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고 KTX·SRT 역귀성 승차권을 최대 40% 할인한다고 밝혔다. 추석 명절을 민심을 잡을 기회로 보고 최근 낮아진 국정 운영 지지율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국군의 날(10월 1일) 임시공휴일 지정을 정부에 요청했는데, 그 과정에서 '건국 76주년'이라고 잘못 쓴 표현이 '건군 76주년'으로 정정되기도 했다.
추석 물가 내리자... '건군' 대신 '건국' 오타
당정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제20차 고위당정협의회를 갖고 추석 민생 안정 대책과 쌀·한우값 안정 대책 등을 발표했다. 당정은 우선 추석 연휴인 다음 달 15일부터 18일까지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고 KTX·SRT 역귀성 승차권을 30~40% 할인하기로 했다. 또 궁·능·유적지 무료 개방과 문화·체험 행사 등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배추·무·사과·배 등 20대 추석 성수품을 17만 톤 규모로 공급하고, 쌀·한우 등 농·축·수산물 선물 세트도 할인 공급하기로 했다. 또 당은 추석 경기를 살리기 위해 올 하반기 전통시장 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전년 대비 5% 이상)에 대한 소득공제를 한시적으로 상향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고, 정부는 이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소상공인·중소기업 명절 자금도 40조 원 이상 신규 공급된다. 당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피해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1조 6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확대와 대출금리 인하를 정부에 요청했고, 정부는 이를 수용해 자금 대출금리를 기존 3.4~3.5%에서 2.5%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 협약 프로그램 보증료율도 한도와 무관하게 0.5%로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민간이 보유한 2023년산 재고 5만 톤을 추가 매입하기로 했고, 한우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농협·자조금을 활용해 한우를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하는 연중 행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당정은 다음 달 한우 수급과 생산체계 개편 등을 담은 '중장기 한우산업 발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장병의 자긍심을 고취해야 한다며 10월 1일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는 군 사기 진작, 소비 진작, 기업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고위당정협의회 브리핑 자료에서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이 '건국 76주년'으로 작성됐다가 다시 '건군'으로 수정되는 과정을 거쳤다.
부천호텔 화재엔 '스프링클러 미설치'... 한동훈 "당정 깊은 논의를"
최근 전기차 화재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배터리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내년 2월 시행하기로 한 배터리 인증제도를 오는 10월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또 전기차 업계와 협의해 배터리 안전성 무상점검을 매년 실시하고, 과충전을 제어하는 스마트 충전기를 내년 9만 기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신축 건물의 모든 지하 주차장에 화재를 조기 감지하는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하기로 했다.
최근 7명이 숨지는 등 19명의 사상자를 낸 부천호텔 화재와 관련해서는 구축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국민의힘은 지적했다. 정부는 구축 건물 화재 진압에 필요한 장비를 설치하기 위한 지원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금까지 6층 이상 건축물 전 층에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된 상황이지만 신축되지 않은 오래된 건물에는 그 의무가 부과되고 있지 않다"라며 "이번 부천 건물 같은 경우도 스프링클러 의무화 대상에서 빠져 있는 사각지대다. 이 구축 건물들에 대한 화재 대책에 대해 정부와 당이 다시 한번 깊이 논의해 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비롯해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서범수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고,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