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구 누가교회 신도들이 금호강 팔현습지 무제부 구간의 사초군락지를 걷고 있다.
 대구 누가교회 신도들이 금호강 팔현습지 무제부 구간의 사초군락지를 걷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아침을 깨우는 산새 소리, 사초군락지를 흐르는 바람 소리, 어른 팔뚝만한 잉어들의 힘찬 꼬리짓 소리와 여울을 힘차게 흘러가는 강물 소리 등등 아름다운 소리가 어우러진 이곳은 금호강 팔현습지다.

팔현습지는 대구 3대 습지로 풍광이 수려하고 6종의 법정보호종과 다양한 야생동식물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도심 속의 아름다운 습지다. 그래서 인근 주민들과 대구시민에게 사랑받는 습지 중 하나다.

'삽질' 막기 위해 팔현습지를 찾는 사람들

그런데 이 팔현습지에 '삽질'이 준비되고 있다. 그것도 국토환경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부처인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벌이는 기막힌 '삽질'이다. 관련해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지난 2월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대위 대표들과의 만남에서는 '팔현습지 산책로 사업 제외'를 약속했으면서도, 이후 태도를 바꿔 다시 공사 재개를 강행하려해 환경 단체들의 거센 반대와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관련 기사: "대구 3대습지 팔현습지 파괴? 이게 무슨 짓인가" https://omn.kr/245f5)

이런 사실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다양한 계층과 단체에서 이곳 팔현습지를 찾고 있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이 습지의 가치를 눈으로 확인하고, '삽질'을 막아내기 위한 연대의 물결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민변 대구지부 변호사들을 시작으로 천주교 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소속 수녀들의 방문과 제천간디학교 학생들의 현장 방문 등 '연대 행동'들이 있었다. 지난 4일에는 대구 누가교회 담임 목사와 신도들 10여 명이 팔현습지를 찾았다. 그들은 이 일대를 둘러보며 이 습지가 직면한 현실을 목도하고 그 해법을 찾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현장 예배를 습지에서 진행했다.
 
습지의 왕버들 나무에 걸터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누가교회 신도들
 습지의 왕버들 나무에 걸터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누가교회 신도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들은 필자의 안내를 따라 팔현습지 구석구석을 누비며, 팔현습지는 지금도 이미 많이 개발된 현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팔현습지가 보존가치가 높은 곳이란 점 그리고 무엇보다 무제부 산지 구간과 강이 잇닿은 곳이 존재해 그 일대는 산과 강의 생태계를 이어주는 생태 민감 구역이자 생태 핵심 구역으로 반드시 보전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이 일대는 전체가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서 수달, 삵, 황조롱이, 원앙, 흰목물떼새, 얼룩새코미꾸리 이렇게 6종의 법정보호종과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어울려 살고 있는 그들의 집이란 점을 확인했다.

누가교회 신도들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시종 진지하게 필자의 현장 안내와 설명을 경청하려 노력했다. 그들은 필자의 안내에 따라 이미 개발된 파크골프장을 둘러봤고 기존 산책길을 걸으며 추가 산책로 없이도 이미 잘 정비된 산책로가 있다는 걸 확인했으며, 하천숲을 걸으며 강변 습지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사초군락지와 왕버들 숲에 들어가서는 살아있는 자연에 감탄의 탄성을 감추지 않았다.
 
팔현습지 왕버들 숲에서 현장 예배를 올리고 있는 누가교회 신도들
 팔현습지 왕버들 숲에서 현장 예배를 올리고 있는 누가교회 신도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팔현습지 왕버들 숲에서 현장 예배를 드리고 있는 누가교회 신도들
 팔현습지 왕버들 숲에서 현장 예배를 드리고 있는 누가교회 신도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그만큼 팔현습지는 아직까지 보전가치가 충분한 생태적 자산이 훌륭한 곳으로, 잘 보존해 물려준다면 자라나는 미래세대가 생태 감수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무엇보다 금호강을 온몸으로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도심 가까이 있는 중요한 생태 습지란 사실을 참가자들 또한 재확인한 시간이었다.

