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웨이브의 오리지널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의 주인공 박하경(이나영 분)은 고등학교 국어 교사이다. 일상에 지친 주인공은 사라져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면 토요일 딱 하루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다. <박하경 여행기>는 주인공 박하경의 여행기를 다룬 연작 형식의 드라마이다. 

8화에서는 제주의 빵집 이야기를 담았다. 박하경은 빵에 진심인 인물이다. 그녀는 "빵을 좋아하세요?"라는 동료 교사의 질문에 "없으면 못 산다에 가깝다"며 빵덕후임을 털어 놓는다. 이어 "대한민국의 빵은 이 섬에서 시작된 것 같다"며 '제주 빵지순례지도'를 펼친다. 그리고 제주로 빵지순례를 떠난다. 

제사상에 '롤케이크' 올리는 제주의 독특한 문화 
 
주인공 박하경이 제주의 빵집을 순례하는 동안 꼬마 아이도 빵을 사러 온다. 아이는 빵집마다 다니며 단팥빵을 맛보며 달팽이빵을 찾는다. 아이가 사려고 하는 달팽이빵은 롤케이크를 가리킨다. 빵에 있는 잼의 모양이 달팽이 같아서 그렇게 부른다.

제주에서는 제사상에 롤케이크나 카스텔라와 같은 빵을 올린다. 섬이라는 특성상 쌀농사가 쉽지 않아 귀한 쌀로 만든 떡 대신 보리나 밀가루로 만든 빵을 놓았다. 

아이는 생전에 해녀였던 엄마의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달팽이빵(롤케이크)을 찾아다녔다. 혼자서는 처음이라 엄마가 살아있을 때 함께 갔던 빵집에서 먹었던 단팥빵 맛을 기억해 롤케이크를 구하러 다녔던 것이다. 

제주 동네 빵집에 가면 '제수용 카스텔라 주문받아요'라고 쓴 종이를 볼 수 있다. 제삿날에는 빵집에서 롤케이크를 선물로 사가는 것도 제주만의 특징이다. 제주에 빵집이 동네마다 있고 '빵의 성지'로 불리는 이유이다. 

젊은 빵집-옛날 빵집 모두 보여준 <박하경 여행기>
 
<박하경 여행기>에는 두 종류의 빵집이 나온다. 젊은 세대와 여행객들을 겨냥한 신세대 빵집과 옛날부터 제주도민들이 이용했던 빵집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제주시 '삼복당'과 서귀포 '남양당'은 40년이 넘은 제주 빵집이다. 보리빵, 찐빵, 쑥찐빵, 도너츠, 단팥빵 등을 파는 오래된 빵집들이다. 이에 반해 '다니쉬'나 '송당의 아침', '아베베 베이커리'는 아몬드 크루아상, 소금빵, 포카치아 등 신세대 입맛에 맞게 다양한 레시피로 만든 빵을 파는 새로 생긴 빵집들이다. 

삼복당이나 남양당은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곳은 아니다. 가게 간판이나 포장지도 예전 그대로이고 가게 규모도 작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 도민들이 명절이나 제삿날이면 꼭 들르는 곳이다. 

<박하경 여행기>는 젊은 빵집과 옛날 빵집을 함께 보여주며 그 매개체로 제사상에 올리는 달팽이빵(롤케이크)을 선택하고 풀어나갔다는 점에서 여느 여행 프로그램과는 달랐다. 
   
빵덕후 박하경이 제주까지 와서 먹는 빵과 아이가 찾는 롤케이크는 맛과 모양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빵을 찾기 위해 빵집에 갔다는 점은 같다. 

박하경은 빵지 순례를 떠난 여행에서 행복을 느낀다. 아이는 달팽이빵을 사는 날은 죽은 엄마가 오는 날이라고 좋아한다. 비록 모양과 맛, 찾는 빵은 달랐지만 빵은 두 사람 모두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였다. 

빵을 먹으며 그 달콤함과 부드러움에 반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리운 이를 기억하며 미소를 짓는 사람도 있다. 어떤 목적과 이유이든 어디를 가야만 찾을 수 있고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의 목적과 즐거움이 고스란히 표현된 드라마였다. 

옥에 티라면 극중 박하경이 들고 있는 제주 빵지순례 지도에 나온 일부 빵집들 밑에 적혀 있는 주소가 잘못 표기됐다. 혹시 박하경이 간 빵집을 찾아간다면 지도로 검색해서 찾아가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