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서 벗어나 코로나 기간 우리의 기억은 어쩌면 한때의 추억으로 남겨진 부분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가져간 부분도 있었지만, 우리에게 남겨준 것도 몇 있을 것이다. 그것 중에 하나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대한 부분인데,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위해서 일하는 공간과 여가를 즐기는 공간에 변화를 고민했다.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고 준비했었던 시간이 있었던 것 같다. 대도시를 떠나 다른 지역에서 살아보고자 하는 낭만적인 생각도 해 볼 사고의 여유가 생긴것 같은데, 그 실제를 다룬 책을 만나보고자 한다.
도시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떠나는 것이며, 그것을 실행에 옮겼을 때 맞닥뜨리는 도전은 무엇인지를 다룬 책이 <도시 버리기>이다. <도쿄를 버리자>가 원제인 이 책은 코로나를 전후로 도시를 떠난 32명의 이주자의 경험을 글쓴이가 인터뷰를 통해서 정리했고, 이주 준비를 위해 필요한 실제적인 정보가 담겨있다. 일본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대도시를 중심으로 많은 인구가 모여 살면서 지역의 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있는 시점에 새로운 삶의 방식을 택하는 사람들의 이유와 현실적인 준비를 짚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지옥철에 안녕을 고하기
32명의 이주민을 인터뷰 했는데, 도시를 떠나는 이유는 우리가 생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도시를 떠나서 지역을 선택하는 이유에는 32명이 32개의 이유가 있는듯 하다. 교통, 날씨, 육아 환경까지도 어떤 특별한 이유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 요건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한다. 글쓴이가 탐색한 내용중에 재미있는 내용은 이주민과 관련한 여러 가지 통계를 소개한 내용인데,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찾는 귀향지원센터를 통해서 조금 더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이주 상담의 70%는 40대 이하이며, 코로나 기간 동안에 이주 상담이 증가한 지역에 대한 통계로 제시하면서 지역의 매력도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낸다. 그리고 여전히 도쿄와 어느 정도 접근성이 유지할 수 있는 중핵도시를 선호하는 부분은 라이프 스타일을 완전히 변경한 이주라기보다는 이사에 가까운 느낌이라는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지역부흥협력대라는 이주 방법
지방이주를 생각할 때 그것을 독려하는 제도로 일본 정부에서는 2009년부터 지역부흥협력대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지역부흥협력대는 1년 이상 3년 이하로 활동을 하면서 관광자원 기획이나 개발, 고령자 생활지원, 빈집과 빈 점포와 같은 공간의 활용 대책, 이주자 지원 등의 '지역부흥' 활동을 한다. 60%의 지역부흥협력대원이 활동을 종료한 다음에 지역에 정주하는데 그 가운데 세 명 중 한 명 정도로 창업하고 있다.
이주를 원하는 지원자들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기도 한다. '스마우트(SMOUT)'는 지역부흥협력대를 모집하는 주요한 방법으로 지자체들이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이다. 지자체, 지역 사업자, 개인 등이 이주자와 지방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직접 스카우터처럼 스카우트를 할 수 있는 형태이다.
일반 사용자가 지역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관심 있음'이라고 표시하면 프로젝트 운영자가 연락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일손 부족을 해결할 목적으로 올리는 프로젝트는 대부분 사용자에게 선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마을의 활기와 매력을 전하는 것이 사람들이 모여드는 비법인 것이다.
도시인이 모르는 시골살이
도시를 떠나고자 하는 개인의 의지와 그 의지를 독려하는 제도가 있다 한들 여전히 우리의 삶에는 여러 가지 현실의 벽이 존재한다. 그 벽을 무시하고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삶만 생각한다면 어쩌면 그 현실의 벽은 통곡의 벽으로 변할지 모르겠다.
글쓴이가 시골살이를 생각하는 도시인들을 위해서 거주, 생활비, 인프라 이 세 가지를 꼭 생각해 볼 것을 강조한다. 지역으로 이주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이 '거주'에 대한 부분일 텐데 지역의 빈집을 활용하기 위해서 '빈집 뱅크' 같은 서비스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 거주를 원하는 공간을 찾기는 어렵다는 내용이다. 대부분 매매를 원하는 물건이고, 집을 고쳐서 사는데도 고려할 부분이 비용에서부터 시작해서 법까지 살펴야 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이 부분은 한국에서도 빈집 활용을 고려할 때 거울이 되는 부분인 듯했다.
일본이라는 문맥을 바탕으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생활비'가 도시와 같은 수준이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지역이라고 해서 생활에 필요한 비용들이 저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차량 유지비, 가스비, 의료보험료, 수도 요금 등이다. 집은 도시를 떠나서 크기가 넓어졌다고 하더라도 난방에 필요한 비용은 집에 크기에 따라서 늘어나는 이유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인프라를 이야기하는데, 이주했을 때 자녀들의 교육을 위한 교육 시설로 특히 중학교, 고등학교가 부족하고, 원격 근무를 위해서 필요한 인터넷 속도도 느리다는 현실적인 지적이다. 그리고 병원이 부족한 현실은 한국과 닮아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옮겨 심어 자라는 식물이 아니듯이
비슷한 고민을 조금 더 먼저 시작한 일본의 경험을 살펴보면서, 다시금 인구절벽, 인구 위기로 시작하는 미디어에서 넘치는 기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위기라서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의 높은 밀도를 생각하면 도시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칠 때 글쓴이의 책을 읽어보면서 잠깐은 낭만적인 생각을 그리고 나머지는 현실적으로 힘든 이유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외적인 환경에 변화이든 개인의 의지이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들과의 조우가 가장 먼저 필요할 것이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일 것이고, 그 다음이 이주를 돕는 정책일텐데 이 부분에는 당장에 큰 기대는 없다. 다만 이미 있는 제도와 정책이라면 몰라서 이용 못하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 같다. 사람이 이쪽 땅에서 퍼다가 옮겨 심으면 다시 자라는 식물이 아니듯이 이주를 꿈꾸거나 이주를 독려하는 입장에서라면 이 점을 가정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 (https://brunch.co.kr/@ejang)에도 게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