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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연 권은춘 상임대표가 도청 본관 2층에서 연결다리를 지나 동관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종은)
 장차연 권은춘 상임대표가 도청 본관 2층에서 연결다리를 지나 동관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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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다 같은 시민인데 도청에 방문할 때마다 이질감을 느껴요. 면담을 위해 본관동을 방문하면 화장실을 가더라도 서관까지 돌아가서 이용해야 합니다. 원하는 부서를 직접 방문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없고, 제3자의 도움 없인 화장실조차 가기 어려워요." (충북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권은춘 상임대표)

등록 문화재 제55호인 충북도청 본관동, 충북지역의 행정 중심인 상징적인 청사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지난달 충북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장차연)는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의 동관 하늘정원 엘리베이터 신설 예산 전액 삭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옥상정원 승강기 예산 삭감은 장애인 접근권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충북도의 여러 공공건물은 여전히 보행 약자가 이용하기 불편하다"고 지적한 바있다.

장차연 조연희 사무국장은 옥상 정원 엘리베이터와 산업장려관 리모델링 등 새로운 시설을 조성할 때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화장실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시설로 고려돼야 한다며 "사용하는 것봐서 나중에 달자는 식인 건지 우선순위로 고려되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충북도청 본관동은 엘리베이터가 없다. 지상 3층 규모의 본관은 동관·서관과 연결 다리로 이어져 있는데, 2층까지만 연결돼 있다. 본관동 1층 노인장애인과 인근 계단에는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돼 있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아 사실상 휠체어 이용객과 같은 보행 약자는 해당 건물 3층에 도달할 수 없다.

지금껏 엘리베이터가 없는 본관 2층을 휠체어 이용자가 가기 위해선 동관이나 서관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뒤 연결 다리를 거쳐 우회해야 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리프트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에 엘리베이터 설치할 계획"이라며 "문화재 관련 협의와 조적조 구조 건물 특성상 검토 기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본관동 청사의 장애인 접근성을 확인하고자 장차연 권은춘 상임대표와 조연희 사무국장과 도청을 방문해보았다.

옆건물 거쳐 도착한 2층, 갈 수 없는 3층
 
1936년 건립된 청주 구 충북산업장려관을 리모델링해 도민 휴식공간을 조성했다. 사진은 2층 전시 및 휴식공간을 향하는 계단. (사진=이종은)
 1936년 건립된 청주 구 충북산업장려관을 리모델링해 도민 휴식공간을 조성했다. 사진은 2층 전시 및 휴식공간을 향하는 계단. (사진=이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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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서관 엘리베이터.
 도청 서관 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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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입구마다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건물에 들어서기까지 문제는 없었다. 서관에는 엘리베이터 2기가 운행하고 있다. 전동 휠체어 탑승자와 4명이 탑승하자 엘리베이터 공간을 다 채웠다. 엘리베이터가 2층까지 올라가는 데 걸린 시간은 15초가량. 서관 2층의 연결 다리를 지나 본관동 2층 중앙 도지사실에 다다랐다. 본관동 2층의 양측 복도는 각각 동관과 서관이 연결돼 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본관동 3층은 권 대표와 동행할 수 없었다. 동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본관동 1층으로 돌아왔다.

조연희 사무국장은 "휠체어 리프트가 경사가 가파르고 꺾인 형태의 계단에 설치돼 있다"며 "전동 휠체어가 굉장히 무거운데 적재 하중이 225kg로 사용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권은춘 상임대표 또한 "안전성이 우려돼 한 번도 탑승해본 적 없다"고 이야기했다. 권 대표는 3층을 둘러볼 동안 1층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중앙 계단을 거쳐 3층에 다다르자 약간 숨이 차오른다. 3층엔 ▲교통철도과 ▲도민소통과 ▲감사관실 ▲행정운영과 등이 위치해 있다. 조연희 사무국장은 본관동 3층에 자주 방문한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교통철도과를 방문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작 당사자인 보행 약자들은 함께 올 수 없다.

권 대표는 "3층을 방문해야 할 때마다 휠체어에 탑승한 이들은 면담 과정과 결과를 전해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 같은 경우는 언어장애가 심해 긴장하면 말을 많이 더듬는다"며 전화로 소통이 어려워 대면 질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본 요소를 갖추는 것이 '통합 사회'
 
본관동 3층 교통철도과 앞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
 본관동 3층 교통철도과 앞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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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의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사항에 권은춘 상임대표는 '화장실'과 '엘리베이터'를 꼽았다.

권 대표는 "본관동에서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없어 서관으로 이동해서 사용해야 한다"며 "다른 관에도 대부분 1층에만 장애인 화장실이 있어 층을 이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에서의 '화장실 고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신설 센터에 남녀 겸용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며 "장애인은 성별이 없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도청의 장애인 화장실 현황은 어떨까? 도에 따르면 ▲(본관 1층) 남자 화장실 1개소 ▲(신관 1층) 남자, 여자 화장실 2개소 ▲(동관 1층) 남자, 여자 화장실 2개소 ▲(서관) 1층 남·녀 2개소 3~4층 각 1개소 총 4개소가 있다.

도 관계자는 "별도로 설치된 서관을 제외한 나머지 장애인 화장실은 기존 화장실 내 장애인 이용 가능한 겸용 화장실"이라고 설명했다.

본관동 화장실 증설에 대해서는 "구축 건물의 한계가 있어 확보가 어려웠다"며 "별관동이 완공되면 여유공간이 생겨 장애인 편의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혹자는 청사 곳곳을 방문할 민원인이 얼마나 되겠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청사 시설을 둘러보며 장차연은 지자체가 장애인을 얼마나 동등하게 인식하느냐의 문제라고 짚었다.

"도청을 도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김 지사의 말처럼 모든 도민이 열린 도청을 이용할 수 있을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공공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권 대표가 서관 2층을 지나 본관으로 향하고 있다.
 권 대표가 서관 2층을 지나 본관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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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희 사무국장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조 국장의 지인은 이사할 동네를 찾을 때 "장애인이 많이 살고 길거리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곳"을 찾는다. 장애인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좋은 동네라는 것이다.

관점을 달리하자면 장애인 접근성이 높은 곳일수록 고른 보도블록, 보행이 편리한 도로, 편의시설이 정비된 건물이 많을 것이란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이들은 "신축될 별관동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갖고 있다"며 법적 기준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입장에서 편의시설이 구축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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