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LG에게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3연패에서 탈출했다.

최원호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1안타를 때려내며 6-5 9회 끝내기 승리를 따냈다. 주중 3연전에서 두산 베어스에게 스윕을 당했던 한화는 안방으로 넘어와 2위 LG를 상대한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이날 kt 위즈에게 2-3으로 패한 9위 키움 히어로즈와의 승차를 반 경기로 좁혔다(20승 3무 32패).

한화는 선발 펠릭스 페냐가 6이닝 5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3실점으로 시즌 7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마운드를 지켰고 마무리 박상원은 9회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고도 시즌 2번째 승리를 챙겼다. 타선에서는 3번 노시환부터 6번 최재훈까지 4명의 선수가 멀티히트를 기록한 가운데 최근 이 선수의 타격감이 부쩍 살아나고 있다. 6월에 열린 8경기에서 타율 .333(30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을 몰아치고 있는 김인환이 그 주인공이다.

육성선수 성공사례 유독 많은 한화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가능성을 보여 프로에 입단하는 선수들은 '육성선수'로 등록된다. LG 트윈스의 '타격기계' 김현수를 비롯해 박해민, 서건창(이상 LG), 이지영(키움), 조용호(kt  위즈), 정훈, 지시완(이상 롯데 자이언츠) 등 이제는 각 구단에도 육성선수 출신 현역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한화는 '육성선수의 산실'로 부를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육성선수 출신들을 많이 배출했다.

한화의 영구결번 선수이자 정규리그 MVP 2회, 홈런왕, 타점왕 각 3회, 3개 포지션(유격수, 1루수, 지명타자)을 오가며 5개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장종훈은 역대 KBO리그 육성선수 출신 중에서 가장 성공한 선수로 꼽힌다. 하지만 만약 세광고 졸업 후 장종훈의 연고지인 대전에 빙그레 이글스라는 프로구단이 없었다면 오늘날 KBO리그의 위대한 홈런타자로 군림했던 장종훈의 커리어도 없었을지 모른다.

타자에 장종훈이 있었다면 투수 중에서는 단연 한용덕(KBO리그 경기운영위원)이 있었다. 동아대 중퇴 후 야구를 그만뒀던 한용덕은 군복무를 마치고 빙그레에서 타자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는 연습생 신분으로 야구를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1988년 1군에 데뷔한 한용덕은 1990년대 초반 송진우와 이글스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통산 120승을 올렸고 2018년에는 육성선수 출신으로 1군 감독에 부임하는 입지전적인 인물이 됐다.

비록 한화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하진 않았지만 현재 한화 선수단에서 연봉순위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들도 프로 입단 당시 지명을 받지 못한 육성선수출신이다. 순천 효천고 출신의 채은성은 프로지명을 받지 못하고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해 주전외야수로 활약하며 스타 선수로 도약했다. 그리고 2022년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채은성은 6년 총액 90억 원의 조건에 한화로 이적해 올 시즌 한화의 중심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2017년 신성현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고 한화의 오랜 포수 고민을 해결한 최재훈 역시 2008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최재훈은 경찰야구단 시절이던 2011년 퓨처스 북부리그 타점왕을 차지했던 유망주였지만 두산에는 양의지라는 넘을 수 없는 산이 있었고 결국 2017년 한화로 이적했다. 최재훈은 2021시즌이 끝나고 한화와 5년 총액 54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하며 고액연봉선수로 도약했다.

5월까지 37경기 9타점, 6월 8경기 8타점

화순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한 김인환도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하고 2016년 한화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그래도 대학시절까지는 나름 타격에서 재능을 보이던 선수였지만 한화에는 김태균(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라는 레전드 1루수가 있었다. 결국 2018년 단 4경기에서 6타석을 얻으며 1군 무대에 데뷔한 김인환은 2019년에도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214 1득점에 그치며 좀처럼 1군에 정착을 하지 못했다.

2019시즌이 끝나고 상무에 지원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신 김인환은 현역으로 입대해 포천에서 포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2021년 7월 전역 후 다시 육성선수로 전환된 김인환은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보냈고 2022년 5월에야 정식선수로 등록됐다. 마침 한화는 노시환이 3루에 정착하고 이성곤과 박정현 등 다른 1루수 후보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퓨처스리그에 있던 김인환에게도 순서(?)가 찾아왔다.

한화 입단 7년, 1군 데뷔 5년 만에 드디어 기회를 잡은 김인환은 2022년 113경기에 출전해 타율 .261 16홈런 54타점 48득점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정철원(두산)과 신인왕 경쟁을 펼쳤다. 16홈런은 2022년 한화의 팀 내 최다홈런이었고 김인환은 2018년의 이성열(kt 육성 및 재활군 타격코치)에 이어 4년 만에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한화의 1루수가 됐다. 2022년 3200만 원에 불과했던 김인환의 연봉도 올해 100%가 인상된 6400만 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김인환은 올해 5월까지 타율 .225 2홈런 9타점에 그치며 실망스런 성적을 기록했다. 그렇게 지난해의 활약이 신기루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던 6월의 첫날, 김인환은 시즌 3번째 홈런을 포함해 3안타 4타점을 폭발하며 부활했고 6월 8경기에서 타율 .333 1홈런 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김인환은 9일 LG전에서도 7회 역전 2타점 2루타에 이어 9회에도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좌중간 안타로 6월에만 4번째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올해로 풀타임 2년 차를 맞는 김인환은 아직 타자로서 약점이 많은 편이다. 특히 좌투수를 상대로는 2022년 타율 .209에 이어 올해도 타율 .100(30타수 3안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가 없는 현재의 한화 타선에서 김인환은 노시환, 채은성과 함께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적어도 듬직한 새 외국인 타자가 합류하기 전까진 김인환이 계속 한화의 중심타선에 배치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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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김인환 육성선수 6월 맹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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