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인공지능(AI)·디지털 시대를 대비하고자,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차세대 원자력'을 신속히 확보하기 위해 나섰다.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술개발 목표, 달성 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차세대 원자력 로드맵'을 올해 하반기까지 수립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규모 프로젝트로, 차세대 원자로 설계 역량을 보유한 민간기업을 육성하고, 신속한 상용화를 위한 민-관 합동으로 기술개발 및 실증까지 지원하는 약 2조50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차세대 원자로 기술개발 및 실증 프로그램(K-ARDP, Korea-Advanced Reactor Demonstration Program)을 도입·추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아래 과기정통부)는 4일 오후 개최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8회 심의회의에서 '차세대 원자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방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번에 발표된 방안은 2030년대 초 개화될 세계 차세대 원자로 시장에 대응하여 기술 및 시장 주도권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방안 제시를 위해 마련됐다"면서 "신속 시장 대응이 가능한 민간과 함께 기술개발을 넘어 실증까지 차세대 원자력 조기 실현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여 '청정 에너지 확보, 에너지 안보 강화, 미래 신산업 창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이행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이 추진되고 있고, 여기에 더해 최근에 빠르게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이 성장하면서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원자력 에너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경제성 및 안전성 등이 뛰어난 차세대 원자로는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 부문뿐 아니라, 산업 및 수송 등 모든 에너지 이용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어 각 국에서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차세대 원자로에 대한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높은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국내기업은 대형 원자력 발전소 설계 및 제조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다만, 아직까지 차세대 원자로에 대한 실증 경험과 민간 주도 사업화 모델 부재 등으로 상용화를 위한 준비는 다소 부족한 실정"이라고 짚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원자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실증 추진방안'을 과기정통부가 마련했다.
우선, '차세대 원자력 기술개발 및 실증 로드맵'을 연내 수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주요 국가들이 주목하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Innovative-Small Modular Reactor)'의 핵심기술을 신속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2025년까지 표준설계를 완료하고, 2030년대 글로벌 SMR 시장진입을 목표로 국내·외 사업화를 준비해나간다. 이를 위해 (가칭)i-SMR 홀딩스 등 사업화 기관 설립, 지식재산권 관리방안 등 사업화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차세대 원자로 확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술개발 목표, 달성 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로드맵을 2024년 하반기에 수립·발표할 계획이다. 로드맵에는 경쟁력 및 파급성, 상용화 가능성 등을 종합해 지원할 노형을 선정하고, 민·관 역할 분담, 인허가 대응방안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두 번째로, '한국형 차세대 원자로 기술개발 및 실증 프로그램(K-ARDP)을 도입·추진한다. 앞서 밝혔듯이 K-ARDP는 차세대 원자로 설계 역량을 보유한 민간기업을 육성하고, 신속 상용화를 위해 민-관 합동으로 기술개발 및 실증까지 지원하는 약 2조 5천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기술수준에 따른 실증 시기를 고려하여 약 4~5년 내 실증로 건설허가 신청이 가능한 '단기 실증 유형'과 초기 핵심기술 확보가 필요한 '중장기 전략 유형'으로 구분해 추진한다"며 "단기 및 중장기 유형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술 개발 및 성능 시험·검증 등 '실증 신속화 지원'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는 기술개발과 동시에 새로운 기술에 대한 안전규제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먼저 i-SMR에 적용되는 혁신기술의 안전성 확인을 위해 표준설계인가 신청 전까지 규제체계를 마련한기로 했다.
원자로에 대한 안전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 안전위원회(위원장 유국희)는 혁신기술의 규제현안에 대한 사전설계검토를 통해 개발의 시행착오와 규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SMR 규제연구 추진단'을 중심으로 차질 없이 검증‧평가 기술을 확보해 나간다.
또한 비경수형 원자로에 대해서도 2030년대 초까지 규제기준‧기술 등 안전규제 기반을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간다. 우선적으로 비경수로 규제에 적용할 기반기술, 공통적용기술 등에 대한 신규 R&D(연구개발)에 착수하고, 노형별 기술개발 일정을 고려해 세부 검증기술 개발을 추진하며, 아울러 차세대원자로의 적기 인허가 심사 이행을 위한 규제인력 확충‧양성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네 번째로는 '전략적 국제협력 추진'이다. 차세대 원자로에 대한 공백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영국 등과 상호 보유한 강점 기술을 공유하고 보유 연구시설을 활용한 국제공동연구사업을 추진한다.
그리고 차세대 원자로 실증 및 핵연료 공급 등의 분야에서도 해외 연구소, 기업 간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고, 국내 실증사업에 해외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거나, 해외 개발·실증 사업에 국내 연구소 및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마지막으로는 '차세대 원자력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이다. 차세대 원자력의 신속 상용화를 위해서는 민간 중심 산업생태계 구축이 핵심적으로 추진한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연내 '차세대 원자로 연구조합' 설립을 통해 민간주도 상용화를 촉진해나가고, 차세대 원자력 분야의 연구 및 산업 인력 수요·공급 전망을 바탕으로 2024년 하반기에 '차세대 원자력 인력양성 추진계획'을 마련, 전문인력 양성센터 확대 등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차세대 원자력은 디지털·인공지능 산업, 화학산업, 조선·해양산업 등 국내 산업과 함께 가야 할 중요한 에너지원"이라며 "정부가 체계적인 차세대 원자력 정책과 안정적 재원으로 뒤에서 밀고, 민간이 앞에서 당길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 수립, 대형 프로젝트(K-ARDP) 도입, 규제체계 적기 마련을 신속하게 추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이번 발표된 방안을 통해 향후 차세대 원자력 산업에서 민간이 주도적으로 독자 원자로 설계, 기자재 공급, 제작 및 시공, 국내·외 사업화를 추진하게 돼 민간 영역이 크게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차세대 원자력을 통해 전력공급뿐 아니라, 열 공급, 수소 생산, 신재생에너지 연계, 해양·우주 등 다양한 부문에서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