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조례까지 만든 경기도 안양시와 군포시 공무원 상당수가 점심을 먹은 뒤 일회용컵을 청사에 반입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를 진행한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아래 안양권 환경련)'은 5일 결과를 발표하며 "모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이 조례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촉구하기 위해 계속해서 의왕 등 공공청사 일회용품 사용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양권 환경련은 올해 7월과 8월 공무원 일회용품 사용 현황 조사를 했다. 조사자가 안양시청과 군포시청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입장 인원과 그중 일회용컵을 반입하는 인원, 다회용컵 사용자, 개인컵(텀블러) 사용자 수를 파악해 그 결과를 합산한 뒤 평균을 내는 방식이었다.
조사자는 안양권 환경련 회원과 자원봉사자 2명 등 총 3명이다. 휴대용 계수기를 이용해 입장하는 사람 수를 헤아렸다. 안양시청 조사에는 삼성초등학교 환경동아리 그린리더 6학년 학생 6명이 참여해 일회용컵 사용자 수를 측정했다.
군포시청 조사는 지난 7월 22일~24일, 8월 26일과 29일 진행했다. 안양시청 조사 일자는 8월 19일. 점심시간인 12시부터 오후 1시에 조사를 실시했다. 군포시청 조사장소는 로비 와 민원실 출입구였으며 안양시청 조사장소는 로비와 남측 출입구, 지하 매점 등 세 곳이었다.
조사 결과, 7월 군포시청에 입장한 사람 중 54.5%가 음료가 담긴 일회용컵을 사용했다. 8월에는 이보다 조금 줄어 군포시청에 입장한 사람 중 41.8%가 일회용컵을 사용했다. 안양시청 일회용컵 사용자 비율은 27.7%로 조사됐다. 수도권 조사 결과를 놓고 봐도 군포시가 특히 높다는 게 안양권 환경련 설명이다.
"공공청사 일회용품 사용 줄이고 다회용컵 사용 시스템 마련해야 "
안양권 환경련은 "군포시청과 안양시청 모두 수도권 평균보다 높은 비율로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환경운동연합에서 전국 단위로 진행한 공공청사 일회용 컵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의 일회용컵 사용률은 평균 23.3%였다.
군포시는 '군포시 일회용품 줄이기 활성화 지원 조례'에서 "군포시장은 공공기관에서의 일회용품 줄이기 활성화를 위한 시책을 적극 발굴, 추진하고 환경 보존과 자원의 순환적 이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제도를 마련하고 여건을 조성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했다.
안양시 역시 '안양시 공공기관 일회용품 사용저감에 관한 조례'에서 군포시와 같은 내용을 시장의 책무로 규정했다. 또한 안양시는 '공공기관의 일회용품 사용 저감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공공기관의 일회용품 사용 및 제공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을 추가 규정했다.
이동현 안양권 환경련 차장은 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전국 환경련 차원 조사의 일환으로 한 조사"라며 "수도권과 비교해도 군포시가 특히 높아 2회에 걸쳐 조사했다"라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지정한 자원순환의 날(6일)을 앞두고 공공청사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오늘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안양은 군포에 비해 일회용컵 사용 비율이 낮은 편인데, 그 이유는 안양시청 안에 있는 카페에서 다회용컵을 제공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 차장은 또한 "민원인이 적은 점심 시간에, 그것도 청사로 들어오는 인원을 조사했기에, 조사 대상 대부분이 공무원으로 추정된다"라면서 '공무원 상당수가 점심을 먹은 뒤 일회용컵을 청사에 반입하고 있다'고 결론 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공이 민간에 일회용품을 줄이자고 제안하려면 먼저 앞장서야 함이 당연하다"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을 금지하고 다회용컵 사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