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헬스장 남자 샤워실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 중 하나는 물을 낭비하는 것이다. 비누칠을 하면서 샤워기를 계속 틀어 놓는가 하면 샤워를 마치고도 물을 튼 채 나가는 사람도 있다.
단순히 습관이라고 보기에 지나친데도 이에 대부분 눈을 감는다. 그러나 시시비비를 가리는 사람도 있다. 만약에 자기 집이라면 그렇게 함부로 물을 쓰겠느냐는 것이다.
심각한 수준인 샤워실 물낭비
샤워기 물을 많이 쓰든 말든 '태클'을 걸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 낭비 정도가 심해지면서, 헬스장 관리하는 측에서 물 사용을 자제하라는 공지를 만들어 여러 곳에 붙였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앉아서 때를 벗기면서 샤워기를 계속 틀어놓은 노인에게 한 중년 남성이 자제를 부탁했다가, "네가 왜 간섭이냐"며 소리를 질러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지만 샤워실 물낭비는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가 물부족국가인 것은 모두 알지만, 물걱정은 남의 나라 일이다.
물이 귀해 아껴 쓰면서 자란 우리 세대는 물을 함부로 쓰는 것을 '거지 근성'이라고 폄훼할 정도로 나쁘게 여긴다.
이처럼 헬스장 샤워실 소동을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은 오늘(4월 22일)이 '지구의 날'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문제를 모색하는 날이다.
그라나 이날의 진정한 의미는 집에서 가까운 유치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유치원 건물에는 '지구의날'이라는 현수막과 함께 아이들이 실천한 지구환경보호 활동과 사진들이 걸렸다.
벚꽃 산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줍깅'을 하거나 엄마 따라 분리수거를 실천한 것부터 승용차 타지 않고 가족들이 할머니집에 지하철로 다녀왔다는 기록까지 다양하다.
밥과 반찬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빈 그릇 챌린지'는 얼마나 이쁘고 귀여운지, 딱 그 나이 아이들 도전답다. 전기 콘센트를 뽑는 장면 사진은 제법 어른스럽기까지 하다.
양치할 때 컵에 물을 담아 하고, 비누로 손을 씻을 때 잠깐이지만 수돗물을 끄고 한다는 대목에선 헬스장 샤워실 물 사건사고가 떠올라 내심 부끄럽기도 했다.
오가는 사람들은 유치원생들의 활동과 사진을 별로 눈여겨보지 않는 것 같지만, 유아와 어린이의 '환경 감수성'과 조기환경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지구의 날은 1970년 미국에서 민간운동으로 시작된 환경보호실천을 전 세계가 함께 동참하는 날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매년 4월 22일 지구의날을 맞아 다양한 기후변화 행사를 개최하고 전국에서 소등행사를 한다.
유치원도 오늘 저녁 8시부터 10분간 소등한다고 한다. 나도 아이들 따라 소등을 할 계획이다. 지구환경이 조금 나아질 것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