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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제3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제3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3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호 혁신안'을 발표했다. '국회의원 희생'을 키워드로 내건 혁신위원회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등을 발표했다.
 
눈에 띈 것은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이었다. 혁신위원회는 10%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배경도 밝혔다. "코인 논란을 일으켰던 김남국 의원 등 일하지 않는 모습을 봤을 때 국민 평균 정서상 10% 감축해도 국회가 돌아가는데 문제가 없다고 볼 것"이라는 게 혁신위의 설명이었다.
 
김남국 의원처럼 일하지 않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은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을 10% 감축하면 일하지 않는 의원이 사라진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현재 300명의 국회의원에서 10%를 감축하면 30명의 국회의원이 줄어든다. 2021년 인구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회의원 1명은 약 17만 2483명을 대표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OECD 평균은 의원 1명당 국민 8만 1881명이었다. 즉 우리나라 국회의원 1명은 OECD 평균보다 2배 많은 국민을 대표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국회의원 수를 더 줄인다면 의원 1명이 부담해야 하는 국민은 더 증가한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국회의원 1명이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지금도 국회에는 임기 내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이 수두룩하게 쌓여있다. 국회의원이 줄고, 의원 1명당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면 국회는 지금보다 일을 잘하기는커녕 더 못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국회가 마비될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곤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줄어들면 국회는 지금보다 더 자주 마비될지도 모른다. 현재 국회법상 재적의원 3분의 1이 요구하면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 무제한 토론)를 신청할 수 있다. 100명의 의원이 모이면 국회 의사진행을 합법적으로 방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10%가 감축돼 270명으로 줄어든다고 가정해 보자. 그럴 경우 89명의 국회의원만 모이면 국회 의사진행을 얼마든지 방해할 수 있게 된다. 정원이 줄어든 국회에서는 잦은 필리버스터로 인해 국회가 매번 마비되는 상황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개헌은 또 어떤가. 개헌은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가능해진다. 지금은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개헌이 가능해지지만 의원 정수가 줄어들면 178명이면 가능해진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얻었던 180석이면 개헌도 가능해진다. 이래도 국회의원이 줄어드는 게 정치에 더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월급 줄이고 더 많은 국회의원 고용하는 게 맞지 않나
 
국회의원을 줄이는 것은 그만큼 소수의 국회의원에게 더 많은 권력을 주는 것과 같다. 의원 10%가 줄어들면 김남국 의원 같은 사람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국민의힘 혁신위의 주장은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일하지 않고 권력만 더 가진 국회의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인요한 혁신위가 제안한 국회의원의 희생인가?
 
정원을 줄이지 않고도 일하지 않는 의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국민소환제가 대표적이다. 대통령, 지자체장은 국민들에 의해 탄핵과 소환이 가능하다. 오직 국회의원만이 불가능하다. 지금도 가상자산과 관련해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김남국 의원은 버젓이 1억 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이 자진사퇴하지 않는 이상 의원직을 그만두게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월급은 적게 주고 일은 많이 시키는 것이 꿈인 사장님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야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사장은 누구인가. 국민이다. 그렇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국회의원에게 더 적은 월급을 주고 일은 많이 시키는 게 이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을 줄일 게 아니라 월급을 줄이고 더 많은 국회의원을 고용하는 게 맞지 않나. 1억 원의 연봉을 받는 국회의원 한 명을 고용할 게 아니라 5000만 원에 2명을 고용해서 더 일을 많이 시켜야 하는 게 맞다.
 
반면 피고용자인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권한은 확대하고 감시는 덜 받는 게 좋다. 일 안 하는 국회의원을 줄이기 위해 의원 정수를 줄이자는 것은 권력을 확대하고 싶어 하는 국회의원들의 꼼수다. 

국회의원 정원을 줄이자는 주장은 언뜻 그럴싸해 보이지만 속아 넘어가지 말자. 인요한 혁신위의 2호 혁신안은 '국회의원의 희생'이 아닌 '국회의원의 꼼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전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로,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인요한#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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