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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시청자 청원에 답변 대기 중인 청원들. 대부분 기미가요 방송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KBS 시청자 청원에 답변 대기 중인 청원들. 대부분 기미가요 방송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 KBS 누리집 갈무리

KBS가 광복절 기미가요 방송에 대해 거듭 사과했지만, 시청자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관련해 수신료 거부, 박민 사장 사퇴 등을 요구하는 시청자 청원만 32건에 달한다. 이 청원들은 1000명 이상 시청자가 동의한 것으로 KBS는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KBS가 운영하는 시청자청원 누리집에는 4일 기준 32건의 시청자청원이 답변대기 중이다. 청원은 대부분 '광복절 기미가요 방송'을 비판하고, KBS 수신료 거부와 박민 사장 사퇴 등을 요구하는 글들이다. 앞서 답변이 완료된 청원 <광복절에 기모노 방송 진짜 미친건가 싶습니다>에는 1만6933명이 동의했다.

고등학생이 올린 것으로 보이는 한 시청자 청원 <그냥 고등학생일 뿐인데요, 너무 치욕스러워서요>는 "KBS가 8.15 광복절에 기미가요가 나오는 일본 배경의 오페라를 방영하고, 좌우가 반전된 태극기를 송출했다고 들었다. 처음 이 얘기를 듣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6년 넘게 받아온 학생으로서, 분노가 나기 전에 눈물이 났다"면서 "독립운동가분들도, 국민분들도, 제 마음도 다쳤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무엇이 옳고 틀리냐는 없다고 해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상식 수준의 역사를 표현하는 방송이어야 한다"라고 일갈했다.

8월 17일 게시된 청원 <수신료 거부>는 "광복절날 꼭 이래야 했나, KBS공영방송이 아닌 일본NHK방송 이라는 생각"이라며 "독립운동가들을 욕되게 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일본 방송국을 보고 싶은 마음이 없네요. 수신료 거부한다"고 했다. 같은 날 게시된 <시청료 납부 거부한다>는 "KBS는 일본에서 시청료를 걷어라, 우리는 일본인이 아니기에 시청료를 낼 수가 없다, 방송사 이름도 일본 방송국 한국 지국으로 바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민 사장 사퇴 요구도 1000명이 넘는 동의를 받아 KBS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8월 15일자 <친일파 KBS 박민사장 사퇴 및 수신료 거부>는 "공영방송이 시의성 하나 고려하지 못하고 프로그램을 편성한다면 역량과 책임감 모두 부족한 것"이라며 "박민 사장은 엄숙히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국민들의 눈귀입의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 가치를 못하는 수신료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현재도 '수신료 거부'와 '박민 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박민 사장 "그걸로 친일하겠다면 미친놈"
"사장이 직접 대국민사과할 사안" 지적도

 박민 한국방송공사 사장(KBS)이 8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15일 광복절에 일본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과 이승만 다큐 <기적의 시작> 편성이 적절했는지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 한국방송공사 사장(KBS)이 8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15일 광복절에 일본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과 이승만 다큐 <기적의 시작> 편성이 적절했는지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KBS는 기미가요 방송 논란이 불거진 광복절 당일, KBS 9시 뉴스를 통해 "제79주년 광복절에 적절하지 못한 방송 편성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여 철저한 진상 조사로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KBS는 시청자 청원 답변을 통해서도 "시청자 여러분에게 불편함과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면서 "방송 후 제작과 방송 경위, 편성 과정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했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민 KBS 사장도 8월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유야 어찌 됐든 작품의 성격이 어쨌든, 광복절 새벽에 기미가요가 연주된, 또 기모노를 넣은 여성이 등장하는 그런 오페라를 편성한 것은 불찰이라 생각한다"며 "국민들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사장은 "KBS 9시 뉴스를 통해 사죄했고 임원 회의에서도 사과했다"며 "기미가요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전체적인 작품의 주제와 말하고자 하는 것 등을 보면 그것을 틀어 '친일' 하겠다고 하면 미친 놈"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설 수사무마 의혹을 다룬 뉴스타파 인용 보도 등에 대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90도로 고개를 숙인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는 "이번 논란은 '일본'과 관련해 한국인의 정서적 역린을 건드린 것이고 일반적 이슈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면서 "KBS가 사과를 하긴 했지만, 사장의 반응을 보면 '실수한 것인데 왜 그렇게 문제 삼느냐'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런 태도를 본 시청자들의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볼 때, 광복절 기미가요 논란은 KBS 사장 등이 직접 나와서 고개를 숙이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했다"면서 "지금까지 KBS 대응을 보면 그런 적극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KBS#박민#기미가요#나비부인#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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