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었다. 시청률 하락과 기존 시청자 이탈 등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MBC <놀면 뭐하니?>는 이경규를 섭외해 반등을 노렸다. 노림수는 통했다. 이경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고, "(시청률이 안 나오면) 가장 좋은 건 이제 폐지를 해야겠죠"라는 발언은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덕분에 시청률도 4.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반등했다. 

문제는 다음 스텝이었다. <놀면 뭐하니?> 제작진은 이경규의 폐지 언급 뒤에 이이경과 이미주의 억지 러브라인을 이어붙었다. 이전부터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이 있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예 두 사람을 위한 특집까지 마련한 것이다. 진정성 없는 시대 역행 콘셉트에 시청자들은 진저리를 쳤다. 시청자 불만이 쇄도했고, 비판의 강도도 세졌다. 시청률은 3%까지 하락했다.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지난 2년 동안 함께 해온 정준하, 신봉선 두 분이 오는 6월 10일 방송을 끝으로 <놀면 뭐하니?>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지난 5일, <놀면 뭐하니?> 제작진은 개편 사실을 공지했다. 얼마 전부터 언론을 통해 프로그램 재정비에 대한 소문이 흘러 나왔고, 일정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었기에 놀라운 일은 이니었다. 중요한 건 '타이밍'과 '내용'이었다. 시기적으로는 이이경과 이미주의 억지 러브라인을 전개해 실망감이 커진 후라 좋은 타이밍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   

<놀면 뭐하니?> 측이 밝힌 재정비의 내용은 다음 3가지이다. ① 정준하, 신봉선 하차(6월 10일 방송까지 출연) ② 2주간 재정비(7월 1일 재개) ③ 제작진 교체(박상훈PD→김진용, 장우성PD) 한마디로, 파격적인 조치는 없었다. 위기 상황을 인지하고 나름의 고심 끝에 제출한 자구책일 텐데, 내용적으로 볼 때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답안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멤버에 대한 문제는 <놀면 뭐하니?>가 정준하, 하하, 신봉선, 이미주를 영입하며 패밀리십을 구축했을 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정준하, 하하의 경우 MBC <무한도전>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있었다. 게다가 하하는 유재석과 SBS <런닝맨>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어 식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차례 재정비 후 추가 영입했던 이이경과 박진주도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유재석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 전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유재석과 하하, 이미주만 남는다는 보도도 있었다. 따라서 정준하와 신봉선만 하차한다는 소식은 '소규모 개편'으로 느껴진다. 맏형과 맏언니가 책임을 지고 하차하는 모양새다. 전원 교체가 아닌 이상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비판이 제기되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멤버 수가 줄어들어 관계도는 깔끔해졌지만, 그만큼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는 줄어들었다. 베테랑 예능인 신봉선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 정준하와 신봉선의 빈자리를 메울 멤버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슬림해진 건지 빈약해진 건지 여부는 제작진의 역량에 달렸지만, 문제의 책임을 정준하와 신봉선 두 사람에게 묻는 모양새는 썩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제작진 교체에 대해서도 짚어볼 대목이 있다. 김태호 PD의 바통을 이어받아 메인 연출을 맡은 박창훈 PD는 자신만의 명확한 색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패가 거듭되다보니 위험 부담이 적은 '음악 예능'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됐다. 스타 PD인 전임자와 직접적으로 비교되는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프로그램의 혁신을 위해 교체는 필수불가결한 수순이었다. 

다만, 새롭게 메인 연출을 맡은 김진용, 장우성 PD는 <놀면 뭐하니?> 소속으로 기존에 멤버와 호흡을 맞춰왔던 터라 큰 변화를 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혁신과는 가리가 먼 이른바 '내부 승진'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차라리 외부에서 데려와 틀 자체를 바꿔보면 어땠을까. 2주의 짧은 재정비 기간도 뭔가 새롭과 과감한 시도를 하기에는 너무 촉박해 보인다. 

<놀면 뭐하니?>가 제출한 답안은 여러모로 부실한 부분이 많다. 핵심이라 할 멤버 및 제작진 교체의 경우 상당히 제한적인 수준에 그쳐 대대적인 변화를 요구했던 시청자들의 바람에 제대로 응답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쯤되면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했는지 의심스럽다. 좀더 과감한 선택을 할 수는 없었을까. 승부수를 던지지 못한 부분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과연 2주 후에 돌아온 <놀면 뭐하니?>는 어떤 모습일까. 2020년, 2021년 2년 연속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을 거머쥐었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지난번처럼 하나마나한 재정비에 그쳐 또 다시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 일이 없길 바란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만큼, 2주라는 기간 동안 철저한 자기 반성을 통해 새로운 웃음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놀면 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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