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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국제민중법정 실행위원회는 6월 7일 경북 성주 가야호텔에서 “1945년 미국의 핵무기 투하의 책임을 묻는 원폭국제민중법정 제1차 국제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강우일 주교(천주교).
 원폭국제민중법정 실행위원회는 6월 7일 경북 성주 가야호텔에서 “1945년 미국의 핵무기 투하의 책임을 묻는 원폭국제민중법정 제1차 국제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강우일 주교(천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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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를 비롯한 한국과 유럽, 일본의 학자, 법률가, 시민사회 인사들이 1945년 8월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에 저질렀던 핵무기 투하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원폭국제민중법정 실행위원회 주최로 7일 경북 성주 가야호텔에서 '1945년 미국의 핵무기 투하의 책임을 묻는 원폭국제민중법정 제1차 국제토론회'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모았다고 9일 밝혔다.

국제민중법정은 2026년 뉴욕에서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세계 여러 나라 학자와 시민사회가 논의하고 있으며, 이번에 한국에서 첫 국제토론회가 열렸다.

강우일 주교는 인사말을 통해 "폭탄 투하 이후 몇십 년을 두고 폭탄의 방사능은 피폭한 수십만의 지역주민을 서서히 죽음으로 몰고 갔다. 희생자들은 무기를 들지 않은 후방의 민간인들이었다"며 "피폭 후 살아남았으나 방사선 피폭 후유증으로 서서히 죽어간 이들, 또 전쟁 후에 태어났으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각종 원폭 후유증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 중에 살아온 2세, 3세 후손들을 생각할 때 원폭이 얼마나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인 무기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일본과 미국의 2차대전 당사국 정부가 서둘러 국가의 책임을 명백히 밝히고 원폭 희생자들과 한 맺힌 일생을 살아온 2세대, 3세대 후손과 유가족들에게 진정한 사죄를 표하기를 바란다"며 "핵무기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악이다.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영구히 살상하는 핵무기의 생산도, 보급도, 매매도 이 지상에서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범죄적 행동이다"라고 강조했다.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은 "원폭이 투하된 지 7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너무나도 큰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한국원폭피해자들과 그 후손들은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는 사실은 평생을 살면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가해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피해자들의 한을 풀고자 이번 민중법정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원폭에 대한 후유증을 아는 사람으로서, 더 이상 이 지구상에 핵무기가 존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핵무기를 고철로 만들어 핵이란 명칭조차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고영대 평통사 공동대표는 "지금 한반도는 탈냉전 이래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초공세적인 핵전략과 전력이 첨예하게 맞붙는 핵대결장이 됐다"며 "서울과 평양이 제2의 히로시마가 된다고 해서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핵무기 사용 위협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핵동맹과 핵무기라는 신화에 사로잡혀 민족과 인류를 대결과 전쟁으로, 종말로 몰아가는 대다수 정치지도자들에 맞서 민족의 삶을 평화와 번영의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핵전쟁 피하기 위한 효과적 방법은 핵무기 폐기"