팔현습지에 대한 관심은 바로 인근 반야월습지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돼 일행은 이어 반야월습지에 향했다. 이곳엔 환경단체와 지자체인 수성구청의 협치의 산물로 탄생한, 조명과 시멘트를 걷어낸 흙길 산책길이 있어, 그곳을 맨발로 함께 걸으며 두 발을 통해 온 몸으로 반야월습지를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환경단체와 행정의 협치의 산물 흙길 산책길을 맨발로 걷고 있는 참가자들
 환경단체와 행정의 협치의 산물 흙길 산책길을 맨발로 걷고 있는 참가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 흙길 산책로는 지난달 29일 내린 제법 많은 양의 폭우로 거센 강물에 휩쓸려 산책길의 일부가 유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역으로 보면, 이런 결과를 초래할 정도로 물결이 들이치는 곳에다가 산책로를 조성한다는 건 애초부터 무리한 사업이라는 걸 증명해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수성구청에서 곧 다시 보강공사를 한다고는 하지만, 장마철마다 또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최대한 물억새 같은 식생 활착을 통해서 땅을 견고하게 하는 등의 장치를 한 다음, 반복되는 일부 침식은 그대로 두고 길이 생겨나는 대로 산책길을 그대로 쓰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았다.

현장에서는 길이 일부 유실된 곳일망정 맨발로 걷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고, 그곳은 그곳대로 걷는 맛이 있었다. 꼭 천편일률적일 필요 없이 다양한 모습을 간직한 길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팔현습지, 반야월습지는 꼭 지켜내야 할 곳

가천잠수교에서 반야월습지의 아름다운 여울을 바라보는 것을 끝으로 이날 생태 탐방은 마무리됐다. 현장 일정은 그렇게 마무리하고 산책길 초입으로 돌아가 일행은 이날 체험과 현장 예배에 대한 소감을 서로 나누었다.

먼저 포항 청하에서 온 이태헌 선생은 다름과 같은 각오를 밝혔다.

"금호강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데 굉장히 깜짝 놀랐습니다. 보통 머릿속에 대구시민들이 이 반야월습지, 팔현습지 동촌부터 쭉 내려오는데 (저는) '이거 완전 똥물이 흘러간다'는 이런 게 팍 박혀 있었어요. 근데 오늘 와서 보고는 이건 정말 보전해야 될 그런 가치가 있는 곳이다라는 걸 새삼 느꼈고요.

그리고 습지가 지금 대한민국에 별로 없거든요, 실제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다 훼손을 워낙 많이 시켰기 때문에. 그런데 여기만큼은 꼭 보전할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대구시민들과 경북사람들이 같이 잘 힘을 합해서 이 습지들이 제대로 좀 보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산에 온 강문희 교사도 다음과 같은 금호강 체험 소감을 나누어주었다.

"머리로는 습지가 보전돼야 된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오늘은 좀 몸으로 체험한 것 같고요. 인근에 살아도 여기까지 어릴 때 이후로 강 가까이 와본 기억이 없고 둑방길 산책 잠깐 한 적은 있는데 오늘 맨발로 걷고 또 강에도 발을 담궈 보니까 참 좋네요. 강이나 습지가 잘 보존돼야 되겠다는 걸 몸으로 좀 느꼈습니다."
 
반야월습지의 아름다운 여울 앞에서 현장 예배를 올리고 있는 누가교회 신도들
 반야월습지의 아름다운 여울 앞에서 현장 예배를 올리고 있는 누가교회 신도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역시 경산에 온 박선희 목사도 다름과 같은 소감을 나누어 주었다.

"오늘 무척 짧은 시간이었는데 너무 넉넉해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 자연적인 것들을 봐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이렇게 이나마 누릴 수 있는 게 대구환경운동연합처럼 앞장서서 일하시는 분들이 계셔라는 걸 느꼈고, 그래서 이런 좋은 장소를 공유하고 있구나 싶어 참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강물에 발을 담그고 보니  어릴 적 냇가에서 놀던 생각도 많이 나서 참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누가교회 정금교 목사는 이날 예배를 모두 마무리하면서 다음과 같이 각오를 밝혔다.

"누가교회가 한번 (현장 예배를) 하자고 말해서 시작했는데, 많은 분이 참여해 주셔서 너무 고맙고요. 여기 오랫동안 사실 좋아해서 왔었던 곳인데, 여기가 보존해야 될 반야월습지, 팔현습지라는 걸 몰랐어요. 여길 지켜야 한다는 것을 오늘 새삼 깨닫게 되었고요. 좋아하는 걸 애를 써서 지켜야 된다는 게 안타깝기는 하지만 이전보다는 더 환경운동 차원에서 조금 더 한 걸음 더 내딛어 앞장서야 되겠다 싶습니다."
 
팔현습지 왕버들 숲에서 현장 예배를 올리고 있는 누가교회 신도들
 팔현습지 왕버들 숲에서 현장 예배를 올리고 있는 누가교회 신도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태그:#금호강, #팔현습지, #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부, #왕버들 군락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