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 계속 껑충'
'폭염보다 뜨거운 서울 부동산'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는 뉴스들이 쏟아지고,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등의 신조어가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어떤 이들은 대출 규제를 영리하게 피한 '영끌'로 부동산 투자 대열에 합류하고, 어떤 이들은 하염없이 손가락만 빨다가 아쉬움과 자책감으로 잠을 못 이룬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특히 아파트는 투자의 대상으로 통한다. 오죽하면 '부동산 공화국'이겠는가.
통계를 살펴보면 이런 경향은 명징하게 드러난다. 대한민국 가구당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은 76%(2022년 기준)에 달한다. 또, '머니투데이'가 올해 6월 여론조사전문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한 조사에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 부자가 될 수 있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법은 무엇으로 생각하냐'는 질문에 '부동산 투자'가 28.6%로 1위에 올랐다.
최근까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그나마 떨어진 수치다. 2021년 조사에서는 무려 40.8%였다. 사람들의 관심은 '어디에 아파트를 사야 집값이 오를까'에 꽂혀 있고, 대화의 주제도 '어느 지역의 아파트 값이 얼마나 올랐느냐'에 매몰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공인중개소에서 매매/계약되는 매물 중 대부분이 투자 혹은 투기에 적합한 전형적인 구조의 아파트로 제한된다.
"모든 사람이 잠재되어 있는 감각을 일깨우는 즐거운 공간을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별집 부동산의 사명)
이런 투기 광풍의 시대에도 다른 관점으로 '집'을 바라보는 중개사무소가 있다. 바로 '별집 부동산'이다. 그곳은 "불이 켜진 날보다 꺼진 날이 더 많"은 "온라인 기반의 부동산"이고, 소위 관할이 없어서 "서울, 경기도, 강원도, 충남, 제주도까지 전국에 매물이 있"는 독특한 중개사무소이다. 이 부동산의 운영자는 전명희씨인데, <나다운 집찾기>(파이퍼프레스)의 저자이기도 하다.
별집 부동산은 일반적인 부동산과 달리 운영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다. 후자가 "희망하는 매매/임대 조건을 이야기하면 공인중개사가 적합한 매물을 추려 보여주는" 방식이라면, 별집 부동산에서는 "손님의 희망 조건에 맞는 매물을 개별적으로 찾아"주지 않을 뿐더러 "들어오는 매물을 모두 중개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별집의 기준에 맞는 공간만 소개"한다.
이런 유별난 방식을 취하는 까닭은 공간의 매력을 추구하는 별집 부동산의 사명 때문이다. 건축을 전공한 저자는 20년 넘게 독자적인 관점과 가치관으로 부동산을 발굴해 온 '도쿄R부동산'을 만나며 부동산 중개업의 길에 접어들게 된다. 그는 "별집이 생각하는 매력적인 공간을 발굴하고 확보하는 데 전력을 쏟"으며, 독자들이 저마다 '나다운 집찾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제는 삶의 모양에 따라 집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져야 합니다. 세상의 평균에서 벗어나 내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알아차리는 데 집중해 보세요. 자기답게 살기 위해 어떤 관점으로 집을 선택해야 할지, 집의 조건둘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자기만의 고유한 필터를 장착할 수 있도록." - p. 26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나다운 집찾기'란 무엇일까. 그는 먼저 '좋은 집의 조건'을 다시 고민해 볼 것을 권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집을 구할 때 떠올리는 조건이라 하면 "집의 방향(채광), 층, 면적, 방음, 단열, 전망, 지하철역과의 거리, 노후 연도, 주차 여부" 등이다. 이런 전형적인 요소들도 중요하지만, 저자는 나만의 '공감 감수성'을 키워보라고 조언한다.
이를테면, 무조건 남향을 외치기보다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집의 방향을 따져보고, 구축 아파트나 오래된 빌라, 또는 건축가가 지은 독특한 구조의 집을 통해 공간의 매력을 발견하는 식이다. 또, 지하철 역에서 멀리 떨어져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는 동네의 바이브(분위기)를 찾아보는 것도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사람은 저마다 개성이 다른데 획일화된 구조의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만 찾는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저자는 '거주성'을 일반화할 수 없다면서 누군가에겐 공원이나 산책로가 중요할 수 있고, 누군가에겐 미술관이나 도서관이 우선순위가 높을 수 있고, 누군가에겐 카페나 빵집, 떡집이 1순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책 말미에 있는 '나다운 집 찾기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보길 권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집을 경험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어렵다. 작가는 그동안 거쳐 왔던 집을 리스트화하고, 공간을 관찰한 후 SNS 등에 기록하면서 "공간을 느끼고 이해하는 데에 동원되는 감각을 활성화시"켜 보라고 권한다. 또, 공간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나만의 집을 찾는 것도 좋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사랑하고, 장점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변한다.
저자가 책에서 소개한 별집의 매물들을 보면 이런 공간에서 살면 그만큼 내 삶도, 사고도 풍성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 3일, 성남시 석운동 '나무사이로 카페'에서 열린 '나다운 집을 찾기 위한 공간 감수성 워크숍(독서 경험회)'에 다녀왔다. 프로그램은 저자와 에디터가 대담을 나누고, 참여자들이 워크 시트를 작성해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과 직업적 자부심과 고집을 물씬 풍기는 저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유쾌한 시간이었다. 또,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집에 대한 나만의 관점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 무엇보다 독서경험회에 참여한,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조금 독특하고 다른 시선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할 수 있어 흥미롭고 즐거웠다.
평소 집에 대해 극단적으로 효율성을 중시하던 사람으로서, 그럼에도 내가 내 공간을 좋아하려 노력하고 장점을 찾아내려 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나다운 집찾기'를 통해 알게 됐다. 또, 앞으로 어떤 집에서 살면 좋을지, 그 집이 있는 동네는 어떤 곳이면 좋을지 궁리해 볼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나다운 집찾기'를 통해 집에 대해 조금 다른 접근을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