금지되는 금품 등을 받으면 충족되는 것"이라면서 "금품제공자가 청탁을 하지 않았더라도, 공무원 등이 청탁을 거절하였더라도, 직무와 관련하여 금지된 금품을 받으면 청탁금지법 위반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 의견서 제출
최 목사는 대검찰청 민원실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어 사실상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서울중앙지검에도 제출했다. 최 목사는 앞서 자신의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 개최를 신청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9일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부의심의위원회를 연다.
수사심의위는 6일 검찰 수사팀과 피의자 김건희 여사를 불러 의견을 청취하고 해당 사건의 최종 처분을 심의한다. 수사심의위원들이 김 여사가 무혐의라고 주장하는 수사팀과 김 여사 쪽 의견만 청취하는 상황이라, 결론이 정해진 요식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