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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건 일반인이건 운동은 한꺼번에 많이, 세게, 빨리 하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김없이 부상이 기다린다. 근육, 인대, 힘줄, 연골, 뼈 등에 손상이 오고, 상태가 심하고 오래가면 마음의 손상까지 입을 수 있다. (중략) 다 심각한 부상이며 잘 낫지도 않는다. 한번 다쳤던 사람이라면 그 정도가 더 오래가고 더 잘 낫지 않는다.

우리 몸은 버틸 수 있는 운동의 양과 세기, 빈도, 시간이 있다. 자신의 체력에 맞게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을 알기는 어렵다. 유산소 운동이건 무산소 운동이건, 근력 운동이건 지구력 운동이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체력을 모르고는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 나영무, <운동이 내 몸을 망친다>

달리기는 즐거웠다. 귀찮을 일도 없고, 번잡스럽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할 만했고, 무려 나날이 나아지는 실력과 체력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릿속의 안개와 몸의 찌뿌둥함이 지워지고 활력이 꿈틀댔고, 밥이 맛있고 속이 편했다. 아이들과 얼음땡을 할 여유가 생겨났고, '얼음'은 쓸 필요가 없었다. 5월 1일에 시작하여 스무 날 동안 열일곱 번의 달리기를 하고 겪은 바다. 이러니 달리기가 재미있고 신나지 않을 리가.

달리기 관련 책을 읽고 블로그와 브런치 글을 찾아 보면서, 내게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는 감이 왔다. 나는 단지, 아침마다 달리기나 해볼까, 규칙적인 일과로 하루를 시작하고 조금 건강해져볼까, 그런 심산 정도였다.

신나서 매일 뛰었더니
 
 달리기는 일주일에 세 번이 적당하다고 했는데, 재미가 붙어서 거의 매일 달렸던 3주 차.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달리기는 일주일에 세 번이 적당하다고 했는데, 재미가 붙어서 거의 매일 달렸던 3주 차.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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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달도 되지 않아 나도 체감한) 달리기라는 운동의 효과, 육체적인 것은 기본이고 정신적/정서적/사회적 건강 효과에 눈이 번쩍 뜨였다. 게다가 이 세계엔 5km, 10km, 하프코스, 풀코스, 울트라 마라톤까지 구체적인 발전의 로드맵이자 도전 목표가 쫘악 펼쳐져 있었다.

노인이 되었다고 나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또, 이 세계 사람들은 말 그대로 '따로 또 같이', 알아서들 열심히 혼자 달리면서 이런저런 이름과 이유로 가지가지 모임을 만들어 함께 뛰고 있었다. '달리기 여행'이란 것도 있어서, 달리기 대회에 참가한다고 국내와 세계 곳곳으로 돌아다녔다. 이런 재미있는 사람들을 봤나. 이러니 내가 가슴이 뛰고 이글거릴 수밖에.  

책에서, 여러 글에서, 그리고 런데이 코치가 '부상'에 대해 말할 때, 나는 '차 사고'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조심해도 언제든 나 이외의 상황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일로. 그러니 물론 조심해야겠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선 '그런 운 나쁜 일이 벌어질 확률은 크지 않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지만 부상은 '과로' 같은 개념에 가까웠다. 좋지 않은 자세와 습관, 휴식의 부재가 몸이 감당할 정도를 넘어서면 어김없이 찾아와 일(운동)할 때뿐 아니라 일(운동)하지 않을 때에도 타격을 입힌다.

일주일에 세 번 달리는 것이 적당하다고 배워놓고도, 3주 차에 거의 매일 달리면서 어제보다 더 오래 뛸 수 있는 몸 상태에 뿌듯할 뿐이었다. 그 막바지에 전에 없던 종아리 뭉침과 무릎 통증이 느껴졌는데, 숨이 차지 않은데도 종아리와 무릎 때문에 달려나가지 못하는 게 원통하기만 했다.

살면서 한 번도, 그러니까 다른 운동을 했을 때나 아주 많이 걸었을 때에도, 무릎이나 종아리가 아픈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상했다. 왜지? 달리기 자세의 문제인가? 준비 운동의 문제인가?(종아리 뭉침은 달리기 후에는 괜찮았고, 무릎은 계속 시큰거렸다) 
 
 달리기 1주 차. 달리러 나온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달리기 1주 차. 달리러 나온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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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달리기, 초보, 무릎 통증'으로 검색하니, 관련 내용이 수두룩했다. 금방 알 수 있었다. 달리기라는 운동에 무릎 통증이 흔하다는 걸. 특히 아직 달리기를 위한 근육이 붙지 않은 초보자들은 더 조심해야 하고 쿠션 좋은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는 걸. 일주일에 세 번만 달리라는 말은 '힘드니까 그 정도만 하세요'가 아니라 '힘들지 않기 위해 그 정도만 해야 합니다'인 것을.

나는 3단으로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1단. 당장 쉬어야 한단다. 한 달을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두세 달을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제 막 재밌어졌는데? 이제 실력이 늘고 있는데? 2단. 나의 증상인 앞무릎 통증은 아마도 슬개대퇴통증증후군(슬개골연골연화증)인데, 치료방법은 있지만(약, 주사, 물리치료 등등) 치료는 잘 되지 않는단다.

