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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2월 YTN의 대주주가 유진기업으로 바뀌면서 수십년간 이어져온 YTN의 공적소유 체제는 막을 내렸다. 유진 측은 과거 대량 해직사태 주범인 김백 사장을 임명했다. '민영방송 YTN 잔혹기'는 김백 사장 이후 YTN의 모습을 생생히 기록한다.[편집자말]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과 YTN 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2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유진기업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백 전 YTN 상무의 차기 YTN 사장 내정을 규탄하고 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과 YTN 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2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유진기업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백 전 YTN 상무의 차기 YTN 사장 내정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19번의 기자회견과 40차례의 성명, 그리고 소송.

지난 2022년 11월 공식 출범한 15대 언론노조 YTN지부의 2년은 어느 때보다 길고 험했다. 2년동안 YTN 지부는 'YTN 사영화' 국면에 대응해 19번의 기자회견을 열었고 40차례나 성명을 발표했다. YTN 소속 노조원이자 언론인들은 YTN 사영화 반대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용산 대통령실, 과천 정부청사와 법원, 심지어는 경찰서 앞에서도 마이크를 들었다.

언론방송통신위원회의 기습적 매각 승인으로 유진기업이 YTN 대주주가 되고 유진 측이 임명한 '해직사태' 주범 김백 사장이 취임한 지금도 YTN 지부는 '외풍 없는 공정한 방송'을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사영화 국면에서 기자회견과 성명 잇따라 내며 반대

언론노조 YTN 지부는 YTN구성원 700여 명(정규직 기준) 중 70%(537명)가 가입한 YTN 최대 노조다. YTN 지부는 지난 2022년부터 "YTN 사영화 반대"를 줄곧 외쳐왔다. 공기업의 YTN 지분 매각 결정, 방송통신위원회의 매각 승인 등 사안이 터질 때마다 용산 대통령실, 과천 정부청사, 마포경찰서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YTN 지부는 2022년 11월 23일 한전 KDN 앞에서 '사영화 반대'와 관련한 첫 기자회견을 연 후 1년 6개월간(4월 기준) 무려 19차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YTN 대주주가 지난 3월 유진기업으로 바뀌었고, 해직사태의 주역인 김백 사장이 4월 취임했다. 그러면서 YTN지부 목소리는 '사영화 반대'보다 '김백 사장 퇴진'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1일 김백 사장의 첫 출근길을 막아선 것도 YTN 지부 조합원들이었다. 2008년 해직 사태 때 지방으로 좌천되는 시련을 겪었던 고한석 지부장이 앞장 서 "여기가 어디라고 오나"라며 막아섰고, 이상엽 사무국장과 한동오 공정보도추진위원장 등도 "또 누굴 해고하려는가"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김백 취임 이후엔 김백 대국민사과 대신 사과하고, 구성원 다독이고
 
 지난 3일 YTN의 대국민 사과 방송.
지난 3일 YTN의 대국민 사과 방송. ⓒ YTN
 
김백 사장 취임 이틀째인 지난 3일에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담은 <돌발 영상>이 석연찮은 이유로 불발되자 YTN 지부는 "최악의 언론통제 시작됐다"며 비판 성명을 냈다. 김백 사장이 '쥴리 보도' 등을 대국민 사과한 날에도 YTN 지부는 "김백의 사과를 국민 앞에 사과한다. YTN 언론노동자들은 권력 앞에 고개 숙이지 않으며 무도하고 폭력적인 윤석열 정권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시청자들에게 대신 사과했다. 

한편으로 YTN 지부는 사기가 떨어진 YTN 구성원들을 다독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YTN 지부는 지난 15일 '우리는 더 나은 인간이 됩시다'라는 성명을 내고 조합원들에게 "당당하게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합시다"라며 "우리는 권력을 비판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하는 언론 본연의 일을 묵묵히 해냅시다. 저들(김백 등 경영진)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됩시다"라고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달라는 당부였다. 

법적 소송도 준비 중이다. 1일자로 이뤄진 보도국장 등 인사의 경우,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는 보도국장임면동의제 등이 완전히 무시된 채 이뤄졌고, 지부는 즉각 소송으로 맞섰다. 노조는 9일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임명을 취소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앞서 지난 3월 7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YTN최다액출자자변경 의결(유진을 대주주로 승인)에 대해 행정처분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항고를 제기하는 등 YTN 사영화 무효를 위한 싸움도 계속하고 있다.

"적어도 후배들은 나와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2008년 YTN 해직사태 당시 '새내기'였지만 어느덧 17년차 중견이 된 이상엽 YTN지부 사무국장은 "회사에 입사하고 지난 17년간 YTN이 정상화된 기간은 길어봐야 3~4년 정도였고 입사하면서 꿈꿔왔던 회사 생활, 언론인 생활을 하진 못했던 것 같다"면서 "나는 운이 나빠서 그렇게 언론인 생활을 했다고 하더라도, 회사 후배들은 나와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회사 측과 각을 세우면서 (저 자신에 대한) 우려들도 없지는 않지만, 망가지는 회사를 보고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에 일선에서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다"면서 "스스로를 특별한 정의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지금 YTN의 상황도 나중에는 모두 기록에 남을 텐데, YTN구성원이자 언론인으로서 그 기록 앞에 부끄럽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고한석 YTN 지부장도 "저항하지 않으면 언론 보도가 (정권 입맛에 맞게) 접수되는 건 한순간이다. 인사권과 경영권을 가진 사측에 맞설 수 있는 수단은 작은 사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저항하는 것"이라며 "김백 사장 취임 이후 우리가 해왔던 작은 일들이 경영진에게도 역시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부 게시판에는 김백 사장의 조치를 비판하는 구성원들의 성명도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YTN 20기와 19기, 15기와 14기, 12기, 9기를 비롯해 시사PD들은 내부 게시판 성명을 통해 김백 사장의 대국민 사과와 일방적 인사 조치 등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구성원 수만 벌써 100명에 육박한다. 성명 내용도 김백 사장의 대한 연판장 혹은 탄핵 수준으로 강도가 높다. 

지난 2008년 구본홍 사장이 취임할 당시 '낙하산 사장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기수별 성명이 잇따랐던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이같은 YTN 노조와 구성원들의 움직임은 다른 언론사와 대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대식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과거 낙하산 사장 투쟁 때도 그랬고, 소유구조가 바뀐 지금 역시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것이 YTN 구성원들의 특징"이라며 "소유구조가 바뀌고 별다른 저항 없이 이를 받아들이는 다른 언론사들과의 사례를 비교해보면, YTN 구성원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한국 언론 투쟁사에서 보기 드물게 돋보이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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