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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수습에 나서면서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지난 20일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을 발표하면서 '고령 운전자 운전자격 관리, 운전능력 평가를 통한 조건부 면허제 도입 검토'라는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면서도 보행자 등의 교통안전을 현저하게 위협하는 경우에 한해 고령자 운전자격을 제한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를 도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이 운전을 하지 않으면 누가 하느냐", "택시나 화물차 종사자 대부분이 고령 운전자인데 생계 대책이나 운전기사 부족 사태에 대한 대안은 있느냐", "대중교통이 불편한 시골에서 노인들은 어떻게 다니느냐"라는 등의 댓글과 함께 '교통 약자에 대한 이동권 제한'이라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페이스북에 "불가피하게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도 내에서, 정교해야 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오늘 보도에 나온 고연령 시민들에 대한 운전면허 제한 같은 이슈도 마찬가지"라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경찰청은 "조건부 운전면허는 이동권을 보장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며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조건부 운전면허는 의료적·객관적으로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평가한 뒤 나이와 상관없이 신체·인지 능력이 현저히 저하돼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운전자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외국에선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70세 이상 운전면허 안내 페이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70세 이상 운전면허 안내 페이지
ⓒ 캘리포니아 DMV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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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한 것과 달리 이미 해외에선 고령자에 대한 운전면허를 제한하거나 갱신 자격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고령자 운전면허 관리제도의 해외사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미국·일본·호주·뉴질랜드에서는 다른 연령에 비해 고령의 운전자들에게 보다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70세 이상 운전자는 운전면허 재심사를 받습니다. 여기에는 의료 진단에 따라 주행능력 평가도 치러야 합니다. 지역 주행시험을 거쳐 거주지 내에서만 운전이 가능한 제한면허 제도도 있습니다. 일리노이주의 경우에는 75세 이상은 4년, 81세에서 86세 이상은 2년, 87세 이상은 매년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 70세 이상은 고령자 강습을 수강하고 75세 이상은 인지기능검사와 운전기능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2022년에는 비상제동장치가 탑재된 차량만 운전할 수 있는 한정면허도 신설됐습니다. 

호주에선 75세 이상 운전자는 매년 운전이 가능한지 검사하는 의료 평가와 운전실기 평가를 모두 받아야 면허증 갱신이 가능합니다. 운전자에 따라 지역 내 운전으로 제한된 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75세 이상부터는 2년 주기로 면허를 갱신해야 하며 이때 의사의 운전면허용 진단서가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도로안전시험을 통과해야 운전이 가능합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해외에선 고령자들의 운전면허를 제한하되 의학적인 판단과 함께 철저하게 실질적인 운전능력 평가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고령자의 이동성과 교통안전의 균형을 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늘어나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확실한 대책 필요
 
 2023년 2월 제주 서문시장 인근 도로에서 70대 운전자가 전신주를 추돌하는 단독 사고가 발생했다.
 2023년 2월 제주 서문시장 인근 도로에서 70대 운전자가 전신주를 추돌하는 단독 사고가 발생했다.
ⓒ 제주소방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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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9614건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로 지난해 17.6%보다 2.4%p 증가했습니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 발생률이 높아지면서 경찰청과 지자체는 고령자들의 운전면허증 반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다르지만 대략 10만원 가량의 소액 대중교통카드가 지원되는 데 그치고 반납 과정의 번거로움과 불편 때문에 반납률이 높지는 않습니다. 

의학적으로 나이가 들면 신체,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는 진단은 보편적인 상식입니다. 하지만 고령화 시대에 운전을 무조건 금지할 수는 없습니다. 일각에선 꼭 운전이 필요한 경우와 필요 없는 경우를 잘 구분하고, 그 진단과 평가도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현재의 적성검사 평가 방식으로는 의료적인 진단과 실제 주행 능력 평가가 쉽지 않아 운전면허시험장의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고령자 사고율이 높기 때문에 면허증 취득과 갱신을 강화할 수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교통 이동권도 제한받지 않으면서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도 안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편, 경찰청은 "올해 말까지 고위험 운전자의 운전능력 평가 방법 및 조건 부여 등에 관한 기술개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며, 내년부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충분한 여론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세부 검토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고령자조건부운전면허,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운전면허,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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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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