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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측의 체제 찬양가 <친근한 어버이>의 한 장면.
북측의 체제 찬양가 <친근한 어버이>의 한 장면. ⓒ 친근한어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북측의 체제 찬양 동영상을 잇따라 삭제했지만, 인터넷에선 해당 동영상이 '밈(meme)' 형태로 재생산되는 등 역효과를 낳고 있다. 당초 대중적 관심이 높지 않은 영상을 방심위가 강제적 조치를 취한다고 나서자, 역으로 관심도가 높아지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방심위 "대남심리전, 국보법 위반 정보"라는데
누리꾼들 "북한주민들 불쌍" "웃고 싶을 때 본다"


해당 영상은 북한이 최근 MZ 세대 등을 겨냥해 발표한 김정은 찬양가 '친근한 어버이'다. 국정원이 방심위에 공식적으로 삭제를 요구했고, 지난 20일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게시된 '친근한 어버이' 동영상 총 29건에 대해 접속차단을 의결했다.

방심위는 이 결정을 내리면서 "김정은을 일방적으로 우상화하고, 미화 찬양한 점 등 대남 심리전과 연관된 전형적인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이 국민들에게 북한 체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방심위는 결정 당일 보도자료를 내면서 차단 조치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직후에는 틱톡에 대해서만 차단 조치가 취해졌다. 그러자 유튜브 등에 삭제되지 않은 동영상에 '좌표찍기' 현상이 벌어졌다. 동영상에 조롱 댓글을 달고 패러디 동영상을 만드는 등 누리꾼들의 밈(meme) 대상이 된 것이다. 영상을 강제 차단해 영상 소비를 막겠다는 방심위 뜻과는 반대되는 양상이 벌어진 것이다. 
 
 북측의 체제 찬양가 <친근한 어버이>의 한 장면.
북측의 체제 찬양가 <친근한 어버이>의 한 장면. ⓒ 친근한어버이
 
30일 현재는 유튜브 영상도 접속 차단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유튜브에선 '친근한 어버이'라고 검색하면 관련 영상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 중에선 조회수가 10만이 넘고 댓글이 700개가 넘게 달릴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는 영상도 있다. 댓글은 대부분 한국 누리꾼들이 단 것으로 추정되는데, "뉴스 보고 찾아왔다"는 댓글도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유튜브 API를 활용해, 해당 영상의 댓글 799개를 전부 크롤링하고, K-평균 클러스터링 기법을 활용해, 댓글의 내용을 분석했다. 전체 댓글들을 3개의 군집으로 분류해본 결과, 북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조롱과 비난성 내용으로 분류되는 댓글이 전체 799개 중에서 767개에 달했다. 95%가 넘는 비중이다.

내용도 "세뇌된 북한 주민들이 너무 불쌍하다", "아직도 저런 나라가 존재하다니", "김정은 영정사진 나왔다", "나 김일성인데 개추 눌렀다", "인민들 쌀이나 나눠주시오", "웃고 싶을 때 들어온다", "21세기에 60년대를 보여주는 수준이라니", "부끄러움은 우리 몫인가" 라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김정은을 동물에 비유해 비하하는 댓글도 다수였다. "열렬히 찬양한다"면서 비꼬는 댓글은 있지만, 방심위 우려(?)와는 달리 동영상 내용에 동조하거나, 북한 체제를 칭송하는 등의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 

차단해도 우회접속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어
"북한과 체제경쟁 완전히 끝났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김정은 동영상 패러디.
유튜브에 올라온 김정은 동영상 패러디. ⓒ 유튜브 캡쳐
 
해당 동영상을 패러디한 영상도 있다. 지난 11일 'Bxxxxxx' 채널에는 '김정은 친근한 GESEKKI'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게시됐다. 해당 영상은 북한 원본 영상에 노래 가사 자막을 바꿨는데, 자막에 '김정은'이 나올때 이름 앞뒤로 '조지자', '줘패자' 등의 문구를 추가했다. 해당 영상은 아직 차단되지 않았다.

방심위 차단 조치도 한계는 있다. 이는 한국 인터넷 사업자를 통한 차단이어서, 구글 등에서 합법적으로 배포 중인 VPN 우회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차단 동영상도 손쉽게 볼 수 있다. 방심위 조치의 실효성에 여러모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윤성옥 방송통신심의위원은 "해당 동영상이 국가 보안법 위반으로 차단했다면, 패러디 영상은 어떻게 할 것이며, 북한을 찬양하는 수많은 다른 동영상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라면서 "국정원과 방심위가 이렇게 강제조치에 나서면서 오히려 관심도가 높아지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라고 지적했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는 "북한과의 체제 경쟁이 완전히 끝난 상황에서, 상식을 가진 국민들이 북한 선전 영상을 보고 북한 체제에 현혹될 거라 보기는 어렵다"면서 "국민들의 미디어 콘텐츠 소비를 국가가 직접 제한한다는 것은 현 시대에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김정은#방심위#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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