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코, 입 괴물 눈, 코, 입을 형상화한 괴물은 주인공 아인이의 팔과 다리를 뺏어간다

▲ 눈, 코, 입 괴물 눈, 코, 입을 형상화한 괴물은 주인공 아인이의 팔과 다리를 뺏어간다 ⓒ 극단 마루한

 
<우리집에 괴물이 산다> 이름부터 강력한 아동극이 등장했다. 눈, 코, 입, 귀 모양을 한 괴물이 등장하고 커다란 손은 아이를 잡아먹을 듯 달려든다. 그러나 약 400명의 관객 중 우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 5월 19일 경기도 산본역에 위치한 카페에서 <우리집에 괴물이 산다>의 총연출 이새로미씨를 만나 공연에 대해 들어보았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우리집에 괴물이 산다>는 아동학대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안고 있다. 주인공인 아인이는 괴물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괴물에게 팔 다리를 내어주고 눈까지 뺏긴다.  그럼에도 아인이는 자신이 애벌레가 되었다며 좋아한다.
 
아동학대는 대체로 신체적인 폭력으로 이루어진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팔과 다리가 부러져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팔과 다리가 없어졌다고 느낀다. 이새로미 연출가는 애벌레로 표현하였다.
 
아인이는 힘든 상황 속에서 버텨나가기 위해 상상한다. 나는 애벌레이고 언젠가 곧 나비가 될거야. 아이의 입장에서 이 연극은 꿈을 이루는 희망찬 이야기이다. 그러나 어른의 입장에서는 괴물이 된 엄마가 아이를 괴롭히는 이야기이다. 어른은 극이 진행될수록 명백한 아동학대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아이-어른-아동학대 삼각형 구조 이루기

아이의 시선과 어른의 시선을 구분 지은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아이들이 아동학대에 대해 몰랐으면 했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아동학대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동학대는 아이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심각한 범죄라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이들이 알아서는 안되었다.
 
아이와 어른, 아동학대 이 3가지를 결합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인형극에서 아동학대에 관한 콘텐츠가 전무한 이유이기도 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아동극의 특성상 어른도 보고 아이도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아이의 시선과 어른의 시선을 다르게 하는 것만이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었죠. 시작이 어려울 뿐이에요. 제가 물꼬를 텄으니 더 많은 작품이 나오길 바라요."
 
세상의 모든 '원영이'를 위해 
 
이새로미 연출가 '우리집에 괴물이 산다'의 총연출을 맡았다

▲ 이새로미 연출가 '우리집에 괴물이 산다'의 총연출을 맡았다 ⓒ 김지원

 
이러한 난제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10년 동안 아이를 대상으로 공연하며 쌓인 책임감과 소명의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극단 마루한은 2016년부터 전성기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활동을 하였다.

당시 2016년은 '원영이 사건'으로 불리우는 '평택 아동 암매장 살인 사건'이 발생한 시기였다. 그는 뉴스로 '원영이 사건'을 접하고 나서 마당극을 할 때면 원영이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부모의 손을 잡고 공연을 보기 위해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고통받고 있을 아이들이 떠올랐다.
 
연출가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꼭 이 공연을 보길 바란다고 신신당부했다. 연극이 끝난 뒤 집에 돌아가며 가볍게 아동학대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긴장감을 조절하는 극의 요소들

50분은 아이들이 집중하기엔 긴 시간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꿈쩍 안하고 공연에 집중했다. 이토록 아이들을 집중할 수 있게 만든 것은 캐릭터들이었다. 눈, 코, 입의 모습을 한 괴물과 커다란 손, 아인이의 상상 친구인 이불과 호랑이까지. 장면마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캐릭터를 만들 때 사진과 영상을 보며 학대를 이미지화하려고 노력했어요. 어른의 화난 감정은 눈빛만으로도 아이에게 전달됩니다. 이후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험한 말과 구타가 이어지죠. 부모의 눈과 입, 손이 아이를 괴롭히는 거에요. 괴물이 신체부위인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극의 흐름 또한 아이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요소이다. 공포스러운 장면과 행복한 장면을 번갈아 가며 배치했다. 괴물이 괴롭히는 장면으로 몰입하게 만들다 어느 순간 상상 친구인 이불과 호랑이가 등장해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우리집에 괴물이 산다>는 뱃속에 아이를 품은 엄마의 그림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연출가는 마지막 장면에 대해 설명하다 울컥 눈물을 보였다.

"10달 동안 자신이 품어왔던 아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아이는 당신이 사랑해주어야 할 대상이에요. 부모들이 이 공연을 보며 '꼬집힘'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나를 꼬집으면 정신이 번쩍 들잖아요. 따끔하게 반성하고 아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우리집에 괴물이 산다>는 현재 춘천과 고창에서 두 번의 공연을 마쳤다. 다음 공연은 7월 노원어린이 극장에서 재개할 예정이다.
 
상상 속 친구인 이불과 호랑이 이불은 포근한 엄마를, 호랑이는 강인한 아빠를 표현한다

▲ 상상 속 친구인 이불과 호랑이 이불은 포근한 엄마를, 호랑이는 강인한 아빠를 표현한다 ⓒ 극단 마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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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잡지교육원 취재기자 24기 김지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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