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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 태조산 보훈공원. 유관순 열사와 조병옥의 홍보 표지판이 나란히 서 있다.
 충남 천안시 태조산 보훈공원. 유관순 열사와 조병옥의 홍보 표지판이 나란히 서 있다.
ⓒ 이재환 - 민족문제연구소 천안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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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의 '조병옥 홍보 표지판' 사태가 충남에서 제주도까지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조병옥 홍보 표지판 설치에 대해 제주4.3희생자유족과 관련 단체들까지 나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천안시(시장 박상돈)는 행적 논란이 있는 조병옥을 '천안을 빛낸 호국인물'로 홍보하며 태조산 보훈공원에 관련 표지판을 세웠다. 홍보 표지판에는 조병옥 뿐아니라 유관순 열사와 이동녕 독립운동가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역위원회를 비롯한 시민들은 최근 "제주4.3사건 당시 미군정청 경무부장으로 재직한 조병옥에 대한 홍보 표지판을 철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주4.3유족회를 비롯한 9개 단체도 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조병옥의 호국인물 선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유관순 열사와 조병옥을 동급으로 보아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조병옥과 유관순이 동급? 안 될 말"

단체는 "충남 천안시는 올해 들어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해 태조산 보훈공원 내 천안을 대표하는 호국보훈 인물 5인 중 하나로 조병옥을 선정하고, '민족운동의 지도자'라는 문구가 포함된 홍보 표지판을 설치했다. 천안시의 몰역사적이고 반역사적인 행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제강점기에 3.1 운동의 상징적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천안이 단지 지역 출신을 근거로 조병옥을 유관순 열사와 동급으로 '천안의 대표 호국보훈 인물' 5인으로 선정한 것 자체가 제주4.3의 비극을 부정하고 평화와 인권, 상생의 정신을 왜곡하는 몰역사적인 행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천안시는 당장 제주4.3에 대한 조병옥의 책임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민족 운동 지도자'라는 얼토당토않은 홍보 시도를 철회하라. 늦지 않았다. 천안시의 역사적인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백경진 제주4.3범국민위원회 이사장은 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조병옥씨는 해방 후 정부 수립과정에서 제주도에 서북청년단(제주 민간인 학살 주도)을 주도적으로 내려 보냈다. 제주 도민들에게는 원한이 깊은 인물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병옥이 항일 운동을 하고 이승만과 결별한 이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과오 또한 분명하게 기록되어야 한다. 천안시가 객관적인 평가 없이 홍보 표지판을 세운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천안시민들은 제주4.3 관련 단체들과 함께 '조병옥 홍보 표지판' 문제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기섭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 지회장은 "조만간 박상돈 천안 시장과의 간담회를 요청할 계획이다. 제주 4.3 관련 시민단체들도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천안시 "보훈부에서 독립유공자 지정, 철거할 이유 없어"

앞서 지난 2일 천안시 관계자는 "조병옥 박사의 경우 국가 보훈처에서 독립유공자로 지정했다. 조 박사에 대한 보훈부 입장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천안시에서는 조형물을 철거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제주 4.3관련 9개 단체는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제주4.3연구소, (사)제주민예총, 제주4.3도민연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재)제주4.3평화재단, 재경제주4.3희생자및피해자유족회, 재경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이다.

태그:#제주4.3, #조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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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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