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척' 최원태 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6회초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한 키움 선발 최원태가 더그아웃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고 있다.

▲ '엄지척' 최원태 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6회초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한 키움 선발 최원태가 더그아웃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고 있다. ⓒ 연합뉴스

 
키움이 안방에서 열린 LG와의 주중 3연전을 1승 1무 1패로 마감했다.

홍원기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20안타를 몰아치며 13-0으로 대승을 거뒀다. 전날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LG와 5-5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키움은 이날 LG마운드를 초토화시키며 NC다이노스에게 1-7로 패한 7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23승 1무 33패).

키움은 1회 무사1, 3루에서 선제 적시 2루타를 때린 이정후가 결승타를 포함해 2안타 3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시즌 타율을 .294로 끌어 올렸고 김혜성이 4안타 1타점 3득점, 에디슨 러셀도 4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마운드에서는 3명의 투수가 등판했지만 사실 여러 선수의 활약이 필요하지 않았다. 선발 최원태가 7이닝 5피안타 2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LG타선을 압도하며 경기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주축투수들 대거 키워낸 키움의 투수 육성

2022년 FA 시장에서는 불펜투수 원종현과 외야수 이형종을 영입하며 꽤나 공격적인 스토브리그를 보냈지만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은 히어로즈는 사서 쓰는 것보다는 키워 쓰는 것에 익숙한 구단이다. 특히 현재 히어로즈에서 활약하고 있는 대부분의 주력 투수들은 아직 완전히 무르익지 않았던 시점에 트레이드로 영입했거나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지명한 후 단계 별로 성장시켜 주축으로 키운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오는 12월 사회복무요원을 끝내고 소집해제될 예정인 조상우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넥센에 지명됐던 깅속구 유망주였다. 루키 시즌 1군에서 5경기 등판에 그쳤던 조상우는 2년 차가 되던 2014부터 1군의 주력 투수로 성장해 필승조로 활약했다. 그리고 팀 명이 넥센에서 키움으로 바뀐 2019년부터는 팀의 마무리 자리를 차지하며 3년 동안 68세이브를 올렸고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올 시즌부터 나란히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고 있는 잠수함 투수 한현희와 베테랑 우완불펜 김상수 역시 히어로즈가 키운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2012년 넥센에 입단해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홀드왕을 차지한 한현희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전천후 투수로 활약했다. 셋업맨과 마무리를 오갔던 김상수는 2019년 3승 5패 40홀드 평균자책점 3.02의 성적으로 한 시즌 최다홀드 기록을 세웠다.

2022년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이자 올 시즌 지독한 불운에도 67.1이닝 동안 87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있는 안우진 역시 히어로즈가 일찌감치 그 떡잎을 알아본 선수였다. 히어로즈는 휘문고 시절 학교폭력사건에 휘말렸던 2018년 1차지명 투수 안우진에게 6억 원의 많은 계약금을 안겼다. 그리고 4년 동안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안우진은 5년 차가 되던 작년 15승 8패 2.11 224탈삼진으로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조상우와 한현희, 안우진 등이 고교 시절부터 엄청난 잠재력을 인정 받던 유망주 출신이라면 2017년 2차 6라운드 전체 57순위 출신 김재웅은 흙 속에서 발굴한 진주 같은 선수다. 프로입단 후 3년 동안 1군에서 한 번도 등판기회를 얻지 못했던 김재웅은 2020년부터 1군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2년 65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13세이브 27홀드 2.01의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안우진-최원태 '토종 원투펀치' 결성 눈 앞

최원태는 서울고 시절부터 2014년 황금사자기와 대통령배 대회를 석권했을 정도로 그해 서울권에서 가장 뛰어난 유망주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최원태를 1차지명으로 선택한 히어로즈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최원태에게 구단 역대 최다인 3억 5000만 원의 계약금을 안겼다(2018년 안우진이 6억 원, 2021년 장재영이 9억 원으로 경신). 그만큼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할 최원태에 대한 구단의 기대가 컸다는 뜻이다.

루키 시즌 어깨부상으로 1군에서 공을 던지지 못한 최원태는 2016년 1군 무대에 데뷔했고 3년 차가 되던 2017년 11승을 올리며 잠재력을 폭발했다. 2018년에는 13승과 함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군문제까지 해결했고 2019년에도 11승을 따내며 3년 연속 10승 투수가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히어로즈 구단이 계획했던 '최원태 토종 에이스 만들기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최원태는 2020년 7승, 2021년 9승, 2022년 7승으로 주춤했고 그 사이 키움에는 안우진이라는 새로운 토종에이스가 등장했다. 특히 2020년과 2022년에는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하면서 '내구성'을 의심 받기도 했다. 그렇게 최원태는 '연봉 3억 5000만원 짜리 4선발'로 올 시즌을 시작했다. 키움의 토종에이스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선발로 주목 받았던 최원태에게는 자존심이 상할 법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원태는 시즌 개막 후 12경기에 등판해 73.1이닝을 던지며 4승 3패 2.82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12번의 선발 등판 중에서 9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퀄리티스타트 확률이 무려 75%나 될 정도로 안정된 투구가 돋보이고 있다. 최원태는 8일 LG전에서도 7이닝을 소화하며 5피안타 2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 타율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283)를 달리고 있는 LG타선을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

한 가지 재미 있는 사실은 최원태가 LG의 외국인 에이스 케이시 켈리로부터 커브그립에 대한 조언을 듣고 투구내용이 급격히 좋아졌다는 점이다. 2022년 10일 LG전을 시작으로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최원태는 이 기간 동안 평균자책점이 0.94(38.1이닝4실점)에 불과하다. 9일부터 시작되는 kt 위즈와의 주말 3연전에서 안우진이 복귀한다면 키움은 안우진과 최원태로 구성된 리그 최고의 젊은 토종 원투펀치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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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최원태 토종 에이스 안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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