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지역 농민들이 쌀값 보장을 요구하며 1년 동안 정성들여 지어온 논을 갈아엎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은 4일 상주시 낙동면 장곡리에서 '쌀값 보장! 농민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논을 트랙터로 갈아엎어버렸다. 이날 행사에는 경북 지역 농민 150여 명이 참여했다.
농민들은 "이삭이 달리고 고개를 숙인 벼를 보며 한껏 설레야 할 시기에 폭락을 거듭하는 쌀값 앞에 한숨만 쉬고 있다"면서 쌀값 폭락에 울분을 터뜨렸다. 경북도연맹이 밝힌 쌀값은 지난해 10월 21만7552원에서 올해엔 17만 원대로 떨어졌다. 이는 45년 만의 폭락이라던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은 "정부는 수년간 쌀이 쌓이는 이유는 소비량 감소와 과잉생산이라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5년간 평균 쌀 자급률은 94.3%로 100%에 미치지 못하고 지난 5년 중 5년은 수요량만큼도 생산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쌀값 폭락의 원인은 국내 생산량과 관계없이 매년 들어오는 40만8700톤의 수입쌀 때문"이라며 "국내생산량의 11%에 달하는 수입쌀이 공급과잉을 불러오고 우리 쌀의 설 자리를 빼앗아 가격을 폭락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확 앞둔 벼, 비통한 마음으로 갈아엎는다"
농민들은 "윤석열 정부가 쌀값 보장 요구에 쌀 적정생산과 전략작물 재배사업 확대만을 얘기하고 있다"며 "매년 해오던 공공 비축미 매입계획을 폭락하는 쌀값 대책이라고 자화자찬하는 등 동문서답식 정책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쌀값 20만 원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수입쌀에 대한 수입중단을 포함한 해법을 마련하고 생산비 상승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금액이지만 쌀값 20만 원을 보장하는 것이 쌀값 폭락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농민에 대한 도리라는 것이다.
이들은 논을 갈아엎기에 앞서 "오늘 수확을 앞둔 벼를 비통한 심정으로 갈아엎는 것은 반농업·반농민 폭정을 이어가고 있는 윤석열 정권을 갈아엎겠다는 농민들의 결연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재동 경북도연맹 의장은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은 쌀값 뿐 아니라 모든 농산물, 먹거리 등에 대해 관심이 없다"며 "우리 농민들의 목소리에는 관심이 없고 계속 수입을 확대하겠다고만 한다. 우리 농민들은 윤석열 정부를 갈아엎겠다는 심정으로 오늘 논을 갈아엎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