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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6일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호국영령과 순국선열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현충일, 어린 시절이 갑자기 떠오른다. 현충일의 깊은 의미보다는 태극기 거는 날로 기억된다. 아버지는 이른 아침 어김없이 내게 태극기를 달라고 하셨다.

받침대가 따로 없어 대문에 태극기를 대충 묶어 걸었다. 걸쳐 놓기도 했다. 철없던 시절 아버지의 심부름이 그렇게 귀찮고 싫었다. 달아도 끝난 게 아니다. 국기를 건성으로 달아 이리저리 훈계를 들어야 했다. 조기게양하는 법을 몰라 혼나기도 했다. 

어릴 적 기억에 태극기를 달지 않은 집은 거의 없었다. 모든 가정이 태극기를 게양했다. 태극기를 달지 않으면 마치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느꼈다. 태극기가 애국의 표상처럼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6.25 참전용사로 태극기를 달거나 관리하는 데 철저했다. 아버지 태극기 사랑은 지금도 여전하다. 태극기가 잘못 걸리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연로해서 그렇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로 잡아주었다.

회고하면 어릴 때 아버지의 끈질긴 심부름이 있어 철 들어 태극기를 보며 감동하거나 그나마 조금 관심이 있는지 모른다. 
 
금천구 6.25, 월남 참전기념비
 금천구 6.25, 월남 참전기념비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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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6.25전쟁 참전유공자 명비
 금천구 6.25전쟁 참전유공자 명비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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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인 아버지 이름(이기창)도 새겨져 있다.
 참전용사인 아버지 이름(이기창)도 새겨져 있다.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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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동네 가까이 있는 6.25, 월남 참전기념비 현충시설을 참배했다. 2017년에는 금천구에 주소를 둔 6.25 참전유공자와 월남참전유공자 명비가 추가로 건립됐다. 이곳에 아버지 이름도 새겨져 있다. 

유감스럽지만 오늘 이곳에 추모하는 조화 하나 없었다. 참전자와 호국영웅들에게 참으로 면목이 없었다. 10시 정각 사이렌이 울리자 나 혼자 쓸쓸히 묵념을 했다. 

이제는 태극기를 걸자는 캠페인도 사라진 듯하다. 태극기에 대한 무관심을 애써 방조하는 느낌마저 든다. 하긴 국경일에 태극기가 많이 걸린 아파트가 새삼스러운 뉴스로 취급되는 세상이다. 태극기 물결을 월드컵 응원 때만 볼 수 있는 것도 아쉽다.
 
가정 태극기
 가정 태극기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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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태극기
 가정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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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태극기
 가정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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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도 현충일을 추모하는 분위기는 거의 볼 수 없었다. 내가 둘러보면서 확인한 바로는, 태극기를 게양한 가구는 딱 세 군데였다. 단독주택 한 군데와 아파트 두 군데에 태극기가 외롭게 펄럭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태극기 걸린 집에 시선이 오래 꽂혔다. 

지난해 효창공원의 태극조형물 중 1950년 긴박한 전쟁상황과 각오를 담은 <유관종 부대원 태극기>를 보고 울컥했던 적이 있다. 호국영령들은 태극기를 목숨처럼 소중히 취급했다. 우리 선열들의 태극기 사랑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유관종 부대원 태극기
 유관종 부대원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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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선열과 순국용사들이 살아 돌아오신다면 제일 먼저 태극기부터 찾지 않을까. 호국정신과 애국심은 태극기 사랑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 스토리>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현충일, #태극기, #조기, #참전기념비, #금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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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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