즉 잘 낫지 않는다. 그럼 앞으로 계속 이렇게 아플 수 있다고? 며칠 달리기 좀 했다고? 그리고 3단. 그럼에도 난, 달리러 나가고 싶었다. 모든 전문가와 경험자가 쉬라고 한목소리로 말하는데도, 듣고 싶지가 않았다. 대체 언제 깨달을 것인가? 언제까지 깨달아야 할 것인가?

그래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글거리는 심장과 충격 받은 뇌의 와중에도 한 줄기 남아 있는 이성과 의지를 부여잡고 '두 번은 어리석을 수 없다'고 되뇌었다. 달리지 못하는 대신, 블로그와 유튜브를 샅샅이 뒤지고, 도서관에서 달리기와 운동 부상에 관한 책을 한아름 빌려왔다.

모든 정보는 이미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널려 있었다. 그러니까 흐릿하고 조잡한 것은 우주가 아니라 그것을 보는 내 시력이었다. 문제는 시력이 좋아지는 기적은 직접 부딪히고 넘어지고 다친 후에야 일어난다는 것이다.
 
 달리기 4주 차. 무릎이 아플 땐 자전거를 타라고 해서 달리기 대신 자건거 타기.
 달리기 4주 차. 무릎이 아플 땐 자전거를 타라고 해서 달리기 대신 자건거 타기.
ⓒ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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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라는 행위는 30분만 달려도 무릎에 엄청난 자극을 준다. 그래서 하루 달리면 하루는 쉬어야 회복된다. 하루이틀의 회복시간은 무릎뿐 아니라 운동화에도 필요하다. 운동화의 쿠션 등은 부상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면 좋은/나에게 맞는 운동화는 필수다. 무릎보호대, 카프슬리브 등의 도구는 다친 후 치료용이 아니라 다치기 전 보호용이다. 도구도 도구지만, 다치지 않기 위해서는 근력 운동을 같이 해야 한다.

이런 사실들을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나는 놀랐다. 이들 중 어느 하나도 놀랍지 않다는 사실에. 모를 땐 영 몰랐는데, 알고 나니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이 아닌가.

나는 무릎보호대를 검색하고 러닝화 추천 영상과 후기를 찾아 보면서 한탄했다. 나는 달리기를 하고 싶은 건데. 아직도 시큰거리는지 무릎에 감각을 집중하다가 번민했다. 너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자려고 누워, 달리기가 없을 내일과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여전한 무릎 통증에 대해 생각하면 허망했다. 인생이란 참 어쩔 수가 없구나. 좋아서 좋기만 하면 좋으련만.

하지만 나는 결국 웃으면서 잠들었던 것 같다. 한 가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나는 달릴 것이었다. 아마도 계속 달리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한번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 '하기로 했으니 해야지' 그런 마음이 아니었다. 나는 그런 마음보다 무릎의 건강을 훨씬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러니까 달리기라는 운동을 하면서 '그냥' 달리는 게 아니라, ('열심히', '성실히'와도 다르게) 굉장히 '조심히', 여러 가지를 '신경쓰면서' 해야 하고, 운동화나 그 밖의 도구에 내가 예상한 것 이상의 지출을 해야 하며, 무릎 통증처럼 내가 알지도 생각지도 못한 일들까지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해도, 나는 달리기가 좋았고 달리기를 선택하는 쪽으로 마음이 달려가고 있었다.

달린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아주 조금 맛보았을 뿐이지만, 알 수 있었다. 달리기는 내가 추구하는 진선미와 닿아 있다. 이토록 자율적이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운동이라니. 나의 모습을 떠올릴 때, 현재뿐 아니라 50살, 60살, 그보다 나이든 할머니의 나를 그려볼 때, '달리는 나'는 설렌다.

춤추는 나, 피아노 치는 나, 요리하는 나, 가르치는 나, 강연하는 나... 그 모든 것보다. 나에게 형용사를 붙인다면 예쁜, 멋진, 지적인, 유머러스한, 재치 있는, 명랑한, 지혜로운, 친근한, 따스한... 그 모든 것보다 '건강한'을 원한다. 나를 설명하는 말로, 엄마, 작가, 러너 이 세 개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까지 차근차근 나아가며, 끝내 감사했다. 나에 대해 아는 것, 내 욕망을 깨닫는 것은 얼마간의 무릎 통증을 감수할 만큼 값지다.

어디까지나 오늘의 마음이지만.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 참고가 되었던 영상들

무릎 통증
https://www.youtube.com/live/RCaDQOvLahQ?si=844qxbLhew87rPzw
왕초보 달리기
https://youtu.be/rOoYrqdCVc0?si=aJlY3-SV_QuLSzke
러닝화 추천
https://youtu.be/2YCVoOiSp7I?si=YH8DFK0w_pjme2p5


태그:#달리기, #러너, #무릎, #부상,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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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석 일진. 세 아이를 키웁니다. 육아 집중기 12년이 전생 같아서, 자아의 재구성을 위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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