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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쟁 ⓒ stijnswinnen on Unsplash

폭력의 시대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2년을 훌쩍 넘겨 3년 째에 접어들었고, 지난 10월 이후 본격화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제노사이드는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너무 많은 생명들을 잃었고, 전쟁범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인류애에 대한 호소가 이제는 더이상 소용이 없어 보일 지경이다. 기후위기를 사는 인류에게 전쟁은 또다른 무력감을 가져다 주는 일이기도 하다. 모든 자원을 동원해 협력과 대화에 나서도 망가지는 기후를 막기 힘든 마당에, 전쟁을 하며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현실을 마주할 때면, 생존을 말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걸까 하는 자조가 들기도 한다.

전쟁은 그 자체로 반인도적인 범죄이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전쟁은 또다른 가해의 책임을 가진다. 전쟁 자체가 거대한 탄소집약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시만 들어보겠다. 지난 6월, 전쟁 온실가스 회계 이니셔티브 (IGGAW)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야기한 기후피해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2022년 2월 부터 2년 동안 전쟁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네덜란드의 한 해 배출량을 훌쩍 넘는 1억 7500만 톤에 달하며, 기후 피해를 액수로 따지면 320억 달러 (한화로 약 44조 원)에 이른다. 전투에 동원되는 군사장비와 탄약, 장비를 생산하고 보급하는 과정에서는 물론, 산불, 에너지 기반 시설의 파괴로 인해 막대한 탄소배출이 발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쟁지역의 영공 폐쇄로 민간 항공로가 변경되면서 추가적인 탄소배출이 발생하며, 전쟁으로 파괴된 건물과 기반시설의 재건 과정에 역시 큰 기후 부담이 생겨난다.

전쟁으로 인해 주변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군비를 증강하는 데에 따른 탄소배출과 기회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2023년 한 해 동안의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 4300억 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3375조 원으로, 1초에 1억 원이라는 돈이 군사비에 쓰인 것이다. 지난해 7월, NATO는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의 최소 2%를 방위비로 지출하는 가이드라인에 합의했다. 트랜스내셔널 등은 이 가이드라인이 현실화 될 경우, 4억 6700만 톤의 추가 온실가스 배출이 발생하게 될 것이며, 2028년까지 추가로 2조 5700억 달러를 기후 비용에서 전용하게 될 것이라며 비판했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사회로 초점을 옮겨본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한국의 무기수출에 유례 없는 호조로 작용하고 있다. 전쟁의 첫 해, 한국의 무기 수출은 전년 대비 2배가 훌쩍 넘는 수주액을 기록했고, 업계와 정부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무기수출액이 200억 달러를 넘길 것을 내다보고 있다. 전쟁의 그림자 속에서 더 많은 나라들이 더욱 무장을 하고, 우크라이나로의 무기지원 역시 많아진 영향이다. 이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무기산업을 한국의 신성장동력으로 호명하며, 방산 세일즈 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후위기 앞에서 무기산업의 호조는 무엇을 뜻할까. 탄소집약 전쟁의 장기화와 기후비용의 축소를 말한다. 우리 사회가 전쟁의 북소리에 춤을 추며 K-방산의 도약을 축하하는 가운데, 기후문해력은 그 축하에 찬물을 끼얹어야 할 이유를 분명이 보여준다. 무기수출이 신성장동력이 되는 사회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일조할 뿐 아니라, 기후위기를 사는 모든 존재들의 삶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우리 삶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라는 위협은 우리의 삶이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는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음을 알려주고 있다. 기후위기라는 위기 앞에서 전쟁과 우리 각각의 삶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907기후정의행진을 통해 던져야 할 질문 중 하나다.

윤석열 정부는 오는 10월 1일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K-방산의 주력 무기들을 동원한 시가행진을 예고했다. 군사력을 내세운 안보는 군비경쟁을 촉진하며 전쟁을 앞당긴다.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을 우려하는 가운데, 국내 평화단체들은 전쟁이 기후위기의 주범임을 고발하며 907기후정의행진에 나설 계획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전쟁과 전쟁준비를 멈추라고 말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더 많은 무기, 더 많은 군사비, 더 많은 군대는 우리 삶을 단 한 번도 지킨 적이 없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Climate damage caused by Russia's war in Ukraine., Initiative on GHG of war., 2024
2. Climate crossfire: How NATO's 2% military spending targets contribute to climate breakdown., Transnational Institute, Stop Wapenhandel, Tipping Point North South., 2023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뭉치 님은 피스모모 액션리서치 팀장입니다.


#기후정의행진#907기후정의행진#기후정의#피스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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