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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8일 오전 10시 10분]

노무현 대통령 서거 15주기 며칠 전이었다. 그날 봉화에서, 또 다양한 추모의 자리에서 이른바 '민주개혁진영'에 속한 국회의원 및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노무현을 향한 그리움을,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언급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고민정 의원도 그랬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신은 무엇인가? 다시 말해서 노무현의 꿈은 무엇인가? '사람 사는 세상'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형성하기 위해 그는 임기 5년 동안 부동산 개혁을 향해 용맹정진했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시도했으며,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려 했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불행히도 모든 면에서 노무현 이후 더 나빠졌다. 2023년 '합계출산률 0.72'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라 점점 '사람이 살기 힘든 세상'이 돼 가고 있다.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문제는 더 심각해져 결혼과 출산율에 가장 큰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됐고, 국가보안법은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서 사상의 자유를 옥죄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노무현을 비극적 죽음으로 몰고 간 검찰은 이 나라의 최고 권력까지 차지했고, 재임 당시 그를 헐뜯고 비난하는 데 몰두했던 언론은 바닥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추락했다. 그나마 이런 절망적 상황에서 22대 총선에서 민주개혁정당들이 190석을 넘는 의석수를 차지해 희망의 불씨를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에서 나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종부세를 폐지하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4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4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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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고민정 민주당 의원의 충격적 발언이 나왔다. 그는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종부세(종합부동산세)를 폐지했으면 좋겠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집을 갖고 싶은 마음을 욕망으로 치부"한 상태에서 나온 것이므로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 발언이 충격적인 이유는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에 대해서 그렇게 비판하면서 부동산 부자들이 부담하는 종부세를 폐지하자고 주장했다는 것이고,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인 부동산 개혁에서 보유세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고민정 의원에게 묻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이 왜 말할 수 없는 수모를 당하고 비난을 무릅써가며 보유세 강화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갔는지 생각해봤느냐고. 노 대통령도 집을 갖고 싶은 시민들의 마음을 부정하고 극복해야 할 '욕망'으로 봤기 때문에 보유세 강화를 추진한 것으로 보느냐고.

만약 그렇다면 고 의원의 생각은 틀렸다. 그리고 반성해야 한다. 보유세 강화는 부동산 문제 해결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강력한 필요조건이다. 사람들이 1주택을 넘어 다주택자가 되려는 이유, 1주택이라도 자신은 지방에 세 살면서 가격이 앞으로 더 많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의 집을 전세 끼고 사려는 이유, 다주택자가 되려는 이유, 사용하지도 않을 부동산을 보유하려는 이유는 부동산 기대수익률이 다른 자산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보유세 강화가 부동산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가장 좋은 정책 수단이다. 이런 까닭에 노무현은 먼저 국세 종부세를 통해서 부동산 과다보유자들에 대한 보유세를 강화한 후에 공시가격의 시가 반영률과 공시가격의 과표적용률을 높여서 지방세 재산세도 점진적으로 강화하려 한 것이다.

고 의원에게 또 하나 묻고 싶다. "종부세를 유지할 때 얻는 것과 폐지할 때 얻는 것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세수를 늘리는 목적에서라면 종부세가 아닌 다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고 의원은 종부세 폐지로 무엇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나?

종부세 폐지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과제인 불평등 해소에 도움이 되나? 종부세 유지 혹은 강화와 종부세 폐지 중에 어떤 것이 부동산 투기 억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물어보나 마나다. 이미 OECD와 IMF조차도 자산, 특히 불평등 해소와 성장을 위해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리고 종부세 대신 다른 세금을 고민하자고 했는데, 혹시 고 의원은 보유세보다 더 좋은 세금이 있다고 생각하나? 경제학 원론 혹은 재정학 교과서를 펼쳐보라. 세금 중에 가장 좋은 세금이 바로 보유세라고 나와 있다.

부동산 욕망을 사회적으로 존중해줘야 하나?
 
 지난 5월 6일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지난 5월 6일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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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고민정 의원에게 질문한다. 고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시민들의 집을 가지려는 욕망을 부정적으로 봤고, 그런 관점에서 정책을 생산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시기에 시민들의 주택 소유 욕구가 정상적 욕망이었다고 생각하나? 다시 말해서 사회적으로 존중해야 할 욕망이라고 보는 건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투기적 욕망'을 문제 삼은 것은 잘한 것이다. 정책의 내용과 정책 투사 시점이 문제였다. 투기적 욕망은 가능하면 존중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동산을 통해서 큰 돈을 벌고 싶은 투기적 욕망은 기본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서, 직무능력을 향상해서, 경영혁신을 통해서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려는 욕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후자의 욕망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과정을 통해서 실현되지만, 전자의 욕망이 노리는 이익은 근본적으로 불로소득이기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부동산을 통해서 욕망을 채우려는 경제행위를 가리켜 비생산적 경제활동, 근사한 말로 지대추구행위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라면 시장 참여자들이 비생산적 경제활동인 부동산 투기에, 즉 지대추구 행위에 가담하려는 유인을 줄이고 보다 생산적인 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고 의원은 부동산 시장의 모든 욕망을 존중해줘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부동산 욕망을 존중하면 할수록 사회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 상태가 될 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라 전체의 과제를 생각하는 국회의원인 고 의원의 발언에서는 이런 인식이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원은 국민 개인이 가진 모든 욕망을 무차별적으로 존중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를 양산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매우 해로운 욕망이 있고, 반대로 사회 전체에게 유익을 끼치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이라면 전자를 억제 혹은 다른 방식으로 전환하고 후자를 장려하는 법과 제도 형성에 자신의 역량을 쏟아야 한다. 그것을 열심히 하라고 보좌관과 비서관을 둘 수 있게 하고 다양한 특권을 부여한 것 아니겠나.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고 의원의 종부세 발언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면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묘역에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묘역에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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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의원은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종부세 폐지와 유지의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유리함은 아마도 종부세 대상자들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인 듯하다. 그가 종부세 폐지를 생각한 것도 "유권자를 만나본 뒤 내린 결론"이었다고 했다. 한마디로 종부세 부담자인 유권자가 종부세를 싫어하니 폐지하면 종부세 대상자 중 상당수는 민주당 지지로 돌아서지 않겠냐는 계산으로 보인다.

