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9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열 살(금쪽이), 열두 살 두 아들의 엄마가 '금쪽 처방'을 받기 위해 찾아왔다. 3년 전에 이혼을 하고 홀로 양육 중인 싱글맘의 고민은 금쪽이가 평소 말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영상 속에서 금쪽이는 아침부터 누군가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다름 아니라 교무부장 선생님이 금쪽이의 유급을 막기 위해 집을 방문해 등교를 돕는 중이었다. 

금쪽이는 얼굴을 파묻은 채 격렬히 저항했다.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회유도 설득도 통하지 않았다. 40분 경과 후 경찰까지 출동했다. 민원 차원에서 설득에 나섰지만 금쪽이는 입을 열지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등교를 거부하기 시작했던 금쪽이는 올해는 첫날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학원도 가지 않으려 했다. 엄마는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명확한 이유 없이 심리적 이유만으로 등교를 거부하는 증상을 '등교 거부(school refusal)'라고 한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일반적인 등교 거부와 달리 '극도의 저항감'을 보인다고 언급했다. 마치 납치범에게 끌려가듯 저항하는 모습 때문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등교를 거부하면 조급한 마음에 학교를 보내는 데 급급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근본적 원인 파악이 우선이다. 

카페에 간 금쪽이는 형, 사촌과 달리 주문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했다. 5분째 제자리에 멈춰 있다가 겨우 주문을 마쳤다. 오은영은 간단한 대답조차 일절 거부하고 어떤 소리도 내지 않는 금쪽이가 '선택적 함구증'이라 판단했다. 이미 여러 차례 방송에서 다뤘던 '선택적 함구증'은 남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극도의 불안과 긴장으로 말문이 막혀버리는 증상이다. 

의지와 상관 없이 나타나고, 친한 사람 앞에서는 말을 잘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선택적 함구증을 가장 늦게 파악하는 건 가족인 경우가 많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높은 수위의 이동기 불안증으로 치료가 쉽지 않은데, 어릴 때(10세 미만) 도움을 주면 차도가 금방 나타나는 편이다. 10살이 된 금쪽이는 더 늦기 전에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금쪽이, 긍정 감정 제외한 모든 감정 불안으로 느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엄마와 논술 학원을 찾은 금쪽이는 껌딱지마냥 엄마 옆에 꼭 붙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또래 친구들이 탑승하자 엄마 옆에 숨어 시선을 피했다. 상담을 받을 때는 입을 꾹 닫아버렸고, 끄덕임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책을 정확히 읽고 내용 파악도 잘했지만, 자꾸 밖으로 나가려 했다. 실랑이 끝에 결국 그룹 수업을 거부했다. 또, 예고없이 온 게 싫었는지 엄마에게 잔뜩 성질을 냈다. 

오은영은 금쪽이의 등교 거부 원인으로 ①선택적 함구증에 이어 ②주시 불안을 제시했다. 금쪽이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에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논술 학원 상담 때도 팸플릿을 일종의 가림 장치로 쓰며 시선을 피했고, 엘리베이터에서도 엄마를 방패 삼아 뒤에 숨었던 것이다. 앞서 카페에서 주문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눈 마주침에 대한 불편함과 두려움의 강도가 굉장히 셌다. 

다음 날, 엄마는 금쪽이를 회사까지 데려갔다.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초등학생이니 감당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욱 암당한 상황이 전개될 게 뻔했다. 지루해진 금쪽이는 집에 가자고 투정하기 시작했다. 짜증이 점점 심해졌고, 볼펜으로 위협하더니 서류를 던지며 성질을 부렀다. 엄마가 타일러 봤지만 더욱 폭력적으로 행동해 결국 강제 퇴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선택적 함구증 중에서도 금쪽이 같은 유형이 예후가 안 좋아요." (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가 긍정적인 감정을 제외한 모든 감정을 불안으로 느낀다고 분석했다. 배고픔, 지루함도 불안의 원인이 됐다. 게다가 불안을 감당하는 능력도 부족해 사소한 불안조차 두려움과 공포로 커졌다. 금쪽이가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은 ①떼쓰며 요구하기 ②도망 또는 공격하기 ③말하지 않기였다. 오은영은 마지막 방법을 수동적인 감정 표현, 즉 '수동 공격'이라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엄마는 금쪽이는 갈등 상황을 겪은 후 "말할 뻔했어"라며 입을 막는 제스처를 취한 적이 있었다고 놀라했다. 일반적인 선택적 함구증의 경우 불안을 낮춰주면 상태가 금방 호전되지만, 상황의 주도권과 통제권을 확보하려 하는 금쪽이의 경우 그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다는 걸 가정에서 배우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탓이다. 

