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는 디올백이 대통령 기록물이라더니 왜 이제 와서 반환을 지시했다고 합니까? 그럼 김건희 여사는 국고로 귀속될 대통령기록물의 횡령을 지시한 것입니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이 국민권익위원회(아래 권익위)를 상대로 한 청문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건희 여사의 수행을 담당하던 대통령실 유아무개 행정관이 최근 검찰에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 명품백을 건네받은 날, 김 여사로부터 "돌려주라"는 지시를 받고도 '깜빡해' 돌려주지 못했다고 진술한 데 따른 여파다.
"언제는 대통령 기록물이라더니" 야당, 권익위 청문회 촉구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을 하면 할수록 (의혹이) 해소가 되는 게 아니라 거짓과 모순만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사건에 면죄부를 준 권익위의 민낯 또한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익위 청문회 절차를 통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 모든 경위와 그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증언'에 권익위가 청문회 대상으로 지목된 건 그동안 권익위가 김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을 '대통령 기록물'이라며 사건을 종결 처리했기 때문이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최 목사가 미국 국적을 가진 점을 근거로 "외국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에는 신고 의무가 없는 데다 명품 가방은 '대통령 기록물'이기 때문에 받은 즉시 국가 소유가 된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 비위 신고 사건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했다.
그런데 앞서 유아무개 행정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김 여사가 '대통령기록물'인 명품백을 최 목사에게 돌려주라며 '횡령'을 지시한 꼴이 되는 셈이다.
"행정관이 깜빡했다? 그건 핵심이 아니다"
이에 대해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하다하다 어설픈 꼬리 자르기까지 시도하고 있다. 디올백을 수수하는 장면을 온 국민이 목격했다"라며 "지시를 깜빡하고 돌려주지 않았다는 행정관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김건희 여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행정관이 실수로 돌려주지 못했다던 디올백이 어떻게 대통령 부부가 머문 한남동 관저에 1년 이상 보관되고 있었냐"고 반문했다.
이에 더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이를 대하는 대통령실의 태도는 윤석열 정권이 얼마나 부도덕한 정권인지를 국민들에게 입증하는 증거가 되어가고 있다"며 "이런 적나라한 비리를 감싸고 눈감아 준 곳이 윤석열 정부의 권익위라는 점 또한 명백히 증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익위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가 반드시 필요하다. 종결 처리에 반대한 전원위원들의 의견이 무엇이었으며, 그 의견을 왜 전원위 의결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는지, 이들 전원위원의 발언은 회의록에 어떻게 기록이 됐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권익위가 피신고자인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왜 단 한 번의 조사도 하지 않았는지, 도대체 어떤 근거로 조사도 없이 종결을 판단했는지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들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 후 브리핑에서 청문회가 열릴 경우 김 여사를 증인으로 소환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가) 명품백을 수수한 사람인 만큼, (증인으로) 고려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증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