그런데 난감한 것은 고 의원만 저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1주택 실거주자는 종부세에서 제외하자는 말을 했다가 거둬들이는 해프닝이 있었다. 사실 서울 지역의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후보 중엔 종부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들도 있다. 서울 지역에는 종부세 대상자가, 즉 고가(高價)의 주택과,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한 자가 다른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의 58.0%가 서울 거주자인데, 종부세가 늘 논쟁의 대상이 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종부세 대상자들은 소수이지만 그들은 주로 서울에 거주하고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세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종부세를 부담하지 않는 국민 절대다수가 종부세를 소극적으로 지지하거나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노무현은 종부세의 이런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국세인 종부세 세수 전부를 기초 지자체에, 그것도 재정 자립도가 열악한 지역에 더 많이 분배하는 장치를 뒀다.

종부세 후퇴나 폐지를 불가능하게 만든 것인데, 여기에는 국토균형발전의 의미도 들어있다.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비싼 이유는 수십 년 동안 중앙정부의 서울중심정책 때문이니 정책의 혜택을 서울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이익의 일부를 정책에서 소외된 지방과 나눠야 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이것을 두고 종부세는 헌법 보다 바꾸기 어렵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듯이 종부세를 후퇴시켜도 지자체는 반대하지 않고 잠잠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이 지점에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은 고민해야 한다.

종부세 세수,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2023년 11월 서울 강남구 강남우체국에서 직원들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분류하고 있다.
 2023년 11월 서울 강남구 강남우체국에서 직원들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분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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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까닭에 나는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방안의 하나로 종부세 세수 중 토지분(종합합산토지+별도합산토지+주택 종부세 토지분)을 지방재정이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똑같이 분배하는 기본소득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종부세에서 건물분은 제외하고 토지분만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삼자고 하는 까닭은 토지는 공공성이 강한 특수한 재화이기 때문이다. 건물은 인간이 생산했지만 토지는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 건물은 필요하면 양을 늘릴 수는 있지만, 토지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더구나 토지가치가 만들어지고 상승하는 것은 개별 땅 주인이 아니라 사회가 노력한 결과다. 그러므로 토지에서 나오는 가치의 일부를 조세로 환수해서 국민 모두에게 똑같이 분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의롭다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종부세 세수를 기본소득으로 사용하면 최소한 98%의 가구는 부담은 없고 혜택만 있다. 그동안 대상이 아니어서 종부세에 무관심한 시민들도, 소극적 지지자들도 적극적 지지자로 바뀔 가능성이 크게 올라간다. 종부세 세수가 개별 지자체의 재정이 아니라 모든 개인의 재정이 되면 시민들의 정책 효능감은 자연스럽게 올라가 종부세 유지 및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말했듯이 인공지능시대에 기본소득은 피할 수 없는 제도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렇다면 관건은 그 재원을 무엇으로 하냐는 것인데, 나는 이미 정답은 나와 있다고 본다. 그것은 인간이 만들지 않은 토지가 가장 좋다는 것으로.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다. 종부세 토지분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하자고. 수도권에 몰린 토지이익을 전 국민에게 나누자고. 22대 국회에서 야당이 190석 이상의 의석을 가졌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입법화할 수 있다. 종부세를 유지하면서 낮은 단계의 기본소득을 실현할 수 있다. 게다가 기본소득을 지역사랑상품권을 할인해서 구입하는 용도로 사용하면 소비 효과도 크게 상승한다. 예를 들어 2023년 종부세 세수를 지역사랑상품권을 10% 싸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 40조 원이 넘는 소비 효과가 발생한다.

민주당을 비롯한 개혁진보정당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종부세를 폐지한다고 종부세 대상자들이 개혁진보정당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종부세 비대상자들의 실망과 근심이 커지고 그것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부동산 때문에 고통받는 절대다수가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지방의 시민 개개인과 지역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정치적으로, 국가적으로 훨씬 좋은 방향이다.

결론적으로 고 의원의 종부세 폐지 발언은 매우 실망스럽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할 22대 국회가 시작되는 무렵에 나온 발언이라 더욱 당혹스럽다. 보유세 강화가, 종부세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이해는 전무한 채 얄팍한 표 계산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직시해야 한다.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시민들이 민주당에 실망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는 점을. 노무현 정신을 늘 입에 올리는 정치인이 노무현이 남겨 놓은 과제를 수행하는 데 무능하거나 오히려 반대로 가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봐왔다는 것을. 그러므로 고민정 의원의 종부세 폐지 발언은 철회돼야 한다. 그와 동시에 종부세에서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는 방안이 뭔지를 이제부터 고민해야 한다.

태그:#고민정, #종부세, #노무현, #부동산개혁,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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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연구소(landliberty.or.kr) 소장. 전 국민 주거권과 토지공개념 실현, 토지보유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인 토지배당제를 위한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2023, 공저), 《아파트 민주주의》(2020),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2018, 공저)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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