저녁 식사 시간, 금쪽이는 제대로 식사를 하지 않아 엄마를 속상하게 했다. 이윽고 식탁 밑으로 들어가 형에게 장난을 치며 괴롭혔다. 의젓한 첫째는 자신의 가슴을 치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엄마가 잠시 외출을 하자 금쪽이는 집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화가 난 형은 옷걸이 봉을 꺼내 금쪽이에게 돌진했고, 금쪽이는 형을 놀려대며 자극했다. 결국 인정사정 없는 형제의 난투극이 벌어졌다. 
 
오은영은 첫째는 타고 나기를 마음이 곱고 이타적인 성향으로 힘든 엄마를 위해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반면, 금쪽이는 타고나기를 자기중심적이라고 설명했다. 형제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것이다. 오은영은 오늘의 금쪽이는 둘째지만, 그동안 소홀했던 첫째의 마음도 살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촬영 중 첫째는 창문을 열고 난간 위에 올라서서 울부짖기도 했다. 서러움이 쌓인 탓이었다. 

금쪽이는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까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사람들이 말 걸까 봐 싫어. 싫고 무서워. 그럴 땐 도망가고 싶어." (금쪽이)

금쪽이의 속마음을 듣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48시간의 노력 끝에 겨우 진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금쪽이는 머뭇거리며 고민하더니 "나 때문에 엄마 우는 모습 봤어. 속상했어"라며 설명했다. 오은영은 금쪽 처방으로 우선 화병이 생긴 첫째와 매일 30분 이상 대화할 것을 제시했다. 또, 금쪽이는 사회적 불안이 매우 높아 당장의 솔루션이 힘들었다. 따라서 약물 치료를 권유했다. 

오은영이 제시한 구체적인 솔루션 내용은 '눈을 보고 말해요'였다. 선택적 함구증의 관건은 소통을 늘려가는 것인데, 말을 하는 게 어렵다면 우선 비언어적 소통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경험을 쌓아나가는 게 필요하다. 처음에는 이 과정조차 쉽지 않았다. 금쪽이는 솔루션을 온몸으로 거부했고, 그 때문에 실랑이, 몸싸움이 벌어졌다. 위험천만한 상황도 발생했다. 

하지만 엄마는 버티면서 기다렸다. 몇 시간이 걸려도 기다리라는 오은영의 조언을 버팀목삼아 내면의 흔들림과 싸웠다. 금쪽이가 무슨 말을 해도 꿈쩍않고 버텼다. 단호해진 엄마의 말투에 금쪽이는 짐짓 당황한 듯했다. 잠시 후, 금쪽이는 방으로 들어와 쭈뼛쭈뼛하더니 엄마 주위를 맴돌았다. 결국 금쪽이는 엄마 앞에 마주 앉게 됐고, 엄마는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진심을 전했다.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다음 날, 눈 맞춤이 어려운 금쪽이를 위해 눈 맞춤 거울을 선물했다. 타인의 시선에 적응하기 앞서 거울 속 나의 눈을 바라보며 내 시선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가만히 눈을 맞추다보면 시선에 대한 두려움도 차츰 사라질 터였다. 그 다음 날에는 친구를 초대해 눈 맞춤 훈련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안절부절 못했던 금쪽이였지만, 점차 적응해 거리를 줄여나갈 수 있었다. 

솔루션 일주일 차에는 논술 학원을 다시 방문했다. 반복된 연습의 결과일까. 금쪽이는 수업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더니 불안함을 이겨냈다. 집에서는 '내 목소리'를 녹음해 들어보며 말하는 것에도 익숙해지는 과정을 수행했다. 가족들과 함께 연습하며 금쪽이는 자신감을 찾아갔다. 이제 금쪽이는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과연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할 수 있을까. 

아침이 되자 금쪽이는 스스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학교에 갈 준비를 시작했다. 엄마와 함께 학교로 가는 길은 다양한 즐거움이 가득했다. 교문 앞에 선 금쪽이는 주저하지 않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그 발걸음에 자신감이 넘쳤다. '선택적 함구증'으로 등교를 거부했던 금쪽이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였다. 엄마의 노력이 없었다면, 첫째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금쪽이네 가족의 행복한 삶을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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