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미국으로 출국해 3박 5일의 출장을 다녀온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출장에서 만난 구글 본사 임직원에게 유튜브 영상 삭제·차단 문제와 관련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책상을 내리치며 호통을 쳤고 이에 구글코리아가 21일 류 위원장의 행동에 대해 방심위에 항의하러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는 "류 위원장의 해외출장, 국제적 망신이 따로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방심위 노조는 "임기 말 급하게 추진한 류희림 위원장의 해외 출장, 떠나기 전부터 불안하더니 결국 사고를 친 모양이다. 구글 본사 회의실의 책상을 쾅 내리치며 호통을 쳤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귀국 후 첫 출근한 월요일(20일) 간부회의에서는 본인이 구글 미팅에서 일부러 인상 팍 쓰고 언성을 높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자랑하듯 무용담을 늘어놓았다는데, 왜 부끄러움은 늘 직원들의 몫인가"라고 류 위원장을 비판했다.
방심위 노조는 "사전에 조율한 의제와 질문지를 아예 무시하고 본인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는 모습이 훤하게 그려진다"며 "오죽하면 구글코리아에서 출장 이후 방심위에 항의 방문을 왔겠는가. 구글 본사 직원들이 류 위원장과의 미팅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후문이 들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에 구글 본사와 방심위 간의 미팅은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들리는데, 그간 쌓아온 신뢰 관계를 무너뜨린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방심위 노조는 "그가 출장을 떠나기 전, 노동조합은 '외유성 출장'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류 위원장 역시 출장을 떠나기 전, 두 차례의 보도자료를 통해 외유성 출장이 아닌 '일하는 출장'임을 강조했다"면서 "그의 출장기를 듣고 난 솔직한 심정은, 차라리 외유성 출장을 가는 편이 덜 나빴을지도 모른다는 자괴감뿐"이라고 평했다.
출장 이전부터 '외유성 출장' 비판받아
지난 8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방심위의 '2024년 5월 미국 출장 계획'을 살펴본 결과 3박5일 동안 공식 일정이 3시간 30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장에 대한 구체적인 의제도 언급되지 않았다. <한겨레>는 구글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 또한 시간·장소 약속을 잡는 내용일 뿐, 회의에서 논의할 안건 등 업무 내용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방심위 노조도 지난달 25일 류 위원장의 이번 출장에 대해 "국제적인 망신을 걱정하는 직원들의 심정을 헤아려 류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출장 계획을 접기 바란다"며 "위원장이 참석해야 하는 그럴듯한 회의 하나 없다. 급히 없는 명분을 만들어내라 사무처를 닦달할 것이 훤하다. 이것이 '외유성'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방심위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마컴 에릭슨 구글 정부·대외정책 담당 부사장이 류희림 위원장과 가진 실무협의에서 한국 내 불법·유해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구글 측의 삭제·차단조치가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한국 내 불법·유해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 구글 측이 향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삭제·차단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방심위는 이번 실무협의가 "구글과의 자율규제 협력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아울러, 구글뿐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과의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