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포토] 서울시교육감의 시위 "학생인권조례 지켜달라"

등록23.12.13 12:38 수정 23.12.13 12:38 권우성(kws21)

[오마이포토] 조희연 교육감 '학생인권조례 지켜주세요' ⓒ 권우성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은 서울시의회 본회의가 종료되는 22일까지 서울 지역을 순회하며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다음은 이날 조희연 교육감이 발표한 '서울특별시교육감 호소문' 전문이다.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를 지켜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서울시교육감 조희연입니다.

서울시민 9만 7천여 명이 발의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지 11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체벌이 근절되었고 학생은 교복 입은 시민으로 존중받게 되었습니다. 학생의 개성이 실현됐고 참여권이 확대됐으며, 나아가 교육환경, 복지, 안전에 이르기까지 인권의 가치가 반영되어 서울교육 혁신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하였습니다. 학생의 보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학생인권조례는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규범입니다. 잘 알려진 예로 미국 뉴욕시 학생권리 장전이 있습니다.
 
바로 이 학생인권조례가 지금 폐지될 위기입니다. 서울시의회는 학교구성원 권리에 관한 조례안을 상정하여 학생인권조례를 대체하고, 학생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상정하여 12월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구성원 권리에 관한 조례안은 교육활동에 필요한 권한과 생활지도 방법, 학습권 등에 관한 것이 주된 내용으로 학생인권조례와 상호 보완적 관점에서 병존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최근 잇따른 학교에 대한 악성민원, 교사의 교육활동 침해 등을 학생인권조례만의 탓으로 돌리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래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자고 합니다.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주장입니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함께 발전되어야 할 상생의 관계이지 어느 한쪽이 강화되면 다른 쪽이 위축되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희연 교육감 '학생인권조례 지켜주세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올 한 해 서울교육공동체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순간들을 어렵게 견디어 지나왔습니다. 상처 입은 교육 공동체를 회복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공동체의 회복은 서로에 대한 섬세한 배려에서만 가능하며, 보편적인 인권은 이를 위한 기반입니다. 학생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학교에서 선생님의 인권이 보장되기란 어렵습니다. 학교는 선생님과 학생이 손잡고 꾸려가는 공동체입니다. 학생이 눈물지으면, 학생과 손을 맞잡은 선생님 역시 마음을 다치는 곳이 바로 학교입니다.

저는 교사의 교육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동시에 학생이 권리의 주체로서 존중받는 공동체형 학교를 꿈꿉니다. 우리 모두는 학생들이 존중받고, 학생들은 선생님을 존경하며, 학부모는 학생의 학습과 성장을 위해 선생님과 협력하는 그런 공동체형 학교를 꿈꿉니다. 우리의 현재 학교는 그런 학교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부족한 학교현실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서둘러 규정하는 척박한 단순논리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것은 부적합하며 올바른 해법도 아닙니다.
 
학생인권이 무너지면, 학교 공동체는 다시 상처를 입습니다. 일방적인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우리 교육 현장을 다시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넣을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본회의가 진행되는 22일까지 시민이 만든 학생인권 조례를 시민과 함께 지키기 위한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광화문을 시작으로 다양한 시민이 모이는 여러 장소에서, 학생인권조례의 의미를 시민과 나누는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풀고, 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면 설명을 드릴 것입니다.
 
물론 서울시의회와도 대화를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어제는 시의회에 서한문을 발송하여 학생인권조례 존치의 필요성을 전달하였습니다. 아울러 아동단체나 인권기구, 시민단체 등과도 만나 폭넓은 생각을 나눌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협조를 통해 국제인권 관련 주요인사의 개별 입장 표명 요청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저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회 차원에서 학생인권법이 정식으로 입법화되기를 소망하고 그렇게 노력하고자 합니다.

서울을 포함하여 경기, 전북, 광주, 충남, 제주 등 6곳에 다양한 내용으로 존재하는 학생인권조례를 넘어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학생인권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글로벌한 차원에서 유엔에'아동권리협약'이 있다고 하면, 특히 배우는 학생으로 존재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유엔'학생권리 협약'도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다양한 주체들의 집단범주별로 권리를 더욱 명확히 하고 보장하는 글로벌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한 공론화 노력도 병행하고자 합니다.
 
만일 이번 본회의에서 학생인권 조례 폐지가 의결된다면, 서울시교육청은 거부 절차인 재의 요구를 통해 서울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 조례안이 법령에 위반될 소지가 있는지, 공익을 현저히 저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 판단을 받아볼 것입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존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다른 사람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지금까지 일구어 온 학생인권 증진의 역사가 후퇴해서는 안 됩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대신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서울시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3. 12. 13.
서울특별시교육감 조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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