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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양귀비 꽃양귀비 모습
꽃양귀비꽃양귀비 모습 ⓒ 권성권
   
양귀비가 꽃을 피우고 있다. 며칠 전엔 하나둘 피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전반적으로 피어오른다. 그 색깔도 다 똑같을 줄 알았는데 다르다. 어떤 꽃은 분홍빛을, 어떤 꽂은 진분홍빛을, 어떤 꽃은 주황빛을 띤다. 키도 폼새도 다르다. 

사실 내가 아침 저녁으로 돌아보는 텃밭은 20평 정도다. 새벽기도회가 끝나면 곧장 텃밭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맨 먼저 깨알같은 깨들이 나를 반긴다. 깨는 가뭄에도 잘 자란다. 처음 싹을 틔우는 게 어렵지만 한 번 싹이 올라오면 비가 오지 않아도 쑥쑥 자란다. 며칠 전에는 한 곳에 너무 많은 깨가 올라와 그것들을 속아줬다.
  
깨 텃밭에 깨가 자라고 있는 모습
텃밭에 깨가 자라고 있는 모습 ⓒ 권성권

깨를 심은 그 너머에는 고구마가 자란다. 그 녀석들도 얼마 전에 내린 비 때문에 잘 살아 있다. 그전까지는 아침저녁으로 계속 물을 줬다. 무엇이든 처음 뿌리를 내리는 게 중요하다. 뿌리를 내리면 그때는 물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살기 때문이다.

텃밭 양쪽 중간에는 고추와 토마토와 수박과 오이와 가지 몇 그루를 심었다. 오른쪽 모서리에는 작두콩과 더덕과 마와 천문동과 머루와 포도와 복분가 자란다. 텃밭을 마주한 담벼락에는 으름과 키위와 매실나무와 아로니아와 가시오가피가 있다.
  
수박 텃밭에 심은 수박 모습
수박텃밭에 심은 수박 모습 ⓒ 권성권
 
다양한 빛깔에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꽃양귀비는 텃밭과 주차장 경계선에 줄을 이루며 피어 있는 것이다. 차를 대는 사람도,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도, 다들 꽃양귀비를 한 번씩은 쳐다본다. 보는 것만으로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꽃양귀비를 심은 것은 목포 삼학도 공원에 핀 녀석들이 너무나 예뻐 보인 까닭이었다. 그래서 '세계종자종묘나눔' 카페에 들어가 씨를 구입해 모종을 해서 지금 그 자리에 심었다. 그 씨도 화초양귀비, 가시양귀비, 흰두메양귀비, 꽃양귀비, 숙근양귀비, 페일보라양귀비, 겹꽃양귀비, 스패니시양귀비 등 다양했다. 강한나씨에게 천원 우편료를 보내서 혼합양귀비씨와 천인국씨를 덤으로 받아 심은 것이다.
  
▲ 텃밭에 돌보고 있는 식물들
ⓒ 권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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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꽃양귀비와 마약 양귀비는 다르다고 한다. 마약 양귀비는 꽃대에 솜털이 없이 매끈하고 열매가 크고 거기에 상처를 내면 진액이 나오고 키도 1.2~2m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꽃양귀비는 온몸이 솜털로 덮여있고 열매가 작고 진액도 나오지 않으며 키도 60cm로 작단다. 지금 피어오른 꽃양귀비들은 키가 작고 꽃대도 솜털로 뒤덮여 있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토마토  토마토 밑가지를 걲어 삽목한 모습. 아직까지 잘 살아 있는 모습.
토마토 토마토 밑가지를 걲어 삽목한 모습. 아직까지 잘 살아 있는 모습. ⓒ 권성권

아침 저녁으로 내 텃밭을 구경 나온 할머니들은 입으로 내게 조언한다. 깨는 한 구멍에 하나씩만 둬야 한다고. 두세 개가 나오면 다 솎아주라고. 토마토도 밑가지는 잘라 땅속에 심으라고 한다. 그러면 늦가을 토마토로 충분히 따 먹을 수 있다고 말이다.
  
꽃양귀비 꽃양귀비 모습
꽃양귀비꽃양귀비 모습 ⓒ 권성권
 
입으로 내게 훈수하던 그분들도 꽃양귀비 앞에서는 다들 애원한다. 올해 꽃씨를 잘 받아서 조금씩 나눠주라고. 나는 그렇게 하겠노라 답은 했지만 꽃을 처음 보는 것이라 장담은 못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그분들은 한결같이 좋아 한다. 꽃양귀비의 매혹적인 자태 앞에서는 나이든 할머니도 맥을 못 추는 것이라 그럴까?
 
꽃양귀비 꽃양귀비 모습
꽃양귀비꽃양귀비 모습 ⓒ 권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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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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