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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운전해본 사람은 한 번쯤 겪지 않았을까 예상해봅니다.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고속도로에서는 특히 말입니다. 한참 달리다 보면 느릿느릿 움직이는 차량을 만납니다. 불평불만을 하며 앞지르기하기 일쑤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득 놀랍니다. 천천히 가던 차량이 기준 속도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잘못은 내가 하면서 남 탓을 하고 있었구나."

일상에는 그런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통상이 규정에 앞서는 경우 말입니다. 통상이라고 하면 일상에서 통하는 특별하지 않은 행위를 말합니다.

하지만 염연히 기준은 있습니다.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제약을 당연히 받아야 합니다. 사회가 통념상 눈 감아 준다고 해도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며, 구성원 모두가 통념에 따라 잘못을 했다면 벌을 받아야 합니다. 이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법 개정뿐입니다.

반대 상황도 있습니다. 현실을 담지 못한 법 말입니다. 시대 변화가 법에 담기지 못하면 악법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말한 듯 '악법도 법'처럼 말입니다.

1990년대 초 지방선거가 부활하기 전까지 우리 사회는 중앙 정부 중심이었습니다. 기초자치단체란 말도 어색했으며, 시장 선거나 시의원 후보 같은 말은 우리 실상과는 상당히 무관한 것이었습니다.

시청이나 군청은 고사하고 읍사무소도 쉽사리 근접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었습니다. 민원을 손쉽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맥이란 인맥은 죄다 똘똘 묶어야 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통상이 제도나 규범을 지배하던 격동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방선거 부활 이후 시대는 상당히 변했습니다.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여전히 부족분이 많은 제도지만, 더 이상 행정기관에 민원을 넣는 것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행정이 시민 일상에 상당히 스며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30여 년 전만 해도 통상적으로 통하던 것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차와 규칙 비로소 민원 해결 방식 기준이 됐습니다. 제자리를 찾은 겁니다. 혹여 시대 변화를 파악하지 못해 특혜를 바라는 민원이 있다면 행정은 그를 걸러낼 면역항체가 있을 만큼 건강하다고 믿습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행정이 30년간 꾸준히 근력 운동에 유연성까지 강화해 민원을 상당히 기술적으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또 그만큼 시대는 변했고 민원도 가지각색입니다.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30년 축적된 근력은 탄력을 잃고, 결국 건강도 잃게 될 것입니다.

다양화된 현대 사회지만 결국 요구점은 협치로 귀결됩니다. 협치란 어려운 용어가 아닙니다. 힘을 합쳐 지역사회를 이끈다는 것입니다. 지방자치시대의 또 다른 표현이며, 지난 30년간 이를 실천하기 위해 기반을 만들어 왔습니다.

협치 대상은 결국 민관입니다. 앞서거나 위에 군림하지 않는 평등한 입장에서 동행하는 것입니다. '관'은 예산으로, '민'은 악성 민원으로 서로 골탕주기식 협치는 긴 세월 우리 사회에 악독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 민주주의를 해치는 '난치'에 불과합니다.

'길들이기'나 '갈등'을 부추기는 행정은 이제 시대착오로 남는 분위기입니다. 이를 슬기로우면서도 유일하게 해결할 방법이 소통과 기다림이라는 것은 수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됐습니다.

경기 용인시가 예산을 지원해온 느티나무도서관을 호되게 질타하고 있습니다. 질타란 단어 뜻에는 '잘못'이 전제가 됩니다. 때문에 도서관은 억울하고 반박할 부분도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로 간에 주장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강산이 변할 시간 동안 직간접적으로 협치를 해오던 일부 사람은 피아로 구분해야 할 정도로 말입니다. 협치 시대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우공이산'이란 말이 있습니다. '군군신신부부자자'란 말도 흔히 하는 말입니다.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며, 모두가 제자리에서 제 노릇을 잘할 것을 강조한 말입니다. 우공이산은 시간을 전제로 하며, 제 노릇을 하기 위해서는 기준을 잘 잡아야 합니다.

용인시도 느티나무도서관도 한발 물러나 시간을 두고 되돌아보는 계기를 가져보길 바라봅니다. 행정가는 행정가다운지, 정치인은 정치인다운지, 지식은 지식인다운지. 제자리에서 시민을 바라보고 제 역할을 하는지 말입니다. <용인시민신문> 역시 언론으로 제 역할을 하는지 살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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