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2023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 바이피씨탄젠트

 
지난 6월 2일부터 4일에 걸쳐,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에서 '2023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이 열렸다. 음악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는 동안, EDM(일렉트로니카 댄스 뮤직)도 마찬가지의 위기를 겪었다. 페스티벌과 클럽 등을 근간으로 하는 장르에 있어 팬데믹은 결정적인 위기였다. 

그러나 다시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올해 월디페는 터널을 지나 온 전자음악에 보내는 큰 응원과도 같았다. 네덜란드의 하드 스타일 페스티벌 제작사 'Q 댄스'와 협업했고, EDM의 슈퍼스타 제드(Zedd)를 토요일 헤드라이너로 내세웠다. 4개 이상의 스테이지가 서울랜드에 설치되었다. 주최측에 따르면 3일 동안 펼쳐진 이번 월디페의 유료 티켓 구매자는 7만 6991명에 이른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6월 4일, 월디페에 가기 위해 서울랜드로 향했다. 2018년 방문한 울트라 코리아 이후 5년 만에 찾는 EDM 페스티벌이었다. 서울랜드에 도착하자, 독특한 풍경이 보였다. 과감한 노출, 혹은 독특한 코스튬을 한 사람들, 그리고 한 손에 아이스크림을 든 어린이들이 같은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동심의 세계에 침입한 불청객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 배덕감마저 즐겼다. 어린이들에게 놀이기구를 타는 것이 꿈이듯, 성인 관객들에게 페스티벌은 이 시대 한여름 밤의 꿈 같은 것이니까.
 
 2023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2023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 바이피씨탄젠트

 
드림 스테이지 쪽에서는 '전국~ 노래 자랑'을 외치는 고 송해 선생의 힘찬 목소리가 들려 왔다. 월디페에서 J.E.B(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공연이 이미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J.E.B는 서로 다른 노래를 섞는 '매시 업(mash up)' 기법의 달인이다. Fitz And The Tantrums의 'Handclap'과 <전국노래자랑> 주제가의 매시 업은 물론, 1990년대 인기가요, NCT 127과 레드벨벳 등 최신 케이팝, 사이먼 앤 가펑클 등 올드 팝을 가리지 않는다. J.E.B의 믹스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함성을 듣고 있으니, EDM 페스티벌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청계산을 뒤로 한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서드 파티(Third Party)의 공연이 이어졌다. 콜드플레이의 'Fix You'와 서드 파티의 대표곡 'Free'가 뒤섞이면서, 관객들의 텐션이 높아졌다. 뒤이어 등장한 제임스 하잎(James Hype)의 공연도 흥미로웠다. 이름처럼 그는 요즘 많은 '하잎'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다. 테크노와 하우스를 아우르는 그의 음악은 관객들을 춤추게 하기 충분했다. 육중한 베이스 리프가 반복되면서 공연장 바닥 일대가 쿵쿵 울렸다. 'Runaway'로 유명한 스웨덴의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듀오 갈란티스(Galnatis) 역시 준수한 믹스를 선보였다. 

'EDM도 예술이다' 일깨운 마데온
 
 2023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에서 펼쳐진 마데온(Madeon)의 라이브 셋 공연

2023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에서 펼쳐진 마데온(Madeon)의 라이브 셋 공연 ⓒ 이현파 본인 촬영

 
먼 길을 오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마지막 날 헤드라이너를 맡은 프랑스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마데온(Madeon)이다. 1994년생인 마데온은 10대 시절 런치패드로 수많은 노래를 매시 업한 'Pop Culture'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젊은 나이에 레이디 가가와 콜드플레이, 엘리 굴딩 등 팝스타와 협업한 아티스트다. 그는 전자 음악의 멋을 알려준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마데온의 첫 정규 앨범 < Adventure >(2015)을 들으면서, 전자 음악의 매력을 깨달았다. 서정성이 강조된 2집 < Good Faith >(2019) 역시 플레이리스트를 꾸준히 지켰다.

지난해에도 마데온은 월디페를 방문했지만, 그때와 차이가 있다면 라이브 셋(Live Set)으로 공연을 펼친다는 사실이다. 이번 공연은 'Good Faith Forever Tour'의 일환으로 펼쳐졌다. 이 공연은 지난해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 최고의 공연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했던 만큼,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라이브 셋은 아티스트가 직접 악기 연주를 하고, 즉석에서 샘플링을 하면서 공연을 이끌어간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디제이 셋과 라이브 셋은 선곡도, 구성도 크게 다르다. 선곡도 자신의 노래 위주로 이뤄진다.

음악 마니아들에게 라이브 셋은 선호의 대상이다. 아티스트의 개성을 만나기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EDM 페스티벌을 찾는 상당수의 관객에게 라이브 셋은 우선 순위가 아니다. 2018년 포터 로빈슨(Porter Robinson), 2019년 오데자(Odesza) 등이 월디페에서 라이브 셋 공연을 펼쳤지만, 관객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일반적인 디제이 공연과는 다른 진행에 지루함을 느끼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주최측 입장에서도 신경 써야 할 것이 더 많다. 디제이 셋 공연에 비해 더 많은 장치와 준비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흔히 볼 수 없는 공연을 추진한 월디페의 결단이 반가웠다.
 
 2023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에서 펼쳐진 마데온(Madeon)의 라이브셋 공연

2023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에서 펼쳐진 마데온(Madeon)의 라이브셋 공연 ⓒ Madeon

 
마데온은 자신의 노래 'All My Friends'를 직접 부르며 무대에 등장했다. 신시사이저를 연주하고, 마이크를 잡으며 미성을 들려 주었다. 그는 다양한 감성으로 청중에게 접근했다. 'Shelter'와 'Miracle'의 멜로디는 서정성을 자극했고, 'Finale'과 'Icarus' 같은 곡은 웅장함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대자연과 환각 세계를 두루 품은 비디오 아트는 그의 감성적인 음악 세계와 완벽히 조응했다. 형형색색의 조명과 영상이 관객을 향해 뻗어 나갔다. 지난해 세계 최대의 페스티벌을 장악한 명공연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공연 최후반부 미발매곡 'Gonna Be Good'을 부르던 그가 무대 높이로 치솟는 순간, 현장의 관객들은 일제히 탄성을 내뱉었다. 그는 댄스 플로어의 인도자인 디제이의 역할을 넘어 팝스타의 위용, 메시아의 권능을 넘보았다. 다소 과해보이는 그의 야망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마지막 곡 'Shelter'와 함께 태극기를 흔들기까지, 주어진 한 시간은 짧았다. 2019년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에서 보았던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 이후 최고의 전자 음악 공연이었다.

"Can you show me a miracle?"
나에게 기적을 보여주겠니?

- 'Miracle(마데온) 중


당신에게 EDM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 누군가는 클러버를 위한 유흥용 음악을 , 또 누군가는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박명수가 유행어로 만든 '까-까-까'(디제이의 리믹스를 입으로 표현한 의성어)를 떠올릴 것이다. 그 인식을 애써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 역시 EDM의 얼굴 중 하나니까. 그러나 모든 EDM이 유흥을 위한 음악은 아니다. 젊은 베테랑 마데온의 무대, 그리고 월디페의 결단이 상기시켜준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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