이삼성 한림대 명예교수는 발제를 통해 "핵무기주의는 핵무기를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협하는 괴물이 아니라 거악을 응징하고 안전을 지켜주는 평화의 무기로 간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핵무기주의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수십만 민간인의 희생이라는, 거대한 반인도성을 신의 선물이자 축복으로 동일시하는 거대한 역설을 기반으로 탄생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오늘날의 세계, 그리고 동아시아, 그 중에서도 특히 한반도의 분열된 두 국가와 사회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옥죄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핵무기에 의존하는, 더욱이 핵무기의 선제사용을 노멀한 안보전략의 하나로 앞세우는 담론체계가 압도적이 되어가는 이 위험한 현실에 맞서는 우리의 노력에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원폭 투하의 반인도성에 대한 인식의 공유는 필수적이고 소중한 출발점의 하나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오쿠보 겐이치 일본반핵법률가협회 회장은 토론을 통해 "2023년 5월, 일본이 주최한 G7에서 '핵군축에 관한 G7 정상 히로시마 비전'이 발표됐는데, 비전에서는 '핵군축'이 거론되고 있지만 '핵폐기'는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핵무기는 방위 목적을 위해 역할을 하고, 침략을 억제하며, 전쟁과 위압을 억지한다'라며 핵무기를 국가안보를 위해서 불가결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 중국, 북한 등에 대한 주문은 적혀 있지만, 자신들이 핵군축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는 언급되지 않았다"며 "핵무기금지조약은 물론이고 'NPT 6조'28에 대해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이기적이고 무익하다 못해 오히려 유해한 비전이다. 하지만 그들도 핵무기의 불사용은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그들도 '핵전쟁이 전 인류에 참상을 초래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핵전쟁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효과적인 방법은 핵무기 폐기이다. 이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논리이며, 핵무기금지조약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핵무기를 고집하고 있다"며 "우리의 과제는, 이 핵무기의 필요성과 유용성을 주장하는 '핵 억지론자'들의 지배를 뛰어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멸종위기종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다. 전 세계 피폭자와 반핵평화세력의 단결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폭국제민중법정 실행위원회는 6월 7일 경북 성주 가야호텔에서 “1945년 미국의 핵무기 투하의 책임을 묻는 원폭국제민중법정 제1차 국제토론회”를 열었다.
 원폭국제민중법정 실행위원회는 6월 7일 경북 성주 가야호텔에서 “1945년 미국의 핵무기 투하의 책임을 묻는 원폭국제민중법정 제1차 국제토론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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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나가사키 핵무기 투하의 불법성에 대해 투에릭 데이비드 브뤼셀자유대학교 명예교수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가 1945년 당시에 민간 주민 공격, 불필요한 고통을 야기하도록 고안된 무기 또는 물질의 사용, 인도법과 공공의 양심에 반하는 화학무기 및 전투 수단의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조약 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는 당시 유효한 국제조약법의 기준에서도 국제인도법에 위반하는 행위다. 나아가 당시의 '군사적 필요성'의 관점에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만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연합국과 추축국 양측에서 자행한 무차별적 공습 등 여러 군사적 행동 또한 국제인도법에 반하는 것임도 기억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봉태 대한변협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장은 "1945년 당시 조약 국제법으로 볼 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를 투하한 것은 불법하다는 것에는 찬성이며 동감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2021년에 발효된 핵무기금지조약은 핵무기 사용만이 아니라 제조, 보유 등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핵무기금지조약은 1945년 미국의 원폭 투하 이래 인류가 핵무기 사용을 불법화하고 핵무기를 전면 폐기함으로써 핵전쟁 참화를 막기 위한 인류 집단지성의 산물이다. 따라서 핵무기 사용이 위법이 아니라면 핵무기금지조약의 뿌리를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평통사, '평화발자국' 행사 진행

야마다 토시노리 메이지대학교 국제법 겸임강사는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시점에서 교전 당사국인 일본과 미국 사이에는 전쟁법(전시국제법)이 평등하게 적용돼야 한다"면서 "히로시마·나가사키에 대한 원폭 투하는 원폭의 무차별적 효과에 근거한다면 구별 원칙에 위반되며, 전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선 피해는 '불필요한 고통' 금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의 조기종결이나 대량의 인명구조를 군사적 필요성으로서 정당화하는 것은 전쟁법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일본군에 의한 전쟁법 위반에 대한 복구 행위로서 원폭 투하를 정당화하는 것은 복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인정할 수 없고, 1945년 당시 관습 국제법에서 본 히로시마·나가사키에 대한 원폭 투하는 불법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니엘 리티커 국제반핵법률가협회 공동회장(로잔대 교수)는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어떤 명시적인 법도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마르텐스 조항과 국제인도법의 일반원칙은 원폭 투하에 적용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원폭 투하는 당시 국제법상 불법이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이밖에도 박하영 평통사 활동가, 황명준 부경대 박사, 야요이 츠지다 원수폭금지일본협의회 국제연대담당 사무차장, 조셉 거슨 평화·군축·공동안보 캠페인 의장 등이 참석해 토론하거나 자료를 통해 '원폭국제민중법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한편 부산평통사는 일본에서 참여한 평화활동가들과 함께 9일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주한미해군사령부, 8부두를 돌아보는 '평화발자국' 일정을 진행한다.

부산평통사는 "한일 양국 정부가 일제 식민지배와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회피하고 한일동맹으로 치달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한 행보에 맞서 한일 평화시민 세력이 연대를 강화해 한반도는 물론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원폭국제민중법정 실행위원회는 6월 7일 경북 성주 가야호텔에서 “1945년 미국의 핵무기 투하의 책임을 묻는 원폭국제민중법정 제1차 국제토론회”를 열었다.
 원폭국제민중법정 실행위원회는 6월 7일 경북 성주 가야호텔에서 “1945년 미국의 핵무기 투하의 책임을 묻는 원폭국제민중법정 제1차 국제토론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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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국제민중법정, #미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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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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